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10년 전이네요".
한화 유격수 이대수(30)에게는 아득한 시절이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이었던 2001년 12월 골든글러브 시상식. 당시 SK는 1군과 2군 선수전원이 참석했다. 그 자리에는 신고선수 이대수도 있었다. "그때 나는 언제 저 자리에 오를 수 있을까 싶었다. 선수라면 누구나 시상식의 주인공이 되고픈 꿈이 있을 것이다. 나도 그랬었다". 이대수는 올해 당당히 골든글러브 유격수 후보로 10년 만에 시상식에 참가한다.
▲ 누락된 신고선수

이대수는 올해로 10년차가 됐다. 그런데 정확히 따지면 11년차다. 군산상고 졸업을 앞둔 1999년 말 그는 쌍방울 신고선수로 들어가기로 되어있었다. 그러나 쌍방울이 해체된 뒤 SK가 창단하는 과정에서 신고선수 이대수는 없었다. 1년을 말 그대로 연습생 신분으로 보낸 그는 2001년에야 어렵사리 SK의 신고선수로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정식 등록됐다. 그리고 이듬해 정식선수로 1군 무대를 밟았다.
위기는 한 번 더 있었다. 2004년쯤이었다. 매해 프로야구단에서는 정리 해고의 시기가 있다. 새로운 선수들이 들어오는 만큼 나가야 한다. 2군에서 3~4년을 보낸 그 시기 이대수도 정리 대상이 된 시절이 있었다. 그는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코치님들끼리 나를 놓고 정리해야 되냐 말아야 되냐 팽팽하게 의견이 맞섰다고 들었다. 그래도 성실한 것 하나로 넘어갔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당시 SK에는 드림파크라는 전용연습장이 있었다. 숙소와 연습장이 함께 붙어있었는데 최상급 시설을 자랑했다. 이대수는 "그 곳에서 정말 열심히 훈련했다. 남들이 외박하러 나갔을 때도 남아서 훈련했다. 배팅볼 기계도 있고, 혼자서도 마음 먹으면 얼마든지 훈련할 수 있었다. 코치님들이 그 부분을 좋게 봐주신 듯하다"고 지난날을 떠올렸다.
▲ 누군가의 꿈과 희망
이맘때 프로야구 선수들은 두 가지 분류로 나뉜다. 시즌 동안 체력을 소모한 주력 선수들은 충분한 휴식과 적절한 훈련으로 몸을 가다듬는다. 반면 그렇지 않은 선수들은 마무리훈련이라는 명목아래 고된 훈련을 받는다. 특히 갓 입단한 신인과 신고선수들이 집중훈련 대상이다. 요즘도 대전구장에서 몸을 푸는 이대수에게는 어려운 처지의 신고선수들이 눈에 밟힌다.
이대수는 "내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신고선수들을 보면 괜히 더 마음이 가더라"며 애잔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난 정말 잡초다. 맨밑바닥 연습생부터 시작해서 백업과 주전으로 조금씩 올라왔다. 정상의 자리를 빼면 경험 해보지 않은 게 없다. 지금 어려운 처지에 있는 선수들에게 꿈과 희망이 될 수 있다면 감사한 일이다. 누구든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대수는 올해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122경기에서 타율 3할1리 8홈런 50타점 8도루. 모든 공격 카테고리에서 데뷔 후 최고 성적을 냈다. 후반기 리그에서 가장 높은 타율 3할9푼4리로 무섭게 휘몰아쳤다. 프로야구 사상 16번째 규정타석 3할의 유격수. 올해 이대수의 활약이 없었다면 한화의 탈꼴찌도 없었다. 한대화 감독이 꼽은 팀 내 야수 MVP이기도 하다.

▲ 계속되는 도전
그는 김상수(삼성) 김선빈(KIA) 등 한참 어린 선수들과 골든글러브를 놓고 경쟁한다. 개인 성적에서는 뒤질게 없지만, 한국시리즈 우승을 등에 업은 김상수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이대수는 "상수나 선빈이는 나이가 어리지만 정말 잘 한다. 재능을 타고난 친구들"이라며 "내게는 그런 재능이 없었다. 선수 생활 동안 위기도 많았다. 재능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은 훈련밖에 없었다"고 했다.
골든글러브에 대한 욕심도 없다면 거짓말이다. 그는 "선수라면 누구나 받고 싶을 것이다. 10년 전 참가한 시상식에서 막연히 생각한 꿈이었는데 이 자리까지 오게 될 줄은 몰랐다"며 후보에 오른 것 자체만으로도 감회가 새로운 듯했다. 하지만 이대수는 "아직 난 부족하다. 정상의 자리에 오를 때까지 노력하고 또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성적은 최고이지만 만족을 전혀 모른다. 한화에서 유격수로는 유일하게 골든글러브(1990년)를 수상한 장종훈 타격코치는 "올해 성적만 놓고 보면 대수가 유격수 중 최고"라며 "난 방망이 하나로 받은 것이다. 대수는 수비도 좋다"고 지지했다. 이대수의 올시즌 실책은 단 10개. 올해 100경기 이상 출장한 유격수 중 가장 적은 수치다.
이대수는 "나이 어린 친구들이 많지만 나도 서른밖에 되지 않았다. 주위에서는 나이가 많은 줄 알지만 그렇지 않다. 나도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입술을 깨물었다. 남다른 우여곡절이 많아 베테랑 느낌이 물씬 풍기는 이대수. 그는 앞으로도 보여줄게 많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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