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퇴출을 결정한 선수를 두고 심리전을 펼치는 치사한 사람이 아니다".
차일피일 미뤄지는 새 외국인 선수 영입 작업으로 인해 감독도 힘든 기색이다. 전창진 부산 KT 감독이 승리하고도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중도 퇴출을 기정사실화 한 '강백호' 찰스 로드 때문이다.
KT는 지난 16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서 벌어진 2011~2012 KB 국민카드 프로농구 2라운드 전자랜드전서 30득점 21리바운드로 활약한 '강백호' 찰스 로드를 앞세워 76-59로 승리했다.

KT는 이날 승리로 시즌 전적 10승 5패를 기록하며 선두 원주 동부(12승 2패)에 이어 두 번째로 10승 고지를 밟았다. 또한 이날 경기가 없던 안양 KGC 인삼공사(9승 5패)를 밀어내고 단독 2위 자리까지 올랐다. 10점을 올린 슈터 조성민이 3점슛 시도 7개 시도 중 단 한 개만을 성공시킨 난조 속에도 활발하게 제공권을 장악한 로드가 팀 승리 일등공신이 되었다.
그러나 로드는 이미 1라운드 초반부터 KT와의 이별이 결정되었던 선수다. 지난 시즌 활발한 움직임으로 재계약에 성공했던 로드는 시즌 전부터 몸 관리에서 지적을 받았고 팀 플레이가 결여된 모습까지 보이며 전 감독의 분노를 샀다.
경기 전 "새 외국인 선수를 아무나 데려올 수 없어 교체 작업이 늦어지는 것일 뿐이다. 나는 로드를 끝까지 기용하면서 선수 심리를 이용하는 치사한 작전을 쓰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항변한 전 감독. 경기 후 전 감독은 새 외국인 선수 영입 및 로드 퇴출과 관련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로드가 정말 잘해 줬다. 최근 감기 몸살로 상태가 좋지 않았는데도 정말 잘 해줬고 쓸 데 없는 플레이도 일삼지 않았다. 그러나 바꾸기로 결정한 만큼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다만 아무나 뽑을 수 없고 시즌은 계속 치러야 하기 때문에 로드를 기용하면서 잘못된 점이 있을 때 지시하는 것뿐이다. 다행히 그에 잘 따르고 있어줘서 고맙다".
로드 퇴출을 결정지은 후 KT는 NBA 드래프트 지명자 및 헝가리, 독일리그에서 뛰는 선수를 대상 후보로 놓고 있다. 그러나 NBA 직장 폐쇄 여파와 동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의 바이아웃 금액 문제가 달려있는 만큼 로드 교체가 쉽지 않다는 전 감독의 하소연이 이어졌다.
"2라운드 시작 전 세 명의 후보를 간추렸다. 그러나 NBA 시즌 개막이 계속 결정나지 않으면서 지명 대상자이기도 한 선수들이 계속 기다리다보니 답변을 주지 않더라. 헝가리나 독일 쪽에서 뛰는 선수를 영입하려고도 했으나 바이아웃 비용이 높았다. 그렇다고 달라는 대로 주면 안 된다는 생각이라 아직 기다리는 중이다".
동부의 전신인 TG 삼보 시절부터 전 감독은 장신 외국인 선수를 주로 수비력과 팀 플레이 능력이 좋은 센터로 선발해왔고 이번에도 그와 같은 스타일의 선수를 기다리고 있다. 운동 능력은 탁월하지만 시즌 초반 어이없는 실수와 팀 플레이 결여로 인해 신임을 잃어버린 로드를 향한 전 감독의 시선은 이미 먼 곳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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