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의 한계가 어디 쯤인지 감당이 안 될 정도다".
부산 아이파크가 수원 삼성에 도전한다.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이라고 불린다. A대표팀 출신이 즐비한 수원에 비해 부산의 선수층은 매우 얇다. 게다가 올림픽대표팀에 중원 미드필더의 핵 박종우와 주전 골키퍼 이범영이 차출됐다. 심지어 백업 골키퍼로 나설 선수조차 없다. 오는 20일 수원 삼성과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 챔피언십 6강 플레이오프(PO)에 전문 골키퍼가 단 한 명 출전하는 것.
지난 14일 부산 구단의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부산 안익수 감독은 "앞으로 시간이 남은 만큼 박종우의 빈 자리에 누구를 투입할지 천천히 생각해보겠다. 경기 당일 선수들의 컨디션을 체크해 투입을 결정하겠다"며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안 감독의 이런 모습은 이유가 있었다. 자신감이 있었던 것. 이번 시즌 전까지 부산은 수원을 상대로 통산 12승 17무 32패를 기록, 완벽한 열세였다. 부산은 소위 수원의 승점 '자판기'였다. 그렇지만 안 감독 부임 이후 부산은 변했다. 이번 시즌 3번의 대결 모두 승리를 거뒀다. 자신감의 근원이었다.
또한 선수들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안 감독은 "선수들의 한계가 어디 쯤인지 감당이 안 될 정도다. 시즌 중에 너무 채찍질을 하는 바람에 선수들이 멈출 줄을 모른다. 말 고삐가 제어가 안 되는 느낌이다"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안 감독은 "수원의 전력이 앞선다고 한다. 1주일에 2~3경기를 하면 선수층이 두터운 곳이 유리하지만 단판 승부에서는 아무도 모른다"며 "당일 환경과 선수들의 컨디션이 변수다. 가늠할 수가 없다. 동일 선상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수원과 경기 이후의 목표는 생각지도 않고 있다. 모든 초점은 수원에 맞추어져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지만 수원전에서 승리가 목표는 아니었다. 안 감독은 "팬들과 축구 관계자들이 경기를 보고 '부산의 축구는 이런 것이다'고 느끼게 할 것이다. 긍정적인 비전을 볼 수 있는 축구를 펼쳐서 팬들이 납득하고 좋아할 수 있는 축구를 보이겠다. 내용이 없고 결과만 있다면 프로스포츠라고 할 수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분명 부산의 현재 상황은 좋지 않다. 주축 선수들의 공백을 메우기도 바쁘다. 그러나 코칭 스태프와 선수단의 표정은 밝다. 문제가 발생한 팀 같지 않았다. 결코 자만이 아닌 자신감과 긍정적인 비전으로 가득 차 있었다. 과연 그러한 것들이 경기의 결과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지는 20일 경기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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