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느냐 바꾸느냐.
8개 구단이 FA 우선협상기간을 맞아 한창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선수의 거취를 놓고 고민에 들어갔다. 이유는 25일까지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보류선수 명단을 제출해야 하는데 내년도 함께 할 예정인 선수까지 포함시켜야 재계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8개 구단은 전원 재계약, 1명 잔류·1명 교체, 전원 교체 등의 갈림길에서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여전히 외국인투수가 강세를 보였던 올 시즌 이었지만 내년엔 외국인선수에 한해서 '투존타비' 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과감하게 영입했던 외국인타자의 활약이 기대에 못 미친 까닭이다.

▲ 투수 전원 재계약 유력…삼성, LG
올해 우승팀 삼성은 통산 5번째 우승을 달성하는 데 교체되어 들어온 두 외국인투수 덕을 봤다. 시즌 중반 팀에 합류한 덕 매티스와 저스틴 저마노는 10승(3패)을 합작했고, SK와의 한국시리즈서도 좋은 활약을 펼쳤다. 일단 삼성은 내부적으로 두 선수와 재계약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프로야구에 어느정도 적응했고, 검증도 마쳤기에 내년 시즌에도 함께 할 예정이다.
LG 역시 레다메스 리즈와 벤자민 주키치를 내년 시즌에도 운용할 계획이다. LG의 '외국인선수 잔혹사'를 매듭지은 두 선수는 리즈 11승(13패), 주키치 10승(8패)를 거두며 한국 무대에 안착했다. 성적 뿐 아니라 적응력과 프로의식 등을 보여줘 LG에서는 일찌감치 두 선수를 잡아달라고 요청했다. 두 선수 역시 내년에도 한국에서 뛰고 싶다는 뜻을 표했으므로 재계약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 1명 잔류, 1명 교체 유력…롯데, 두산, 한화, 넥센
롯데, 두산, 넥센 등 세 구단은 일단 외국인투수 한 명씩 안고 갈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라이언 사도스키와는 재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높지만 크리스 부첵은 돌려보내고 다른 선수를 노린다. 15승을 거뒀던 장원준이 경찰청 입대로 전력에서 이탈되므로 에이스 역할을 해 줄수 있는 좌완 투수를 노리는 상황이다.
두산 역시 일찌감치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와의 재계약 방침을 굳혔다. 니퍼트는 평균자책점 2.55를 기록하며 윤석민에 이어 이 부문 2위에 오르는 등 제 역할을 다 해줬다. 여기에 프로 선수로서의 자세와 두산 동료들과 융화도 돼 '효자 용병'으로 손꼽혔다. 니퍼트 역시 재계약에 긍정적인 자세다. 다만 시즌 중반에 두산 유니폼을 입었던 페르난도 니에베는 내보낸다. 대신 두산 김진욱 감독은 마무리 투수로 활약 가능한 투수를 구단에 요청했다.
한화는 '불펜 에이스' 데니 바티스타와 내년 시즌도 함께 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카림 가르시아는 현재 보류 상태다. 가르시아는 시즌 중반 합류해 18홈런 61타점을 쓸어담으며 거포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렇지만 한화는 우선 투수력 보강이 더 시급하다. 한화는 가르시아를 대체할 투수를 찾는 중이지만 만약 마땅한 선수가 없을 시 가르시아와 재계약을 맺을 가능성도 남아있다.
올 시즌 최하위 넥센은 1선발로 활약한 브랜든 나이트와 1년 더 함께하기로 했다. 나이트는 비록 15패를 당하며 리그 최다패의 수모를 안았지만 타선 지원이 부족해던 점도 있었고, 한 번도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으며 팀 내 최다이닝(172⅓이닝)과 최다승(7승)을 올린 점을 인정받았다. 반면 '유이'한 외국인 타자였던 코리 알드리지는 붙잡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선발투수가 부족한 넥센은 이미 현지에 스카우트를 파견, 선수 물색작업에 들어갔다.
▲ '이 참에 다 바꿔?' SK, KIA
SK는 개리 글러버와는 재계약을 하지 않을 방침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SK는 이번 포스트시즌 내내 선발투수 부족에 시달렸으나 글로버는 아예 엔트리에도 넣지 않아 결별 수순을 밟고 있음을 암시했다. 다만 브라이언 고든의 재계약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보여준 바대로 5이닝까지는 훌륭하게 막지만 이후 급격하게 무너지는 모습을 노출했다. SK는 만약 기존의 두 선수를 모두 교체한다 하더라도 투수를 영입할 가능성이 크다.
프랜차이즈 스타인 선동렬 감독을 영입한 KIA는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선 감독의 요청에 따라 아킬리노 로페즈와 트레비스 블렉클리의 교체가 결정되었다. 선 감독은 대신 선발투수 영입을 요청했다.
▲ 2012년, 역대 최초 외국인선수 전원 투수 가능성
1998년 국내 프로야구에 처음으로 외국인선수제도가 도입된 이후 올해까지 14년간 총 226명의 외국인선수가 다녀갔다. 그리고 그 동안 외국인타자가 단 한 명도 없었던 적은 없었다. 최근 타자 대신 투수를 선호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가르시아, 페타지니 등이 한 방을 책임지며 팀 승리에 공헌했다.
하지만 현재 분위기로는 내년 시즌은 단 한명의 외국인타자도 뛰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삼성에서 뛰었던 라이언 가코는 '나믿가믿'이라는 유행어만 남긴 채 계속된 부진에 짐을 싸야했고, 알드리지는 20홈런 73타점으로 중심 타자 역할을 했지만 타율은 2할3푼7리에 그쳤고 139개의 삼진을 당해 최다 삼진이라는 수모를 당했다. 가르시아는 결정적인 한 방을 보여주며 해결사 본능을 뽐냈지만 투수력이 당장 시급한 한화이기에 재계약을 장담할 수 없다. 지금과 같은 '투수 품귀' 현상이 이어진다면 당분간 외국인선수 추세도 투수로 고정될 가능성이 높다.
cleanu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