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동의 변죽딴죽] 다음은 강용석의원 블로그에 본인이 올린 글이다.
“... 이 사건 판결과 같이 모욕죄가 성립한다면 국회의원인 제가 개콘 사마귀유치원에서 국회의원을 풍자한 최효종을 모욕죄로 고소해도 된다는 것인데 이게 말이 되나요?”
말이 됐나 보다.

‘이게 말이 되나요?’는 ‘말도 안돼는 소리 아니예요?’ 란 뜻이 아니라 정말 순진무구하게 궁금해서 묻는 질문였던 모양이다. 그리구 그 질문에 누군가 ‘말되구 말구’ 답해줬나보다.
그래서 강용석 의원은 최효종을 고소했나 보다.
아니면 법원을 겨냥한 고도의 풍자?
“여러분 판사되기 참 쉬워요. 판례가 있으면 판례대로 하면 되요. 근데 판례가 없잖아요? 가령 ‘아나운서가 되려면 다 줄 생각 해야된다’고 말해서 집단모욕죄로 고소당한 의원 있잖아요. 근데 그런 판례가 없었어요. 그럼 어쩌죠? 간단해요. 가만히 시간 끌면서 이 얘기 저 얘기 들어봐요. 근데 이 사람 저사람 다 잘못됐대요. 왜 설경구가 말했잖아요. ‘공공의 적’이라구. 그렇게 공공의 적이 되면 징역6월을 때려요. 근데 국회의원이잖아요. 막 잡아가두기엔 끗발있잖아요. 그럼 집행유예 1년을 덧붙여요. 그렇게 새로운 판례를 만들면 되는거예요.”라는 일수꾼식 풍자개그?
개그라면 실패한 개그요, 아니라면 기분 나쁜 어깃장이다.
강용석의원 스스로 블로그에선 ‘풍자’라고 써놓고 소장에는 ‘모욕’이라고 썼을 최효종의 개그는 국회의원 집단을 대상으로 한다. 여기서 국회의원이란 개인 아무개들의 모임이 아닌 헌법기관을 의미한다. 즉 국가기관이란 말이다.
이곳저곳 뒤지다보니 판례 하나가 눈에 띈다.
“국가는 국민의 기본권 보장의 의무를 지는 수범자이지 기본권을 누릴수있는 주체는 아니며 국가기관의 업무는 국민들의 광범위한 비판과 감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고...국가는 명예훼손으로 인한 피해자로서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
판례에 따르면 최효종은 국민으로서 국가기관인 국회의원집단을 상대로 감시하고 비판한 것일뿐이므로 무죄다. 또한 국가기관에 속한 국회의원은 명예훼손으로 인한 피해자로서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
서울법대, 하버드법대 이력의 변호사이기도한 강의원이, “집단모욕죄는 대법원의 누적된 판례에 비추어 말이 되지않는다”는 상고이유를 댄 강의원이 이런 판례를 모를리 없다는 생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소한건? 어깃장에 다름 아니다.
그것도 아니라면?
역시 인터넷을 떠돌다 본 에피소드가 있다.
뉴욕의 아침 출근길 컨테이너 차량이 게토레이를 쏟아낸다. 출근길의 혼란은 극심해졌고 그 사건은 뉴스에 보도되며 게토레이는 삽시간에 인지도를 비약적으로 끌어올린다. 광고의 블랙마케팅 기법중 하나란다. 참 염치없는 광고술이다. 남의 불편함은 아랑곳않는...
강용석의원의 최효종 고소사건은 이래저래 참 여러생각을 하게 한다.
“안가던 재래시장에 가서 안먹던 국밥 한그릇 먹으면 돼요” 최효종이 얘기할땐 아무 생각없이 박장대소 할 수 있었는데 말이다.
강의원의 의도가 풍자든 블랙마케팅이든 ‘이미 망가졌는데 뭘...’하는 어깃장이든 유머가 없어 푸석하다.
유머의 어원인 라틴어 'humanus'는 동물의 체액이나 식물의 수액을 의미한다. 그런 물기없는 세상살이 팍팍해서 어쩌나.
‘...이게 말이 되나요? ’ 말이 안되잖아요!
그럼 말안되는 짓은 하지 말고 살아야죠.
가을비도 내리는데 좀 촉촉한 세상서 살고싶다.
[극작가, 칼럼니스트]osensta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