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과 케이블 채널의 확대 편성으로 음악 프로그램이 적어도 6개가 더 늘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가요계에서는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새 프로그램들의 공격적인 섭외와 기존 지상파의 보이지 않는 견제가 극심해져 총성 없는 전쟁을 방불케 할 전망. 가요관계자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계산기를 두드리느라 바쁜 상태다.
현재 대표적인 음악프로그램은 KBS '뮤직뱅크', MBC '쇼!음악중심', SBS '인기가요', 엠넷 '엠카운트다운' 등 4개 프로그램. 방송사와 큰 트러블이 없는 한, 가수들은 이들 네 개 프로그램에 연이어 출연하며 일주일에 4일은 꼬박 음악프로그램에 투자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통은 아침부터 시작되는 드라이 리허설, 카메라 리허설, 본방송 등으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투자해야 하고, 사전녹화의 경우 새벽부터 시작되는 경우도 있어 전날 밤을 꼬박 새워야 하는 사례도 많다.

여기에 종편 채널이 각각 하나씩 총 4개, MBC의 음악 전문 케이블 채널이 1개 더 신설할 가능성이 큰 상태. MTV와 손잡은 SBS도 음악프로그램을 새로 만들 수 있다. 그렇다면 기존 메인 프로그램에서 무려 6개가 더 늘어난다. 일부 채널은 기존 지상파 음악프로그램 시간대와 동시에 맞불을 놓을 예정이기도 하다.
가요계는 피로함을 호소하고 있다. 종편행이 자칫 기존 지상파와의 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는 데다, 스케줄 조율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중형 기획사 대표는 "종편 쪽에도 예전에 알던 분들이 가서 일하고 계신데, 옛정을 내세워 섭외가 들어오면 거절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종편 채널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지상파를 접고 갈 수도 없는 것 아니냐"고 고민을 털어놨다.
프로그램 수가 늘어난다고 해서 홍보효과가 수 배가 될 지도 알 수 없다. 같은 시간대에 두 음악프로그램이 진행되면, 사전녹화와 생방송을 적절히 안배해 '두 탕'을 뛸 수도 있겠지만, 이를 기존 프로그램이 간과할 지도 알 수 없는 상태에다, 시청률이 담보되지 않는 상황에서 바쁘게 '두 탕'을 뛰는 것도 그리 효율적이진 않다고 판단되는 상황. 주중에 편성되는 음악 프로그램이 자리잡는 데에도 꽤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보통 음악프로그램의 출연료가 상당히 낮으므로, 출연할 수록 적자를 볼 가능성도 크다.
물론 비교적 파워가 있는 대형기획사는 종편행을 보다 쉽게 결정할 수 있긴 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방송국이 음악프로그램에 가수를 출연시키면서 자사의 예능 프로그램 섭외도 동시에 원하는 구조로 돌아가고 있어, 종편 출연은 곧 더 많은 방송 섭외의 대상이 될 수도 있음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해외 스케줄이 급증하면서 기존 지상파 방송의 섭외도 거절하느라 바쁜 톱 가수들에게는 쉽지 않은 결정이다.
한 대형기획사 대표는 "현재 있는 음악프로그램도 너무나 많아서, 스케줄을 소화하기가 쉽지 않다. 안 그래도 제작진과 가요관계자들 사이에 긴장감이 있는데 섭외가 두 배로 늘면 얼마나 피곤해지겠나"라고 걱정했다.
신인 가수만 속한 소속사의 경우에는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지상파의 심기를 건드릴까봐 알아서 타 프로그램 출연을 자제하는 팀이 있는가 하면, '콧대 높은' 기존 프로그램에서 2분간 노래를 부르느니 새 프로그램과 다시 시작하는 게 더 낫다고 계산하는 팀도 있다.
가요관계자들은 대체로 우후죽순 쏟아질 음악프로그램에 우려를 표하고 있는 상태. 한 관계자는 "이 좁은 가요 시장에서 음악프로그램이 10개에 달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 그러나 각 방송 예능국에 꼭 필요한 프로그램인만큼 한번 생기면 사라지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가요계가 꽤나 시끄럽고, 피곤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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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음악중심' MC 티파니와 유리. MBC 홈페이지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