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관계자가 본 정대현의 가치는?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1.11.17 06: 49

미국프로야구(MLB) 모 구단이 FA 투수 최대어 정대현(33)의 신분 조회를 요청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6일 MLB 사무국으로부터 정대현에 대한 신분조회 요청을 받았으며 현재 FA 신분임을 확인시켜줬다. 이어 오는 20일 이후 해외구단과 협상 및 계약이 가능함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단순히 제스쳐에 불과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신분조회의 의미는 '영입의사'를 나타낸다.
일단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신분조회를 신청한 것은 30개 구단 중에서 최소 한 팀 이상이 정대현에게 구체적인 관심을 보였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보통 신분 조회는 사무국을 통해서 신청하면서 특정 팀을 밝히지 않고 있다.

OSEN은 이미 지난 5일자 'ML, FA 정대현을 눈여겨보고 있다'는 기사를 통해 메이저리그에서 신분조회 가능성을 예상했다. 당시 OSEN과 통화를 한 복수의 구단이 정대현에게 관심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정대현의 ML행 가능성은?
그렇다면 메이저리그에서 정대현에게 얼마만큼의 관심이 있는 것일까. 단순히 호기심일까. 아니면 구체적인 금액을 제시해 계약까지 원하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호기심과 진정함의 중간 정도로 볼 수 있다.
정대현이 경희대 재학시절부터 미국 구단들로부터 관심의 대상이 됐다. 빠른 볼을 구사하지는 않지만 언더핸드 투수라는 이점을 충분히 살린 피칭을 하는 정대현으로 평가 받고 있다. 특히 완급조절에서 나오는 싱커와 커브는 좋은 제구력을 바탕으로 하는 만큼 불펜에서 활용도가 높다.
특히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 참가한 정대현은 미국전에만 두차례 등판했다. 예선에서 7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고 준결승전에서는 6⅓이닝 2실점으로 강한 임팩트를 남기며 일찌감치 미국 킬러로 명성을 떨쳤다.
정대현은 2001년 SK에서 프로에 데뷔, 11시즌 동안 통산 477경기를 뛰며 32승22패 99세이브 76홀드 1.93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그 사이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09년 제2회 WBC에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출전, 여전한 국제용 이미지를 쌓았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지난 30년 동안 한국프로야구에서 뛰다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한국 선수는 단 한 명도 없다는 점이다. 최향남이 몇 차례 시도했지만 마이너리그에서만 뛰다 끝내 한국으로 복귀했다. 한화에서 뛰던 외국인 투수 브래드 토마스만이 한국프로야구에서 뛰다 메이저리그 계약을 맺었다. 구대성과 이상훈은 일본을 거쳐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그래서일까.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한국프로야구 출신 선수들의 메이저리그에서 통계가 전혀 없어 영입을 주저한다.
일본프로야구에서는 노모 히데오(43), 이치로 스즈키(38), 마쓰이 히데키(37), 마쓰자카 다이스케(31) 등 수십 명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구단들도 어느 정도 성적을 낼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다. 노모는 메이저리그에서 123승을 거뒀고, 이치로는 메이저리그 최고 톱타자 중 한 명으로 10년 넘게 맹활약했다.
지난 2월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브라이언 세이비언 단장 역시 "한국에도 좋은 선수들이 있다는 것은 안다. 그러나 이들이 미국으로 오지 않아서 어느 정도 실력인지 가늠하기 힘들다"고 말한 적이 있다.
즉, 정대현의 신분 조회는 호기심보다는 조금 더 깊은 관심이 묻어나는 진정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ML 구단들이 생각하는 정대현의 임무는?
2개 구단 모두 정대현의 보직에 대해 "불펜투수로서 원포인트 릴리프 정도로 보고 있다. 길게는 1이닝까지 보고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메이저리그에 와서 실력을 증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구단은 "정대현의 직구 구속이 87마일(140km)을 넘지 않는다. 최고 구속이 너무 낮다. 물론 공 끝의 움직임이 좋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구속이 낮다는 점은 우리에게는 위험요소다"라고 설명했다.
B구단은 "정대현이 제구력이 좋다고 보여졌다. 그러나 수치상으로 놓고 볼 때 사사구 비율이 높다"면서 "불펜에서 나온 투수가 볼넷이 많다는 것은 약점이 될 수 있다"는 뜻을 나타냈다.
이들이 정대현을 원포인트 또는 중간 계투로 활용하려는 데는 이유가 있다. 메이저리그는 30개 팀이 아메리칸리그와 내셔널리그로 나뉘어 있다. 여기 동부, 중부, 서부로 6개 지구로 또 다시 분리해 지구 위주로 많은 경기를 펼친다.
각 팀에는 오른손 거포가 꼭 중심타선에 포진이 되는데 현재 정대현에게 관심을 나타낸 팀들은 경기 막판 오른손 거포를 상대할 때 정대현을 활용하겠다는 계산을 한 것이다.
▲문제는 몸값! 얼마나 가능할까?
계약에 있어서 절대적인 요소는 돈이다. 선수가 원하는 금액에 얼마만큼 구단이 배팅을 하느냐가 사인 여부로 결정된다.
일단 정대현은 ""기회가 되면 미국에서 뛰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헐값에는 절대 가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그러나 미국 구단들은 일단 한국프로야구에서 직행한 선수들에 대한 데이터가 전무한 만큼 조심스런 반응이다.
17일 OSEN과 전화통화를 한 ML 관계자는 "정대현의 포지션이 선발 또는 마무리가 아닌 원포인트에 가까워 높은 연봉을 제시하기는 힘들다"는 뜻을 나타냈다. 그의 말을 바탕으로 정대현의 연봉을 추정할 경우 메이저리그 최소 연봉에 가깝다.
보통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원포인트 릴리프의 경우 최소연봉을 받는다. 대략 50만 달러(약 5억 원) 정도다. 정대현은 희귀함에서 나오는 성공 가능성은 높지만 메이저리그에서 확실히 보여준 것이 없기 때문에 밀리언달러가 되는 것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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