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타자' 이승엽은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의 성격이다. 선한 인상과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를 규정짓는 것은 속단이다. 자신에게는 지독할 만큼 철저하다. 패배는 죽음 만큼 싫다.
국내 무대 복귀를 선언한 이승엽은 내년 시즌 예상 성적에 관한 물음마다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고 대답한다. 그는 "8년 전과 달리 지금은 현저히 발전했고 상대해보지 않았던 투수들이 대부분이다. 적응하지 않으면 판단이 잘 서지 않기에 섣불리 어느 정도 성적을 거두겠다고 말할 수 없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일본에서도 TV 중계를 통해 한국 야구를 지켜봤던 이승엽은 "티비로 보면 잘 모른다. 커브 같아도 느린 화면으로 보면 포크볼이기도 하다. 분명히 TV 중계만 보면 자신감이 생길 수 있겠지. TV로 보면 다 좋잖아. 공도 잘 들어오고. 사람들이 '저렇게 치기 좋은 공을 못 치냐'고 그럴때면 '타석에 한 번 들어서보라'고 한다. 못 치는 건 분명히 투수가 좋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마냥 자신을 낮출 순 없다. 이승엽은 "외형 상으로는 고집도 세지 않고 깡다구가 없어 보일지 몰라도 마음 속으로는 누구보다 잘 하고 싶다.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고 항상 1등을 하길 원한다"고 승부 근성을 불태웠다. 이어 그는 "열심히 준비하겠다. 준비라는게 투수를 어떻게 공략하겠다는게 아니라 훈련이다. 그리고 나는 게으른 천재라는 말에 공감할 수 없다. 뛰어난 선수는 노력을 통해서만 만들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이승엽은 홈런 타자의 대명사. 개인 통산 5차례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했던 이승엽은 2003년 아시아 한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56개)을 비롯해 최소 경기 및 최연소 300홈런을 수립하기도 했다.
예전에 인터뷰를 통해 "600, 700홈런을 달성하는게 목표라고 했다. 아무도 깰 수 없을 수준의 기록을 세우고 싶다고 했었다"며 "고졸 첫해부터 주전 선수로 발탁돼 큰 부상없이 뛰었다. 아마도 계속 이곳에서 뛰었다면 그 기록을 깼을 것 같다. 8년간 한국을 떠났으니 지금은 무리"라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의 첫 번째 목표는 양준혁 SBS 해설위원이 보유한 개인 통산 홈런 최다 기록(351개) 경신. 국내 무대에서 324개의 아치를 쏘아 올렸던 그가 28홈런을 추가한다면 한국 프로야구에 새 역사를 만든다. "개인 통산 최다 홈런 기록은 깨고 싶다. 아마도 큰 부상이 없다면 시간이 해결해줄 것 같다".
여기서 만족할 순 없다. 이승엽은 개인 통산 400홈런과 2000안타까지 정조준했다. "만약에 두 기록을 달성한다면 거울을 보면서 '넌 정말 대단하다'고 말 할 수 있다". 그는 "기록은 누군가 경신해야 제 맛"이라고 표현했다. "경기수가 늘어나면 괴물같은 타자가 분명히 나올 것이다. 나와야 한다. 기록이라는게 깨져야 또다른 기록이 나오지 않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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