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손남원의 연예산책] YG가 오는 23일 코스닥시장 입성을 앞두고 실시한 주식 공모에서 모두 3조6천억원의 막대한 시중자금이 몰려들어 가요계는 물론이고 증권가를 깜짝 놀라게 했다. K-POP을 앞세운 국내 대형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밝은 미래에 투자자들이 높은 점수를 준 게 대박 상장의 주요 배경이었겠지만 빅뱅-2NE1-세븐-거미 등 개성있는 가수들을 줄기차게 키워낸 YG의 잠재력도 단단히 한 몫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 YG의 실질적인 수장이자 대표 프로듀서인 양현석의 리더십과 재능이 성공적인 상장에 큰 힘을 발휘했다는 평가다. 외부와의 만남을 최대한 삼가고 YG 사옥에 틀어박혀 하루 18시간씩 일한다는 양 대표의 추진력과 카리스마, 그리고 기획 감각은 분명히 오늘의 YG를 있게 한 원동력이다.
그렇다면 YG 대박 상장으로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SM 이수만 회장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재산을 갖게될 양 대표는 기업가로서 자신의 목표를 이룬 것일까. 일각에서는 홍대 인근에 부동산을 소유한 재산 목록까지 세부적으로 거론하며 주식 재벌-부동산 재벌로 그를 소개하는 데 열을 올리는 게 현실이다.

연초 YG의 일본 진출을 앞두고 양 대표와 인터뷰를 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 세간의 관심 대상이었던 YG 상장에 관한 질문을 했고 "주식? 당연히 잘 되야겠지만 제 주식을 팔 생각도 전혀 없고 (경영권 때문에)팔수 있는 것도 아니잖은가. 상장해서 부자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회사가 세계 시장을 노리고 투자할 자금을 확보하는 게 목표일 뿐'이라는 답을 들었다.
회사 내 자신의 역할에 대해서도 분명히 설명했다. "YG에서 후배들을 키우고 조련하며 그들의 성공을 지켜보는 게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경영은 전문가들에게 맡겨야지 잘 모르는 제가 관여할 바가 아니다. 단, 소속사와 구성원간에 문제가 없는 회사가 어디 있겠나. 최대한 이를 줄일려고 애쓰는 게 YG고 또 가수 출신이기 때문에 무엇이 불만이고 무엇을 고민할까를 먼저 예측해서 경영진을 설득한다"고 했다.
이어 "YG 패밀리란 말을 처음 썼던 것처럼 패밀리 의식을 강조하는 저를 회사 사장으로 인식하는데, 사실 회사와 가수들간에 징검다리이고 마찰이나 오해를 풀어주는 역할입니다. 그리고 저는 분명히 가수들 쪽에 서 있습니다. 그들의 입장을 회사 쪽에 대변해주고 서로가 윈윈할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문제를 풀어줘야죠."
타고난 춤꾼인 그는 홍대 주변이 자신의 음악적 모태이자 고향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지금도 가끔 홍대 밤거리를 혼자 돌아다닐 때 살아있는 기분을 느낀단다. 돈이 조금 벌릴 때마다 은행 융자를 곁들여 홍대와 합정동 쪽 부동산을 사들였고 지금 자신의 전셋집이나 YG 사옥, 개인 건물 등이 모두 이쪽에 밀집해 있다.
"부동산으로 뭔가를 벌어서 남길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오늘의 나와 YG를 만들어 준 홍대에서, 그리고 한국 가요계의 토양이 된 인디와 언더 쪽 꿈나무들이 땀흘리며 음악을 계속하고 있는 그 곳에서 내가 하고자 하는 꿈이 있기 때문에 은행 융자를 받아가며 시가보다 비싼 돈을 치루고 홍대 쪽에 건물과 땅을 샀다"며 "임대료와 은행에 내는 이자를 따지면 남는 게 없다"고 실상을 밝혔다. 그리고 홍대에서 이루려는 그의 꿈이 무엇인지는 짧은 인터뷰 시간 탓에 후일을 기약했다.
YG의 주식 상장과 맞물려, 오로지 음악에만 빠져사는 외곬수 양 대표가 갑자기 주식 재벌이요 부동산 재벌로 간단히 치부되는 모습을 보고 예전 인터뷰가 떠올라서 적은 단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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