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원작 번역 출간
최근 방한해 화제를 모은 할리우드 톱스타 브래드 피트가 주연한 영화 '머니볼'. 이 영화의 원작이 된 책이 우리말로 번역 출간 됐다. 메이저리그에서 손꼽히는 가난한 구단을 최고의 팀으로 성장시킨 배경을 실감나게 분석한 책이다.
이 책은 지난 2003년 출간 이후 8년 연속 '아마존닷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였고 야구계 뿐만 아니라 미국 최고 경영자들 사이에서도 필독서로 대우 받았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이 책은 미국의 대표적인 프로스포츠 '메이저리그'를 다루고 있다. 프로 스포츠는 운동 경기 그 자체보다는 자본의 경쟁이 된 지 오래다. 부자 구단은 자금력을 바탕으로 최고의 실력을 갖춘 선수들을 끌어 모아 더 좋은 성적을 거두며, 그런 성적을 바탕으로 더 많은 수익을 올린다. 그리고 이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다시 좋은 선수들을 사 모은다.
반면에 가난한 구단은 실력이 뛰어난 선수를 계속 데리고 있을 수가 없다. 그 선수의 늘어나는 몸값을 감당할 수 없다. 프로 스포츠에서 이런 양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는 이런 양상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다. 과연 가난한 구단의 팀은 부자 구단의 팀을 이길 수는 없는 것일까?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는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손꼽히는 가난한 구단이다. 1989년 마지막 우승 이후 열악한 구단 재정 상태 등의 이유로 형편없는 팀으로 전락하고 만다. 그런데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이 팀이 빌리 빈이라는 천재 단장의 취임 이후에 골리앗과도 같은 부자 구단의 팀들을 물리치고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이라는 기적을 일으킨다.
오클랜드는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었을까? 그 뒤에는 메이저리그 천재 단장으로 불리는 ‘빌리 빈’이라는 인물이 있다. 2007년 '포브스'는 빌리 빈을 최고의 메이저리그 단장으로 선정하였으며, 2009년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지난 10년간 모든 스포츠 종목을 통틀어 가장 우수한 단장 10명 중 한 명으로 그를 꼽았다.
사실 빌리 빈은 어린 시절 모든 스카우터들이 인정한 최고의 유망주였다. 야구에서 만능선수라 할 수 있는 파이브-툴(5-tool) 선수였던 그는 또래의 다른 선수들 보다 훨씬 뛰어났다. 덕분에 1980년 드래프트에서 뉴욕 메츠에 1라운드 23번째로 뽑힌다. 하지만 모두의 기대와 달리 메이저리그에서의 그의 모습은 실망스러웠다. 재능 측면에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이 뛰어난 선수였지만, 정신적인 측면에서 약점을 노출하며 자신의 능력을 펼쳐 보이지 못했다.
빌리 빈은 1984년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에 총 6시즌 동안 4개의 팀을 거치는데, 이 기간동안 그가 뛴 경기는 고작 148경기 밖에 되지 않는다. 결국 그는 통산 타율 2할 1푼 9리, 66안타, 29타점, 3홈런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은퇴하고 만다.

선수 생활을 그만 두고 나서 빌리 빈은 전력분석원 일을 시작했다. 이후 단장 보좌관을 거쳐 마침내 1998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단장에 오르게 된다. 사실 애슬레틱스는 1989년의 마지막 우승까지 포함하여 총 9회의 월드시리즈 우승(1972~74년까지 3회 연속 우승 포함)을 차지한 명문 구단이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에는 구단의 긴축 재정 탓에 좋은 선수를 영입하지 못했고 이는 결국 약체 팀으로 전락하고 마는 결과를 낳았다. 빌리 빈은 그런 와중에 팀을 맡게 되었는데, 그가 맡은 이후 점차 정비된 팀은 2000~2003년까지 4회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며 주목받기 시작한다.
빌리 빈은 기존의 야구계가 선수를 평가하는 기준과 방식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신이 선수 출신임에도 야구계의 기존 모든 관습과 편견을 거부했다. 기존의 선수 평가 기준에서 보면 자신은 모든 스카우트들이 주목하는 유망주였으나, 선수 생활은 실패로 끝났다. 빌리 빈은 기존 방식이 잘못되었음을 보여주는 확실한 사례가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했다.
빌리 빈이 데려온 선수들은 기존의 관점에서 보면 확실히 무언가 ‘문제’가 있거나 부족한 선수들이었다. 예를 들어, 기존의 선수 평가에서는 타율이나 홈런, 도루 등을 중요하게 여기는데, 그렇기 때문에 선수의 타고난 힘과 빠른 발 등에 주목한다. 하지만 빌리 빈은 그런 요소들에 대한 평가가 지나치게 높다고 생각했다. 대신에 통계학적으로 고려한 결과, 아무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은 출루율과 장타율 등에 주목한다.
기존의 기준으로 평가하는 다른 구단들은 이런 능력을 등한시했기 때문에 빌리 빈은 그런 선수들을 낮은 몸값으로 데려올 수 있었으며, 게다가 실제로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그리고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들을 높은 몸값을 받고 다른 팀으로 트레이드하고, 그렇게 마련한 자금이나 신인 지명권으로 다시 자신의 기준에 맞는 선수들을 확보할 수 있었다. 오클랜드가 가난한 재정 상태에서도 놀라운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빌리 빈과 그의 구단 경영 방식은 야구계를 큰 충격을 안겼으며, 금융계와 비즈니스계가 그에게 열광하기에 이른다. 140년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대의 사건으로 꼽히는 '꼴찌 팀의 반란'은 야구계는 물론 금융계와 비즈니스계를 뒤흔들었고 마침내 할리우드에서 영화로 제작되기에 이르렀다.
이 책은 그 이면에 있는 매력적인 비밀을 파헤치고 있다.
책을 쓴 마이클 루이스(Michael Lewis)는 미국 프린스턴대학을 졸업하고, 영국 런던경제대학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월스트리트 투자은행 살로먼 브라더스에서 채권 세일즈맨으로 일했다. 이후 저널리스트로 변신, '이코노미스트'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글을 썼으며, 시사주간지 '스펙테이터' 미국판의 편집인, '뉴리퍼블릭'의 주필을 지냈다. 현재 '뉴욕타임스 매거진'의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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