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한화, '의리의 구단' 이미지 회복하나
OSEN 박선양 기자
발행 2011.11.18 06: 46

한화 그룹의 사훈격인 한화 정신은 '신용과 의리'다. 김승연 회장이 지난 1981년 29세의 나이로 회장에 취임할 때 내건 기치로 '한 번 맺은 인연을 소중히 한다'는 뜻이다.
프로야구단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1999년 유승안 당시 코치의 부인이 급성 백혈병으로 입원하자 구단에서 수술비 전액을 지원했다. 2003년에는 한화 출신 고 진정필 코치가 백혈병으로 투병하자 골수이식 수술비 전액을 지원했다. 올해 9월에는 투병 중 작고한 고 최동원 전 감독의 장례도 지원했다. 진 코치와 최 감독 모두 한화를 떠난 상태였지만 함께 한 옛정을 소중히 생각했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한화는 의리의 구단이라는 이미지가 퇴색됐다. 지난 오프시즌이 결정타였다. FA를 신청한 이도형·최영필과 계약을 포기했고, 국내 복귀를 생각하던 이범호와 계약조건을 놓고 접점을 찾지 못하며 KIA행을 넋놓고 바라봐야 했다. 과거 한화라면 상상조차 할수 없었던 일들이 벌어졌고, 구단 이미지도 바닥으로 추락했다.

하지만 지난 5월 구단 사상 첫 경영진 동반 교체와 함께 쇄신이 시작됐다. 이 시기에 그룹에서도 '도전·헌신·정도'를 새로운 핵심가치로 내걸었고, 야구단에도 공격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기로 선언했다. 자연스럽게 과거 한화 특유의 끈끈한 정과 의리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최근 일련의 움직임들이 그러하다.
한화는 최근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이영우를 2군 타격 코치로 영입하고, 팀 내 FA 신경현과도 재계약을 체결했다. 이영우 코치와 신경현 모두 하나같이 "한화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한화 아니면 어디를 가겠는가. 한화와 의리를 지키고 싶었다"고 입을 모았다. 구단 역시 형식적인 게 아니라 그들에 대한 진심을 보였다. 신경현의 마음을 움직인 건 "최고참으로서 도와달라"는 노재덕 단장의 한마디였다.
김태균과 박찬호 같은 해외파 선수들에게도 마찬가지. 이미 김태균은 대전구장에서 한화 잔류군과 함께 훈련하며 몸을 만들고 있다. 김태균과 한화가 아니라면 쉽게 연출될 수 없는 장면. 김태균은 일찌감치 "고향팀 한화로 가겠다"고 선언했고, 구단에서도 "최고 대우를 하겠다"고 화답했다. '박찬호 특별법' 문제도 전력을 떠나 '한국야구의 발전'이라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풀고 있다.
스타급 선수들에게만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겨울 매정하게 정리했던 'FA 미아' 투수 최영필에 대해 구단 내부적으로 구제책을 논의하고 있다. 오랜 기간 함께 한 의리와 정이 있기 때문이다. 올 겨울 한화는 '의리의 구단'이라는 옛 이미지를 회복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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