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서울전, '엇갈린 선택'이 승부 갈랐다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1.11.20 22: 41

김호곤 울산 현대 감독과 최용수 FC 서울 감독대행의 엇갈린 한 수가 승부의 향방을 갈랐다.
지난 19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서 열린 울산 현대와 FC 서울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 챔피언십' 6강 플레이오프(PO)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수비 축구로 대변되는 울산이 무려 3골을 몰아치며 서울에 3-1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울산은 준PO에 진출, 오는 23일 수원 삼성-부산 아이파크 승자 홈에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놓고 단판 승부를 벌이게 된다.
이날 경기에 앞서 발표된 출전 선수 명단은 놀라움을 주기에 충분했다. 양 팀 감독들이 정규시즌에서 보여주던 선수 기용과 조금의 차이를 보인 것. 서울은 하대성의 왼쪽 종아리 부상으로 출전 명단에서 완전히 제외한 데다 이승렬을 약 2달 만에 선발 출전시켰고, 울산은 정규시즌 내내 기회를 주던 루시오를 선발 출전시키지 않았다.

예상 밖이었다. 이승렬의 선발 출전과 루시오의 벤치 대기 모두 말이다. 이승렬의 경우 선발로 출전한 것은  9월 18일 부산이 마지막이었다. 정규리그 출전 18경기 중 선발이 단 5차례였다는 것을 고려하면 최용수 감독대행의 승부수나 마찬가지였다. 최용수 대행은 "이승렬의 반전을 기대해 달라. 갈 때까지 가보자고 하는데 잘 안 되고 있다. 남아공 월드컵까지 갔던 선수인데 이제 보여줘야 하지 않겠나"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이와 달리 김호곤 감독은 정규시즌 내내 믿음을 줬던 루시오를 과감히 선발 명단에서 제외시켰다. 여름 이적 시장서 울산으로 팀을 옮긴 루시오는 정규시즌 10경기에 출전, 그 중 선발로 8번을 나왔다. 그러나 득점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루시오에게 지속적으로 기회를 줬던 김호곤 감독도 6강 PO에서 만큼은 도박을 하기는 싫었던 모양이다. 김호곤 감독은 "김신욱을 선발, 루시오를 후반에 투입할까 생각 중이다. 신욱이가 들어가야 세트피스와 공·수 상황에서 모두 유리하다. 마땅한 카드는 없다"며 루시오를 외면했다.
결과적으로 최용수 감독대행의 선택은 틀렸고, 김호곤 감독의 선택은 적중했다. 최용수 감독대행이 신뢰를 보이던 이승렬은 정규리그 1득점에 그쳤던 부진을 그대로 보여줬다. 70분간 그라운드를 누볐지만 공격 찬스를 좀처럼 잡지 못했고, 단 한 번의 슈팅 시도에 그친 채 후반 25분 방승환과 교체됐다.
반면 루시오 대신 김호곤 감독의 선택을 받은 김신욱은 전·후반 내내 환상적인 제공권 장악과 수 차례의 슈팅으로 서울의 간담을 서늘케 했고, 결국 전반 33분 설기현의 크로스를 헤딩으로 연결, 팀의 두 번째 골을 성공시키며 김호곤 감독의 기대에 보답했다.
단판 승부라는 특성을 가진 6강 PO였던 만큼 양 팀 지도자들 모두 철저하게 계산을 한 후 선수를 기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기용 하나가 결국 이날 경기의 승패를 갈랐던 '신의 한 수'와 '패착'으로 나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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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수 서울 감독대행-김호곤 울산 감독 / 서울월드컵경기장=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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