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팀에서 저를 써주시고 만들어주셨다면 내년은 내가 나를 만들어가는 해다. 내년을 기대해달라".
16일 구리시에 위치한 LG 트윈스 선수 숙소에 만난 서동욱(27)은 밝았다. 지난달 오른팔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잘 끝내고 재활 훈련 중이던 그를 만나 '서동욱의 2011년'을 알파벳으로 풀어봤다.
▲ Autumn… 아쉬운 '가을 야구'

서동욱은 올 시즌 누구보다도 팀의 성적이 아쉬울 법 했다. 팀 동료들의 줄부상으로 빈 그라운드를 메우기 위해 누구보다 많은 포지션을 소화했던 그였다. 서동욱은 "올 시즌이 풀타임으로 뛴 첫해라 힘든지도 모르고 지나갔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팀은 아쉽게도 9년째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고 추운 가을을 맞았다.
그러나 서동욱에게 가을은 색다른 의미다. 그는 "가을은 날씨도 좋고 시즌이 끝났기 때문에 부담감도 적어서 개인적으로 가장 야구 실력을 늘릴 수 있는 시기"라며 바쁜 훈련 스케줄을 즐겁게 받아들였다. 서동욱은 "물론 내년 이맘때 올해처럼 보내진 않을 것이다. 팀이 진짜 '가을 야구'를 할 것 같다"고 웃었다.
▲ Burden… 성장과 기대, 부담
서동욱은 2004년 KIA에 입단한 후 지난해까지 1군에서 155경기에 출장했다. 그러나 올 시즌에만 112경기에서 출장 기회를 잡았다. 서동욱은 "나는 원래 주전이 아니기 때문에 내 자리라는 게 없었다. 남의 자리에서라도 내 실력을 발휘하자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운좋게 잘 돼서 다행"이라고 풀타임 첫 시즌을 돌아봤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다. 스위치 타자에 대한 기대와 팬들의 과한 성원은 부담이 됐다. 서동욱은 "팬들의 응원은 감사하다. 하지만 처음에는 부담이 됐다. 악성 댓글에 상처받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잘하면 악성 댓글이 줄더라. 내년에는 더 잘해서 응원에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 Catcher… 포수 미트로 나타난 의지
그는 얼마 전 글러브를 맞추는 곳에 포수 미트를 주문했다. 이제 드디어 포수로까지 진출? 서동욱은 "그런 건 아니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포수 미트는 그의 의지다. 그는 "지난 시즌 보니 (최)정이, (김)강민이 형 등 가끔 선수들이 포수로 뛰더라. 그래서 나도 야수 뿐 아니라 포수로도 언제든 나설 수 있다는 것. 포수 미트가 준비돼 있다는 것을 팀에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가방 속에 이미 포지션별 글러브가 5개나 있다는 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 거기에 그는 그의 '출장 의지'를 하나 더 추가했다.

▲ Defence… 멀티 내야수, 서동욱
"투수, 포수, 중견수, 유격수 빼고는 다 했다". 서동욱은 올 시즌 팀내 가장 많은 포지션을 소화한 선수다. 8개 팀을 통틀어서도 한 시즌 5개의 수비 위치에 선 선수는 극히 드물다. 그는 "팀이 어려워서 어쩔 수 없었지만 좋은 경험을 했다. 7년을 놀았기 때문에 이제는 기회가 왔을 때 무조건 잡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많이 뛰면서 내년을 위해 보강해야 할 것도 늘어났다. 서동욱은 "오랜 시간 그라운드에 서있다 보면 집중력이 가끔 흐트러질 때가 있다. 하지만 나는 매번 다른 포지션을 소화하기 때문에 누구보다 더 집중해야 한다. 집중력을 키우고 싶다"고 내년 시즌 성장을 위한 각오를 다졌다.
▲ Elbow… 팔꿈치 수술
서동욱은 지난달 29일 김진섭 정형외과에서 오른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그는 "가끔 아프다는 느낌은 있었는데 올초 병원에 갔더니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 하지만 나까지 빠질 수 없어서 그냥 참고 뛰었다"고 말했다. 스위치 타자인 그가 시즌 중반부터 좌타자로 뛴 것도 오른팔을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이제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서동욱은 내년 시즌 타격 향상에 대한 설렘이 가득했다. 그는 "이제 아프지 않으니 내년에는 좌타자로도, 우타자로도 원하시는 만큼 보여드리고 싶다. 스위치 타자는 절대로 버리고 싶지 않다. 내 장점이고 내 욕심이다"라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Future… 미래를 달리는 청년
그는 "사실 올 시즌에 대한 이야기는 하기 싫다. 이제 힘든 시간은 지나갔으니 내년만 바라보고 싶다"고 말했다. 올 시즌 그는 팀 사정과 코치진의 결정에 따라 여러 포지션으로 출장했다. 그는 "올 시즌은 그냥 모르고 부딪혔다. 팀에서 올 시즌 나를 만들어줬다면 내년은 내가 나를 만들어가겠다. 내년에는 부상 없이 한해를 제대로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팀 성적에 대한 생각도 긍정적이었다. 서동욱은 "원래 내 예상이 잘 맞는 편인데 내년 우리 팀에 대한 예상이 좋다. 김기태 감독님이 카리스마가 있는 분이시고 선수들도 열심히 하고 있어 내년에는 진짜 4강에 들 것 같다"고 내년 시즌을 그렸다.
그는 "나는 운이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절대로 그냥 '운 좋은 선수'가 아니다. 항상 무엇을 할지, 뭘 배울지 생각하느라 바쁘다는 그는 노력 끝에 운을 만들어낸 선수였다. 스스로도 "열심히 하다보면 운이 따라오더라"고 말하던 서동욱. 그가 부지런히 만들어갈 내년 시즌이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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