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평의 야구장 사람들] LG와 두산의 서로 다른 리빌딩 플랜
OSEN 박선양 기자
발행 2012.03.15 07: 09

팀내 FA(Free Agent. 자유계약선수) 4명을 보유한 LG 트윈스가 아무래도 다른 구단에서 신청한 FA 선수들에게 눈독을 드리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반면에 잠실구장 한 지붕을 사용하는 두산 베어스는 팀내 FA를 중시하고 이제까지와는 다른 대폭적인 지원으로 선수단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시즌 초반엔 선두를 달리며 팬들에게 오랜만에‘가을 야구’의 희망을 주기도 했던 LG는 선수들의 부상과 불펜진의 부진으로 시즌 중반부터 순위가 급격히 하락해 공동 6위로 끝나 결국 8개 구단 중 가장 긴 9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LG 구단은 올해 초 파격적인 신연봉제를 도입하는 등 여러가지 변화를 시도했으나 결과는 5년 계약한 박종훈 감독을 2년만에 하차 시키고 김기태 수석코치를 새 사령탑으로 앉혀 내년 시즌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LG는 베테랑 포수 조인성(36)을 비롯해 1루수 이택근(31), 마무리 투수 송신영(35), 좌완 스페셜리스트 이상열(34) 등 4명이 올해 FA를 신청했습니다.
지난 11일 이상열을 시작으로 김진철 운영팀장이 차례대로 협상을 시작해 이상열과는 17일 2년에 옵션 포함 6억원(연봉 1억5천만원)에 계약을 성사 시켰으나 덩치가 큰 다른 3명과는 커다란 금액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13일과 15일 두 차례 만난 송신영과는 계약 기간 뿐만 아니라 계약금과 연봉에서도 뚜렷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이택근과 조인성은 14일에 만났지만 계약 기간에 1년씩 차이가 있었고, 연봉과 계약금에서는 생각했던 것보다 큰 차이를 보이며 헤어졌습니다.
특히 이택근은 팀장과 만난 후 “말하기도 창피하다”는 극단적인 표현을 쓰기도 해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이 같은 분위기로 볼 때 LG는 팀내 FA뿐 아니라 전체 선수들의 2012 연봉 계약을 올해 초 실시한 ‘신연봉제’를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신연봉제는 국내 프로야구 사상 없었던 파격적인 쇄신안으로 연공 서열을 파괴하고 이기는 경기서 잘한 선수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는 방식입니다.
지는 경기의 활약은 보상의 크기가 떨어집니다. 내부 고과 점수에 '팀 승리 기여도(winnig share)'라는 새로운 항목이 추가돼 상대적으로 타자보다 투수들에게 훨씬 불리했습니다.
예를 들어 뒤지고 있는 경기에 등판한 중간 투수가 아무리 잘 던져도 역전을 하지 못할 경우엔 활약도를 인정받지 못합니다.
반대로 패배의 빌미를 제공한 수비수의 실수에 대해선 점수를 매기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수비 실수는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마이너스가 아닌 제로(0)로 매깁니다.
이 방침에 따라 2010시즌 연봉 5억원이던 박명환은 2011 연봉이 90%가 삭감된 5천만원에, 7천만원이던 심수창은 3천만원에, 6천500만원이던 경헌호는 3천100만원에 각각 도장을 찍어야 했습니다. 과거 실적은 무시됐고, 부상 재활 중인 선수도 삭감됐습니다.
하지만 연봉이 급등한 선수도 나왔습니다.
주전 유격수로 자리잡은 2년차 오지환은 2천400만원에서 1억200만원으로 325%나 올랐고, '작뱅' 이병규은 2천8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수직상승했습니다. 또한 투수 이동현과 김광수는 나란히 5천200만원에서 9천만원으로 올랐고, 전년도 도루왕 이대형은 1억2천만원에서 2천만원 오른 1억4천만원에 계약했습니다.
FA 자격을 얻은 박용택은 3억5천만원에 계약했고 에이스 봉중근은 3억8천만원에 사인했습니다.
전년도 생애 첫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안방마님' 조인성은 더 많은 액수를 바라며 전지훈련을 거부하다가 결국 5억원(옵션 2억원)에 계약을 마쳤습니다.
이번 FA 계약에서도 올해 성적이 59승72패2무승부로 팀 성적이 기본적으로 나쁜데다 FA 4명의 개인성적도 부상으로 빠진 날짜가 많거나 진 경기에 출장한 경우가 많아 선수와 팀의 견해차가 큰 것으로 보입니다.
신연봉제는 구본준 구단주가 “LG에 '독한 DNA'가 필요하다”는 주문에 따라 만들어졌는데일선 책임자인 신임 백순길 단장은 "신연봉제도는 좋은 취지다. 일부 개선할 부분도 있다”고 밝혔으나 올해 팀 성적이 천당에서 나락으로 떨어지자 다시 한번 신연봉제의 취지를 살려 선수들을 자극하는 듯 싶습니다.
“변화의 성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는게 LG 프런트의 방침이고 팀내 FA 선수들이 구단이 제시한 액수에 동의하지 않으면 더 많은 돈을 들이더라도 다른 팀에서 나온 FA 선수 13명 중에서 데려올 생각인 것 같습니다.
한편 '이웃집' 두산은 지난 16일 "팀내 FA 정재훈(31)과 4년 총액 28억원에 재계약했다"고 밝혔습니다.
선발-중간계투-마무리를 두루 거친 정재훈은 “나의 값을 인정해준 구단에 감사한다. 구단
의 결정이 옳았음을 성적으로 보여주겠다”면서 분발을 다짐했습니다.
정재훈 계약 내용에 다른 구단에서는 예상을 웃도는 조건이라며 놀라워하고 있습니다.
두산으로서는 이제까지 신인들에 대한 투자는 괜찮았으나 FA 시장에서는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았습니다.
2000년 FA제도가 도입되고 지난해까지 11년 동안 두산이 소속 FA들을 잡는데 든 총액이 36억3천800만원을 썼을 뿐입니다.
두산에서 이번에 FA를 신청한 선수는 정재훈 외에 간판타자 김동주(35)와 외야수 임재철(35) 등 모두 3명이 있는데 구단은 이들을 모두 잡겠다고 밝혔습니다.
김동주는 지난 2009년 첫 FA 계약에서 구단과 1년 9억원(연봉 7억원)을 맺고 그후 매년 7억원의 연봉 재계약을 했는데 이번에도 액수가 줄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올해 연봉 9천200만원의 임재철은 그동안 저평가됐다는 견해가 많지만 구단은 이번에 상당한 액수를 제시할 것으로 보입니다.
두산의 신임 김승영 사장은 “다른 팀 FA도 가능하면 데려오려고 한다”고 지원이 풍성해진 그룹의 분위기를 전하고 있어 올해 우승 후보에서 5위로 밀린 팀을 내년에는 바짝 끌어올릴 계획을 세웠음을 알립니다.
OSEN 편집인 chuni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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