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가 첫 보직이었으니 애착이 컸지요. 그래도 감독님께서 절 생각해주셔서 선발로 선택하셨으니 그 임무에 충실하고 합니다".
시행착오도 있었으나 점차 가능성을 높이며 선발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췄음을 보여준 한 해다. 두산 베어스 5년차 우완 이용찬(22)이 다음 시즌 팀의 주축 선발 투수로서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2007년 장충고를 졸업하고 1차 우선지명(계약금 4억5000만원)으로 입단한 이용찬은 첫 해 팔꿈치 수술 후 2009시즌 팀의 마무리로 첫 풀타임 시즌을 치르며 26세이브(공동 1위)를 수확, 구원왕 타이틀과 함께 신인왕좌에 올랐다. 지난해까지 통산 51세이브를 올렸던 이용찬은 올해 5월부터 본격적인 선발 수업을 받았다.

롱릴리프로 2011시즌을 시작했으나 5월 5일 잠실 LG전부터 선발로 나섰던 이용찬의 올 시즌 성적은 28경기 6승 10패 평균자책점 4.19. 시즌 전 선발로 훈련하지 못했던 이용찬이었음을 감안하면 분명 나쁘지 않은 활약이었다. 18일 경기도 이천 베어스파크(두산 2군 훈련장)에서 만난 이용찬은 한 해를 돌아보며 이렇게 밝혔다.
"경험을 많이 쌓은 한 해라고 생각해요. 지난해까지 2년 간 마무리로 나섰다면 이제는 선발 투수로 타자와 싸우는 법을 체득해 갔으니까요.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7~8승 정도는 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워요".
올 시즌 중 팔꿈치 통증을 참고 끝까지 선발 노릇을 해낸 이용찬. "병원에서 몸 상태도 체크받았다. 자율 훈련 기간에는 웨이트 트레이닝 시설에 다니면서 몸을 만들고 캐치볼도 할 예정이다"라고 밝힌 이용찬은 아직 마무리 보직에 대한 애착도 살짝 남아 있었으나 팀을 위해 주어진 임무에 충실할 예정이다.
"개인적으로는 애착이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에요. 데뷔할 때 보직이 마무리였고 그 이후로 '꾸준히 마무리로 나서며 200세이브를 하고 싶다'라는 생각도 했으니까요. 그러나 지금은 팀에서 제가 선발로 뛰길 원하잖아요. 이제 선발 이용찬을 제대로 보여드릴 차례입니다".
이용찬의 선발 경기를 지켜보면 대개 1회에 실점 빈도가 많은 뒤 점차 안정된 투구를 펼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에 대해 이용찬은 '집중력 부족'이라고 자평한 뒤 "마무리 시절에는 나오자마자 최대힘을 내뿜다가 선발로 5~6회까지 갈 생각을 하고 나서다 보니 내 피칭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것 같다"라고 답했다. 제대로 된 완급 조절의 필요성을 느낀 선발 첫 해였다.
그러나 선발 이용찬은 그만큼 많은 무기를 보유하게 되었다. 투수진 맏형 김선우로부터 배운 포크볼이 손에 익었고 시즌 후반기에는 투심 패스트볼도 자기 공으로 만들었다. '새 구종 추가'는 말이 쉽지 실제로 해보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마치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는 듯한 이용찬의 습득 능력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아무래도 팔꿈치가 안 좋아서 포심 패스트볼을 힘껏 던지면 더 크게 다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살짝 투심 그립을 잡고 '패턴에 변화를 주자'라고 생각한 뒤 힘도 배분하며 던졌는데 괜찮았던 것 같았어요. 120km대에서 140km대까지 투심 스피드를 조절해 던졌습니다. 포크볼도 경기 때 던져보니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고요. 팔이 나아져서 빠른 직구도 던질 수 있게 되면 스스로도 충분히 승산 있다고 생각합니다. 감독님께서 절 생각하시고 선발 보직을 맡기셨는데 잘 해야지요".
당초 미야자키 마무리훈련에 파견될 예정이었으나 이용찬과 함께 안규영, 이현호 등 '특별관리 대상' 투수들을 전담 중인 김지훈 트레이너는 이용찬에게 은인과도 같다. 이용찬 또한 "어깨 상태와 팔꿈치가 좋아지는 데 지훈이 형이 많이 도와주셨다"라며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인터뷰를 맺으며 이용찬에게 올 시즌 목표를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는 "로테이션을 지키면서 10승과 평균자책점 3점 대를 목표로 뛰겠다"라며 선발로서 제 몫의 기준인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점 이하)를 최대한 많이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더라도 이기더라도 퀄리티스타트는 되도록 많이 하고 싶어요. 제가 책임지는 경기는 적어도 6회 이상, 3실점 이하로 막아내면서 제대로 된 선발 투수 노릇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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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