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하면 팀의 자랑거리이던 베테랑 언더핸드 투수와 창단 첫 해 신인왕이 된 주축 좌완을 모두 잃을 수도 있다. 상대 타자의 손을 가리지 않는 강력한 계투진을 앞세워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던 SK 와이번스 앞에 프리에이전트(FA) 암초가 나타났다.
SK는 현재 FA 시장의 두 거물계투 정대현(33)과 이승호(30. 20번)가 우선 협상기간을 넘겨 시장 평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서 '미국 잡는 잠수함'으로 혜성이 된 정대현은 프로 통산 477경기 32승 22패 99세이브 76홀드 평균자책점 1.93을 기록, 조웅천 코치와 함께 SK를 대표하는 잠수함 투수로 명성을 떨쳤다.
국내 프로 무대서 10년 이상 꾸준히 뛴 투수 가운데 통산 1점 대 평균자책점은 선동렬 KIA 감독(평균자책점 1.20)과 함께 유이한 투수다. 2000시즌 창단팀의 소년가장이 되며 신인왕 타이틀을 차지한 이승호는 통산 374경기 73승 64패 41세이브 22홀드 평균자책점 3.87의 성적표를 남겼다.

이들은 국내 구단만이 아닌 해외 구단들의 관심을 끌고 있어 더욱 향후 행보가 주목되는 투수들이다. 정대현의 경우는 16일 MLB 사무국으로부터 신분 조회 요청을 받았다. 시즌 중 정대현의 공을 확인한 워싱턴 내셔널스를 비롯한 최소 2~3개 구단이 정대현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본 퍼시픽리그팀 오릭스도 세이부 마무리인 정통 언더핸드 마키타 가즈히사에 자극받아 정대현에 관심을 표하고 있다.
이승호의 경우는 2008년 이혜천(두산)의 구위를 확인하러 왔던 야쿠르트 스카우트진의 시선을 받은 뒤 일본 무대로부터 은근한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요코하마는 지난해부터 이승호에 대해 관심을 가졌고 심각하게 영입을 준비했던 바 있다. 아직 요코하마의 시선은 이승호의 왼쪽 어깨를 향하고 있다.
만약이라는 가정이지만 정대현과 이승호가 모두 해외 진출에 성공할 경우 SK는 보상금과 보상선수 없이 그들을 바다 건너로 떠나보내야 한다. 대승적 입장에서 그들을 떠나보내기는 전체적으로 계투진 누수가 심한 편이다.
긁히는 날에는 나무랄 데 없이 좋은 구위를 자랑하는 좌완 고효준은 군입대로 내년 전력에서 자연스럽게 제외된다. 좌완 릴리프 정우람이 내년에도 건재하지만 좌완 전병두는 어깨 회전근 재건 수술을 받아 내년 활약 여부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올 시즌 새로운 히트상품 중 한 명인 좌완 박희수는 다음 시즌 제대로 된 검증의 장을 거쳐야 한다. 군 제대한 윤길현과 소집해제 예정인 채병룡은 실전 감각 면에서 의문부호가 붙어있다. 정대현과 이승호가 해외진출에 실패한다 하더라도 SK는 그들이 팀에 보여준 공헌도에 걸맞는 적지 않은 액수를 제시해야 한다. 이미 실력파 계투 정재훈(두산)이 4년 28억원이라는 계약을 맺은 만큼 선수들의 자존심을 세워줘야 하기 때문이다.
탑클래스 좌완 에이스 김광현을 보유한 SK. 그러나 2000년대 말부터 그들이 정상권을 지킨 데는 강력한 계투진이 함께했다. 2011년 말 FA 시장 개막은 어쩌면 SK에 크나큰 위기일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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