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수인가, 아니면 선발투수인가.
선동렬 신임 감독이 미야자키 가을 마무리 훈련을 통해 투수들의 가능성을 파악하고 있다. 이 가운데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대목은 바로 2012년 소방수의 이름이다. 과연 누구를 소방수로 기용할 것인지 팬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아직은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
다만 선동렬 감독은 부임 직후 소방수 낙점에 관련해 "일단 선발투수 가운데 가장 좋은 구위를 가진 한 명을 소방수로 낙점할 것이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윤석민을 필두로 두 명의 외국인투수, 양현종, 서재응 등이 후보로 꼽힌다.

그러나 단순한 기준일 뿐이다. 마땅한 후보를 낙점하기도 어렵다. 가장 뛰어난 윤석민은 선발 에이스로 사실상 정해졌다. 외국인 투수 2명은 무조건 선발투수로 기용한다. 서재응은 연투부담이 걸리는 대목. 다만 양현종은 구위로만 보자면 소방수로도 가능하지만 제구력이 부족하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눈길은 한기주에 쏠리고 있다. 한기주는 수술 공백을 제외한 최근 4시즌 동안 소방수로 뛰었다. 그러나 내년 시즌부터 선발투수로 나설 계획이었다. 전임 조범현 감독이 선발투수로 일찌감치 내정했다. 그러나 선동렬 감독이 들어서면서 모든 것은 백지화된 상태이다.
투수조련에 일가견이 있는 선동렬 감독은 불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스타일이다. 이런 점에서 소방수는 자신의 의지대로 가장 뛰어난 구위를 가진 투수에게 맡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한기주가 낙점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한기주가 소방수 보다는 선발투수를 선호하고 있다.
한기주는 150km대의 직구를 가지고 있어 소방수로는 최적임자로 꼽혔다. 전력피칭을 한다면 쉽게 공략하기 어렵다. 그러나 볼이 단조롭게 가운데로 몰리는 편이다. 상대타자들이 난공불락이라고 여기지는 않는다. 따라서 선발투수로 나선다면 완급피칭이 가능하고 투심패스트볼과 체인지업과 커브까지 구사하면서 마운드를 길게 운영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대안으로 거론되는 투수가 바로 김진우이다. 김진우는 준플레이오프에서 소방수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낙차 큰 커브의 위력을 확연히 보여주었다. 145km대의 직구 스피드를 되찾는다면 소방수로 기용해도 무방할 것이라는 주변의 평가가 있었다. 다만 김진우 역시 제구력에 약점이 있고 직구의 스피드 회복이 관건이다.
그러나 보직에 관계없이 한기주의 진화에 대한 관심도 크다. 선동렬 감독을 만나 어떻게 좋아질 것인지에 대한 기대감이다. 선 감독은 한기주에 대해 "좋은 볼을 던진다. 그러나 하체를 이용한 피칭을 잘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한기주가 상체위주의 피칭에서 벗어나 하체를 이용한 투구를 한다면 더욱 무서운 투수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한기주는 지난 14일 오른손 중지수술을 받았다. 재활은 4~5주 정도 걸린다. 이번 미야자키 가을 마무리 캠프에 참가하지 못했다. 내년 1월 시작하는 동계훈련부터 본격 훈련을 받는다. 적어도 한기주의 보직은 내년 스프링캠프에서 결정날 것으로 보인다. 어떤 형식이든 선 감독과의 면담도 이루어질 것이다. 과연 한기주의 정착지가 어디가 될 것인지 팬들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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