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투수가 2점 이상을 내주지 않으며 경기를 만들어갔다. 빈타에 허덕인 첫 두 경기는 패배로 이어졌으나 이후 3경기를 모두 승리로 가져가며 역스윕 제패가 현실화되고 있다. 후쿠오카 소프트뱅크 호크스가 2연패 후 3연승으로 일본시리즈 제패에 단 1승을 남겨두었다.
소프트뱅크는 17일 나고야돔에서 열린 주니치와의 일본시리즈 5차전에서 1회 고쿠보 히로키(40)의 선제 결승타를 앞세워 주니치에 5-0 영봉승을 거뒀다. 이틀 연속 결승타를 때려낸 불혹의 베테랑 고쿠보의 수훈도 컸으나 선발 야마다 히로키(23)가 6이닝 동안 사사구 없이 3피안타(탈삼진 5개) 무실점으로 호투한 것이 컸다. 시리즈 전적은 3승 2패로 소프트뱅크의 우세.

특히 시리즈 5경기 동안 선발 투수들이 모두 2실점 이상을 기록하지 않았다는 점은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페넌트레이스서 2.32의 뛰어난 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소프트뱅크는 3명의 선발투수가 10승 이상을 기록했다. 8승 7패로 승운이 따르지 않았던 팀의 자랑거리 스기우치 도시야(31)는 1.94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12일 1차전서 소프트뱅크는 10회 연장까지 가는 끝에 1-2로 석패했다. 그러나 선발로 나선 좌완 에이스 와다 쓰요시(31)는 8이닝 동안 119개의 공을 던지며 2피안타(1피홈런, 탈삼진 8개, 사사구 2개) 1실점으로 자기 몫을 충분히 해냈다. 16승 5패 평균자책점 1.51을 기록하며 기교파 좌완의 면모를 한껏 과시한 에이스 다운 호투였다.
13일 2차전서도 연장 10회 1-2 패배를 당한 소프트뱅크지만 선발 스기우치는 7⅔이닝 5피안타(탈삼진 5개, 사사구 2개) 1실점으로 호투했다. 2패로 몰린 소프트뱅크가 15일 3차전서 4-2로 승리할 수 있던 데는 선발 세츠 타다시(29)의 7이닝 4피안타(탈삼잔 8개, 사사구 2개) 1실점 쾌투가 한 몫 했다.
2009년 34홀드를 올리며 신인왕좌에 올랐던 세츠는 특유의 공격적 투구가 선발로도 먹힌다는 것을 증명하며 올 시즌 14승 8패 평균자책점 2.79로 선발 전향 첫 해 성공가도를 달렸다. 17일 5차전서도 세츠는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1이닝 무실점 계투를 선보였다. 16일 선발로 나선 J.D 홀튼(32)은 5이닝 소화로 아쉬움을 남겼으나 5피안타(탈삼진 2개, 사사구 5개) 1실점으로 집중타를 피하며 승리투수가 되었다.
선발만 강한 것이 아니라 계투진에도 브라이언 팔켄버그(33), 모리후쿠 마사히코(25), 마하라 다카히로(30) 등 실력파 투수들이 버티고 있다. 여기에 시즌 후반기에는 과거 LA 다저스 팜의 최고 유망주였던 광속 우완 옌시 브라조반(31)까지 가세해 뒷문도 튼튼하다. 굳건한 계투진을 뒤에 둔 덕택에 한결 부담을 덜어낸 선발진이 제 몫 이상을 해내며 2연패 후 3연승의 기틀을 마련한 셈이다.
5차전까지 양 팀은 경기 도합 7점 이상을 내지 못하며 '투고타저' 시리즈를 만들고 있다. 그러나 타격은 30%의 안타 성공률만 기록해도 성공한다는 평을 받는다. 결국 단기전을 이기기 위해서는 강한 투수진이 바탕되어야 하며 계투진의 연투로 인한 구위 저하를 막기 위해서는 선발 투수들의 활약이 더욱 중요하다. 현재 소프트뱅크는 3차전 선발 후 이틀 만에 계투 등판한 세츠를 빼고는 선발 투수가 자존심을 지키고 계투진은 과부하현상에서 자유로운, 투수진 '상생'의 길을 걷고 있다.
최근 국내 포스트시즌서는 투수진 총동원 현상이 뚜렷해지며 선발 투수가 그저 '첫 번째 나서는 투수'로 격하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선발투수 개개인이 제 몫을 해내며 경기를 만들어가는 소프트뱅크의 일본시리즈 역습은 분명 국내 야구인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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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다 쓰요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