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시장이 본격적으로 꿈틀거렸다. 무엇보다 그 어느 때보다 준척급이 많이 포진한 투수 중 스타트를 끊은 두산 정재훈(31)의 계약이 예사롭지 않다는 점에서 그 나비효과가 만만치 않으리라는 지적이다.
정재훈은 4년간 총액 28억원에 FA 계약을 체결, 두산에 잔류했다. 계약금은 8억원이고 연봉 3억5000만원, 연간 옵션 1억5000만원이다. 보장금액만 22억원에 달하는 대형 계약이다.
이에 두산은 정재훈과의 계약에 대해 "지난 9년간 팀 공헌도와 선발과 중간계투 그리고 마무리로서의 전천후 활약 등을 고려해 연간 최대 5억원을 제시했으며 정재훈도 그 동안 몸담았던 친청팀을 선택, 전격 계약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올시즌 45경기에 등판, 2승6패 8세이브 9홀드 평균자책점 2.87을 기록한 정재훈이다. 통산 386경기에서 29승32패 121세이브 39홀드 2.82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주로 불펜에서 제 몫을 다했다.
하지만 '4년 28억원'이라는 상징은 최대어로 꼽히며 미국과 일본에서까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정대현(33)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더구나 정재훈은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선수는 한 시즌을 앞당긴 8시즌 만에 FA 자격을 얻을 수 있도록 한 새 규약의 수혜자다.
마침 정대현은 이날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신분조회 요청을 받았다. 더구나 19일인 원소속 구단과의 우선협상이 한창인 때다. 아직 SK측이 구체적인 금액을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정재훈의 대형 계약이기에 정대현에게 유리하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SK는 이미 정대현에 대한 몸값을 책정이 끝난 상태다. 정대현의 요구와는 제법 차이가 있지만 시장 논리에서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정재훈의 몸값이 예상을 웃돌면서 혼선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정재훈보다 정대현이 좀더 높게 평가되는 시장 논리인 만큼 제시액이 공개됐을 때 모두가 납득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년 총 7억원을 제시받았던 임경완(롯데), 2년 총 3억6000만원의 이상열(LG), 송신영에 작은 이승호, 큰 이승호까지 기대치가 좀더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야수 FA들의 심리에도 분명한 작용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정대현 입장에서는 미국 혹은 일본 등 해외진출에 대한 꿈을 접을 수 있을 정도의 계약을 제시받을 수 있다. 이럴 경우 국내 잔류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정재훈의 깜짝 대박 계약이 FA 시장에 어떤 결과를 낳을지 점점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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