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힘들게 코트로 돌아왔냐고요? 코트가 그리웠어요. 내 맘대로 경기가 안 풀리면 후회도 되요. 왜 내가 돌아왔을까. 그래도 오늘 같은 날이면 잘 돌아왔다는 생각을 하죠. 난 배구 선수니까요".
박경낭(27, IBK기업은행)은 지난 17일 흥국생명전(3-1 승)에서 오랜만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빼어난 미모와 신인왕(2002년)에 오른 실력을 겸비해 '낭낭공주'라는 애칭으로 불리던 모습 그대로였다. 예전 기량도 여전했다. 팀 내 두 번째로 많은 16득점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2년 전 갑작스레 은퇴를 발표한 뒤 1년간 쉬었던 선수라고는 믿겨지지 않았다.
▲ 은퇴는 왜?

박경낭의 은퇴는 충격적이었다. 박경낭은 25살의 어린 선수였다. 아직 한창이었던 그는 골반뼈 부상을 이유로 은퇴를 알렸다. 속사정이 있었다. 황현주 현대건설 감독과 관계에 문제가 있었다. 박경낭은 "FA로 팀을 옮긴 선수가 부상을 안고 운동하는 것이 쉽지 않았어요"라며 당시의 아쉬움을 에둘러 표현했다.
코트를 떠난 삶은 평범했다. 그 동안 누리지 못했단 자유를 만끽했다. 지친 몸과 마음을 치료하며 방방곡곡을 돌아다녔다. 박경낭의 말에 따르면 "자신을 위한 시간"이었다.
▲ 포기할 수 없는 배구 열정
그러나 은퇴도 박경낭의 배구 열정을 막지는 못했다. 아팠던 몸이 완쾌되니 배구가 하고 싶어졌다. 한때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그가 배구 동호회에 가입했다. 박경낭은 "어쩔 수 없었죠. 배구를 너무 오래했나 봐요"라고 웃었다.
그런데 욕심이 생겼다. 아마추어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다시 한 번 프로로 뛰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신생팀 얘기도 솔솔 나왔다. 주위에서도 '한 번 해봐라'는 조언이 줄을 이으면서 박경낭은 본격적으로 복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때 이정철 IBK기업은행 감독의 연락을 받았다. 지난 1월이었다.
"전 배구가 좋아요. 당연히 이정철 감독님이 기회를 주시니 고마웠죠. 그런데 걱정도 있었어요. 최소한 은퇴하기 전만큼 해야지 인정을 받을 것 아니에요? 그래도 배구에 미련이 있으니 도전을 해보자는 생각이었죠".
▲ 만만치 않았던 복귀와 성공
박경낭은 자신의 복귀를 "제 2의 인생이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태어나는 것 이상으로 고통스러웠던 탓이다. 이정철 감독이 "늘 곁에 뒀지만 안타까웠다. 처음에는 몸이 아프다고 하더라. 몸이 아픈 것은 더 마음을 먹으면 되지 않겠느냐고 설득했다. 본인도 복귀에 성공할 가능성을 50대50으로 봤다. 계속 운동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러나 박경낭은 이런 어려움을 모두 극복했다. 자신을 일컬어 "배구 나이로는 노장"이라면서도 수치상으로는 동생들에 못지않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힘들다는 시간차 공격(31개)과 이동 공격(21개)은 모두 그의 차지다. 리시브(150개)에서는 팀 내 최다를 기록하고 있다. 디그(112개)도 팀 내 두 번째다. 주전 세터 이효희가 바쁠 때는 토스도 맡는다. 그야말로 살림꾼이다.
박경낭은 "더 잘해야 한다는 마음이 있어요. 그런데 지금은 나이가 있으니 체력이 예전만 못해요. 더 잘 하면 좋겠지만, 팀에 보탬만 되자는 생각이랍니다. 내 맘대로 경기가 안 풀리면 후회도 돼요. 왜 내가 돌아왔을까. 그래도 오늘 같은 날이면 잘 돌아왔다는 생각을 하죠. 난 배구 선수니까요"라면서 "언제까지 뛸 수 있냐고요? 이번 시즌이 마지막일 수도 더 뛸 수도 있겠죠. 몸에게 물어볼래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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