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우익수' 이진영(31, LG 트윈스)이 장애 속에서도 야구를 통해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충주성심학교 아이들 앞에서 내년 시즌 3할 복귀를 다짐했다.
이진영은 17일 오후 충주성심학교를 방문해 미즈노, 맥스 등 배트 50자루와 야구 장갑 50켤레 등의 야구 장비를 아이들에게 전달했다.
충주성심학교 야구부는 2002년 9월에 만들어진 청각장애학생들로 구성된 야구부로, 영화 의 실제 모델이기도 해 많은 주목을 받았다. 창단 후 올 시즌까지 전국대회에서 1승도 거두지 못했지만 이들에게는 승리보다 야구 자체가 큰 기쁨이자 행복이다.

이진영은 지난 2008년 FA 계약 후부터 인하대학교 야구부에 물품을 지원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장애 갖고 있지만 꿈을 잃지 않고 야구를 하는 성심학교 아이들을 위해 사비를 털었다.
"나 역시도 어렸을 때 정말 어렵게 야구를 했다. 장갑이 없어서 빨간 고무가 묻어 있는 목장갑을 끼고 야구를 했다"고 말한 이진영은 "프로 선수로서 야구를 통해 얻은 것을 조금이나마 후배들에게 야구로 돌려주고 싶었다"며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무엇보다 TV에서만 보던 이진영이 눈 앞에 나타나자 충주성심학교 야구부들은 두 눈이 동그라지면서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특히 이진영이 24명의 선수들 모두에게 물품을 나눠주자 어떤 이들은 수화로, 또 다른 아이들은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하며 감사한 마음을 표시했다.
이진영과 박상수(41) 충주성심학교 감독은 군산상고 선후배 사이로 오래 전부터 인연을 맺어왔다. 박 감독은 "지금까지 단체를 통해 지원을 받은 적은 있지만 프로 선수 개인이 자신의 돈을 써가며 지원해준 적은 처음"이라며 고마워했다.
박 감독은 또 충주성심학교 선수들에게 "얘들아 야구 열심히 잘 하라고 준 선물이니까 감사한 마음을 갖고 열심히 하자"라고 주문했다.
특히 충주성심학교 주전포수인 서길원(16) 군은 이진영의 광팬이었다. 서 군은 이진영이 건네준 배트를 받고서는 이진영의 타격폼을 똑같이 흉내내 주변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서 군은 "TV를 통해 본 이진영 선수의 타격 폼이 멋있어 보여서 따라 하게 됐다"면서 직접 이진영에게 "왜 타격폼이 독특하냐? 국민우익수라는 닉네임은 마음에 드냐" 등을 질문하며 즐거워했다.
서 군의 활약은 타격폼 흉내에 그치지 않았다. "올해는 3할을 치지 못하며 부진했다"는 서길원 군의 질문에 이진영은 "솔직히 내가 생각해도 부진했다. 팬들에게 죄송했고 스스로에게도 창피했다"면서 "겨울 동안 열심히 운동해서 내년에는 꼭 3할 이상을 치겠다"고 약속했다.

이진영은 "내년에는 시즌 꼭 4강에 간 뒤에 충주성심학교를 다시 찾겠다"면서 "물품 전달 뿐만 아니라 하루 종일 아이들과 클리닉도 하고 미니 게임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현재 구리에서 마무리 훈련을 소화하고 있는 이진영은 벌써부터 몸 만들기를 통해 내년 시즌 화려한 부활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agass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