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량 발전이 기대되는 선수들이 정말 많다. 특히 허경민은 타격에 단점이 없다".
현재 두산은 신인들 위주의 미야자키 교육리그를 마친 뒤 주전급 선수 37명과 코칭스태프 11명이 또 다시 미야자키로 마무리 훈련을 떠났다. 18일 찾은 두산의 2군 훈련장인 이천 베어스파크에는 잔류조 10여명과 재활군 투수 3명이 남아 훈련을 소화하고 있었다. 그리고 두산의 신임 송재박(56) 2군 감독은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날카로운 눈매로 지켜보고 있었다.
두산은 포스트시즌이 한창이던 지난달 10일, 신임 김진욱(51) 감독이 취임했다. 일반적으로 사령탑이 결정되면 각자 보직에 맞게 코치진 조각부터 하는 게 우선이다. 그렇지만 김 감독은 아직 코치진들을 확보만 했을 뿐 정확한 보직을 주지 않았다. 코치진 간의 활발한 의사소통을 꾀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팀 분위기에서 가장 먼저 보직이 확정된 이가 바로 송 감독이다.

▲베어스에서만 23년, '정통파 곰'
송 감독은 1975년 일본 세이부 라이온즈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한 재일교포 출신이다. 1988년 OB에 입단해 1990년 선수 생활을 마감한 뒤 1992년 OB에서 코치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팀을 옮기지 않고 꾸준히 베어스에만 몸 담은 지 올해로 20년째다. 그가 거친 감독만도 윤동균, 김인식, 김경문 등 3명이고 이제 새 감독과 함께하게 돼 '베어스의 산 증인'이라 불릴 만하다. 또한 송 감독은 두산의 핵타선을 완성해 국내 타격코치들 가운데 최고봉으로 손꼽힌다.
올 시즌까지 1군 타격코치를 수행한 송 감독은 1군 사령탑이 확정된 지 얼마 안 있어 2군 감독으로 낙점됐다. 코치들 가운데서도 가장 긴 시간동안 두산(OB 포함)의 코치를 수행했기에 팀 사정에 가장 밝다는 게 이유였다. 송 감독은 이에 대해 "나머지 코칭스태프는 스프링캠프 전까지 확실한 보직이 정해지면 되지만 2군 감독은 당장 재활군 선수부터 해서 이번에 입단한 신인까지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빠른 시간에 확정된 게 아닌가 생각 한다"고 밝혔다.
송 감독이 이번 겨울동안 2군에서 두 가지를 주안점으로 두고 훈련을 진행할 계획이다. 그는 "1군 선수와 2군 선수의 가장 큰 차이 가운데 하나가 바로 체력이다. 최근 입단한 선수 가운데는 기본적인 체력을 갖추지 못한 선수도 있다"며 쓴 소리를 아끼지 않더니 "우선 프로 선수로서 기본이 되는 체력 강화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기술적으로 몸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 깃들어야 하는 것은 프로 교육이다. 어떤 생각으로 야구를 접근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빚는다. 그렇기에 멘탈 교육도 강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두산의 화수분 야구, 2012년에도 이어 진다
송 감독이 2군 감독을 맡은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2004년부터 2006년 까지 3년 간 두산 2군 감독을 맡았던 송 감독은 끊임없이 우수한 선수를 1군으로 공급해 이른바 '화수분 야구'를 이끌었다. 송 감독이 육성한 자원은 2007년과 2008년 두산의 2회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힘이 됐고 꾸준히 좋은 성적을 올리는 데 힘이 됐다. 다시 2군 감독을 맡은 송 감독의 눈은 벌써부터 보석이 될 원석을 찾고 있다.
송 감독은 "투수 중에선 좌완 진야곱, 정대현, 김창훈 등이 좋아졌고 우완 서동환도 안정감을 찾았다. 또한 양현, 안규영 등도 내년 좋은 활약이 기대 된다"며 "특히 신인 윤명준이 눈에 띈다. 교육리그서 공을 보니 직구 제구, 슬라이더 각도 등 나무랄 데 없더라. 즉시 전력감이라 평해도 좋을 정도다. 다만 발목 수술로 내년 시즌 초에나 복귀하는 것이 아쉽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야수 쪽도 두산의 2012 시즌은 밝다. 청소년 국가대표 출신 유격수 허경민과 포수 최재훈, 내야수 최주환 등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송 감독은 경찰청 출신 신인왕 포수 양의지의 예를 들며 "최주환과 최재훈이 2군에서 뛰며 자신감을 얻은 게 보인다. 중요한 것은 1군에 기회를 잡는 것이다. 양의지가 2010년 자리를 잡은 것도 백업으로 나선 경기서 홈런을 두 방 쳤기 때문이다. 행운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행운은 준비된 자에게만 오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허경민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송 감독은 "허경민은 정말 타격에 단점이 안 보인다. 방망이에 맞히는 능력이 무척 좋고 변화구 대처 능력도 훌륭하다. 거기에 발도 빠르고 나쁜 버릇도 없어 기대가 된다"고 추켜올렸다. 최주환에 대해서는 "1군에서 통할 정도로 잘 치지만 현재 과도기로 보인다. 체구가 크지 않은 선수인데 장타가 나오니 거기에 욕심을 낸다. 차라리 짧고 강하게 치는 게 본인에게 더 낫다고 보인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승리하는 2군이 되겠다
올 시즌 두산 2군은 북부리그에서 1위 경찰청에 33경기 뒤진 최하위에 그쳤다. 2군의 목적은 승리보다는 선수 육성에 있지만 너무 성적이 나빠서도 선수들 사기 진작에 문제가 있다. 송 감독 역시 이런 사실을 인지한 듯 "북부리그에는 경찰청과 상무 등 강팀이 있어 성적내기가 쉽지 않다"며 "구단에서는 2군 성적에 전혀 신경 쓰지 말고 부상 없이 선수 육성에 힘쓰라 하지만 어느 정도 성적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2군서 이기기 위해 번트를 대는 건 큰 의미가 없다. 그렇지만 결정적인 순간 이기기 위한 플레이가 무엇인지 선수들이 직접 플레이를 하며 느낄 필요가 있다"고 말한 송 감독은 "또한 자꾸 지면 잘못된 플레이만 지적하게 된다. 하지만 2군 선수는 좋은 플레이를 칭찬해 자신감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 그렇기에 승리가 필요하다"며 내년 시즌엔 2군에서도 더 많이 승리하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두산은 올해 겹 부상과 선수단의 부진 등으로 인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결국 두산은 1군 감독부터 시작해서 코칭스태프까지 모두 새 판을 짰다. 그 핵심이 김진욱 감독이라면 송재박 2군 감독은 새로운 '두산호'가 추진력을 잃지 않도록 보조를 맞춰야 한다. 일단 지금까지는 선수단 분위기 등 중간 과정은 좋다. 2012년 두산의 반전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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