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중에도 다시 마무리로 가면 안 되겠냐고 하더라".
2년 전 신인왕이 되었던 젊은 마무리 투수는 155km 이상의 빠른 직구를 던지고 싶어했다. 그러나 이제는 움직임이 좋은 투심 패스트볼을 앞세운 선발 투수로 제대로 된 변신을 꾀한다. 김진욱 두산 베어스 감독이 5년차 우완 이용찬(22)을 '투시머(two-seamer)' 특화 선발 투수로 키우고자 하는 뜻을 밝혔다.
지난 10월 9일 두산의 제8대 감독으로 공식 확정된 이후 3일 마무리 훈련 시작과 함께 선수단을 두루 살피고자 노력 중인 김 감독. 특히 이용찬의 경우는 팔꿈치-어깨 통증이 있던 관계로 2군에 보내 특별 관리를 맡기기도 했다.

"올해 보직을 변경하면서 이전보다 많은 공을 던지며 부하가 오기도 했고. 뭔가 맞물리는 느낌이 나오지 않아 특별 관리 대상으로 선정해 베어스필드(경기도 이천 소재)로 출퇴근 시켰던 바 있다. 다행히 빠르게 투구체계가 잡혀가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2007년 장충고를 졸업하며 계약금 4억5000만원의 거물 1차지명으로 입단했던 이용찬. 지난해까지 2년 간 51세이브를 올린 동시에 구원왕 타이틀과 신인왕 타이틀까지 석권했던 이용찬은 올 시즌 중 선발로 보직 변경해 28경기 129이닝 6승 10패 평균자책점 4.19를 기록했다. 경기 당 투구수가 많은 편이었고 시행착오도 겪었으나 어느 순간 집중타는 피해가는 선발형 유망주로 변해갔던 이용찬이다.
특히 이용찬은 올 시즌 후반기부터 포심 패스트볼보다 투심을 적극적으로 구사하기 시작했다. 최고 구속은 이전에 비해 3~4km 정도가 떨어졌으나 타자 시야에서 시계 방향으로 꺾여 떨어지는 각이 좋아 땅볼 유도 수가 많아지기도 했다.
"포심 구속에 몰두하던 (이)용찬이에게 국내 뿐만 아니라 미-일 에이스들의 공을 잘 보라고 주문한 적이 있었다. 다르빗슈 유(니혼햄)가 때로는 포심 세 개로 3구삼진을 잡아내기도 하지만 이는 투구 패턴과 관련한 것이었다. 다음 타자에게는 다른 공으로 현혹시키기 위한 방법 중 하나였다".
김 감독이 예로 든 다르빗슈는 높은 타점에서 나오는 150km 이상의 포심 뿐만 아니라 원심 패스트볼-포크볼-커브 등 다양한 구질을 구사, 일본 최고 우완으로 손꼽히며 메이저리그의 이목까지 집중시키는 인물. 반면 이용찬의 경우는 포심 위주로 가려다 제구가 높아지는 경우가 많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팔꿈치나 어깨에 무리가 가서 고생하는 파워피처가 많았다. 그 과정들을 보면 변화구가 아니라 포심을 너무 세게 던지려다 당하는 부상이 대다수다. 특히 올 시즌 중 용찬이는 어깨 피로도가 높아 오른 어깨가 일찍 열리다보니 공도 대체로 높게 날아들었다".
사실 이용찬은 올 시즌을 보내면서 팔꿈치 통증으로 인해 정상 투구가 어려웠다. 그러나 전열 이탈자들이 줄줄이 속출했던 팀 사정 상 이용찬은 자신의 통증을 숨기고 로테이션을 지켰다. 그러다보니 어깨에도 무리가 갔고 투구 밸런스도 미묘하게 무너졌던 것.
"시즌 중 용찬이가 다시 마무리로 돌아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투구 스타일이 오히려 선발로 알맞고 더 잘, 오래 뛰기 위해서는 선발 투수가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이용찬 또한 선발로 뛰어주길 바라는 감독의 이야기에 수긍하며 재활에 집중하고 있다.
"후반기 용찬이가 투심 위주의 투구로 패턴을 다양화 한 것은 굉장히 좋게 보고 있다. 아마 다음 시즌 용찬이의 투구패턴이 많이 바뀔 것이다. 잘 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건강한 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비시즌 동안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한 재활센터에서 몸을 만들 예정인 이용찬. 쉽지 않았던 과도기를 거친 뒤 본격적인 '풀타임 선발'로 2012년을 준비하는 이용찬이 '김진욱호' 두산의 히트상품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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