국내 잔류냐 일본 진출이냐. 데뷔 첫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29)의 행보에 온 야구계가 집중하고 있다.
이대호는 15일 부산의 한 식당에서 롯데 이문한(50) 운영부장과 만남을 가졌다. 10일부터 19일까지 열흘간의 우선협상기간의 절반이 지난 뒤에야 처음으로 구단과 교감을 나눈 것이다. 이대호는 "금액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없었다. 가벼운 이야기를 하며 식사만 했다. 17일 구단과 다시 만나 그 때 금액을 알려주겠다"고 밝혔다. 또한 이 부장은 "이대호의 롯데와 팬들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국내 최고 대우를 해 주겠다는 구단의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일단 이대호와 롯데의 첫 만남은 가벼운 탐색전이었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이미 일본프로야구 오릭스 버팔로스가 이대호에 대한 공개적인 관심을 드러내고 있지만 이대호는 "구단 제시액이 만족스러우면 19일 안에 도장을 찍을 수 있다"고까지 밝혔다.

한편 '국민타자' 이승엽은 지난달 19일 전격적으로 국내 복귀를 선언했다. 4일 일본에서 영구 귀국한 이승엽은 고향팀 삼성으로의 복귀가 유력한 상황이다. 2003년 시즌 종료 후 일본 진출을 선언했던 이승엽은 지바 롯데 마린스-요미우리 자이언츠를 거쳐 오릭스 버팔로스까지 8년 동안 일본 무대에서 활약을 펼쳤다.
국내 잔류와 일본 진출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는 이대호의 현재 모습은 8년 전 현해탄을 건넜던 이승엽과 닮은 점이 있다. 하지만 분명 차이점도 존재한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두 거포의 운명의 교차점은 어디였을까.
▲ 이대호-이승엽, 이 점이 닮았다
두 타자의 공통점은 일단 국내 무대에서 더 이상 이룰 게 없다는 점이다. 이대호는 2006년 타격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데 이어 2010년엔 도루를 제외한 공격 전부문의 타이틀을 휩쓸며 전무후무한 7관왕에 올랐다. 또한 2010년 9경기 연속 홈런을 기록하며 세계 신기록을 수립하기도 했다. 올 시즌 이대호는 삼성 최형우에 홈런과 타점 타이틀을 내줬지만 타율(.357), 출루율(.433), 최다안타(176개) 등 3관왕에 오르며 절정에 오른 기량을 뽐냈다.
이승엽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승엽은 한국 프로야구에서 뛴 9년 동안 홈런왕 5차례,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5회에 오르는 데 성공했다. 이승엽의 9년 통산 홈런은 324개, 연 평균 36개씩 담장 바깥으로 공을 넘겼다. 특히 이승엽은 2003년 56개의 홈런을 쏘아 올리며 아시아 홈런 신기록을 수립하는 데 성공했다.
2003년 시즌 종료 후 이승엽은 일본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 입단을 발표한다. 계약 금액은 2년간 계약금 1억엔에 연봉 2억엔 등 5억엔(당시 55억원). 국내 잔류와 일본 진출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는 이대호가 만약 롯데와의 협상에 실패하고 일본 무대 진출을 모색할 경우 오릭스로부터 2년 5억엔(73억원)을 제시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엔고로 인해 실제 금액은 차이가 나지만 2년간 5억엔이라는 기준은 같다.

▲ '왠만하면 잔류' vs '큰 무대 도전', 이것이 다르다
반면 차이도 존재한다. 이대호는 여러차례 "롯데에서 제 가치를 올바르게 판단해 준다면 잔류하겠다"는 뜻을 드러내고 있다. 15일 롯데와의 첫 만남에서도 이대호는 "구단 제시금액이 만족스러우면 우선협상기간(19일) 이전에 도장을 찍겠다"고 언급했다.
관건은 이대호와 구단 사이의 간격을 좁히는 것이다. 구단은 "심정수 이상(4년 60억원+알파) 보장해 줘 국내 최고 대우를 해 주겠다"고 공언한 상황. 구단에서 제시할 알파의 금액에 따라 이대호의 잔류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의 분위기를 봤을 때 이대호는 조건만 맞는다면 롯데와 재계약을 맺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반면 이승엽은 해외 진출에 대한 굳은 결심을 갖고 있었다. 당시 삼성은 이승엽을 붙잡기 위해 100억원까지 준비했으나 이승엽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 이승엽은 처음엔 메이저리그 진출을 모색했으나 쉽지 않자 일본 프로야구로 선회, 결국 지바 롯데와 계약을 체결했다. 이승엽은 당시 지바 롯데 감독이었던 보비 발렌타인에게 미국 야구를 배운 뒤 또 다시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겠다는 뜻을 드러냈었다.
▲ 두 거포의 인연, 어디에서 이어질까
이대호가 국내 잔류를 선택할 경우 2012년 프로야구는 또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할 전망이다. 바로 국내 복귀를 앞두고 있는 이승엽과의 '신구 거포' 대결이다. 이승엽이 한국을 떠난 이후 이대호가 지난해 44홈런을 치기 전까지 단 한명도 40홈런을 넘기지 못했었다. 올 시즌 홈런왕 최형우 역시 30개를 기록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좌·우타 거포의 정면 대결은 700만 관중 돌파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만약 이대호가 일본에 진출해도 둘의 인연은 이어진다. 이승엽이 15홈런을 기록했지만 오릭스는 팀 홈런이 75개에 그칠 정도로 거포에 목말라있다. 오릭스가 이대호에 적극적인 구애를 하는 것도 우타 빅뱃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대호가 오릭스에 입단한다면 이승엽의 뒤를 이어 한국인 거포의 위용을 뽐낼 지도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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