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극 '천일의 약속' 시청자들이 남자 주인공 김래원을 향해 눈을 흘기고 나섰다. 진정한 사랑 서연(수애 분)을 지키기 위해 정혼자 향기(정유미 분)까지 버렸지만 멋지기보다 밉상으로 비춰지는 게 사실. 김래원의 우유부단한 민폐형(?) 캐릭터가 공감되지 않는다는 평가들이 지배적이다.
지형(김래원 분)은 여느 멜로드라마 속 백마 탄 왕자나, 지고지순 순애보의 주인공처럼 멋들어진 모습이 아니다. 어린 시절부터 정혼자나 다름없던 향기를 배신하고 부모의 속을 썩이면서도 비밀리에 열애했던 서연을 향해 깊은 미련이 남았다. 미련인지 사랑인지 아직은 정의하기 어려운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너무나 힘든 길을 걷고 있다. 정혼자 대신 진짜 사랑을 택했지만 시청자들은 박수를 보내기보다 오히려 공감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향기와의 결혼식 당일까지 부모와의 연락을 두절한 채 스스로의 감정을 추스른 데 급급했고 결국 치매에 걸린 서연과 결혼하겠다고 까지 선언했다. 얼핏 들으면 멋있을 법한 이 캐릭터가 '밉상'이 된 것은 왜일까.
한 여자를 지켜내고 사랑에 몰두하는 남자의 모습은 아름다울 뻔 했다. 하지만 극중 서연이나 향기, 심지어 지형의 부모는 물론 그들을 둘러싼 모든 주변 인물들이 시청자들의 지지와 공감을 얻어내는 반면 지형은 이상하리만치 미움을 사고 있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향기에게 너무 했다", "수애를 포기할 땐 언제고 치매에 걸렸다니까 지켜주겠단다. 말도 안 된다", "사랑을 빙자해 자기 욕심만 채우는 이기적인 남자다", "지형의 캐릭터가 너무 답답하다" 등과 같은 부정적인 의견들이 꽤 많이 보인다.

그래서일까. '천일의 약속'은 시청률 답보 국면에 접어든 분위기다. 방송 초반 매회 시청률 상승세를 보이며 흥행 무드를 조성했던 이 작품은 시청률 20% 고지를 앞두고 다소 헤매는 느낌. 15일 방송분은 17.2%(AGB닐슨,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물론 월화극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20%의 벽을 넘지 못한다면 향후 흥행 전선도 쾌청하다 장담할 수 없다.
'천일의 약속'이 시청률 상승세에 힘을 더하려면 일단 지형 캐릭터에 대한 시청자들의 공감과 지지가 우선이 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치매에 걸린 서연에 대한 관심이나 공감만으로 이 드라마를 애청하기엔 지형의 얘기가 너무나 무겁고 답답하다. 향기나 주변 인물들의 모습을 보고있자면 속터지고 마음 아픈 게 마찬가지다. 이제 서형의 사랑이 얼마나 아름답고 고귀한지, 그의 선택이 왜 타당한 지에 대한 조금은 친절하고 멋진 스토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야 시청률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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