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진출 앞둔' 이대호, 의미심장했던 과외수업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1.11.20 11: 58

일본 야구를 먼저 경험한 '선배'들의 조언도 들었다. 이제는 도전이다.
이대호는 FA 우선협상기한 마지막 날인 지난 19일 밤 롯데와 마지막 협상을 펼쳤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특히 구단은 팀의 상징인 이대호의 자존심을 세워주기 위해 역대 FA 최고금액인 4년간 총액 100억원(보장금액 80억원, 플러스 옵션 20억원)까지 제시했다. 그러나 큰 무대에 도전하고픈 이대호의 마음을 돌려놓지는 못했다.
이대호는 부산에서 최종 협상을 앞두고 있었지만 19일 고양에서 열린 박찬호 유소년 야구캠프에 참석해 아이들을 지도하는 시간을 보냈다. 롯데와의 협상을 앞두고 공개적인 자리가 혹시라도 부담스럽지 않냐고 묻자 "저 원래 그런 거 신경 안쓰잖아요"라며 시종일관 밝은 모습을 보였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선수들은 오후 2시부터 야구 꿈나무 180명의 '멘토'가 되어 열과 성을 다했다. 이대호는 이승엽(35), 김태균(29)등과 함께 타격조에 속해 홈런 레이스를 펼치며 아이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마침 이대호와 함께 있던 이승엽과 김태균은 올해로 일본 생활을 마치고 국내 복귀를 앞둔 상황. 이 둘은 일본 진출 가능성이 높은 이대호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먼저 이승엽이 "스리볼이 더 불안하다"고 말을 꺼냈다. 이승엽은 "일본 투수들은 제구력이 좋아 볼카운트 0-3에서도 오히려 내가 쫓기는 기분이 들 때도 있다. 스리볼에서도 타격을 하라고 하지만 일단 스트라이크 잡기 위한 첫 공을 보낸 뒤에 다음 공을 건드려 파울이 되면 풀카운트 되는 건 금방이다. 그때 떨어지는 포크볼 생각하고 있다가 갑자기 몸쪽으로 찌르는 직구 들어오면 헛스윙 삼진 당하기 일쑤"라고 혀를 내둘렀다.
이윽고 "한국에서는 볼넷을 많이 얻었지만 일본에서는 한 해에 30개 정도밖에 못 얻었다. 가장 많이 얻은 것도 2006년 요미우리서 50개 좀 넘은 게(56개) 전부"라고 설명했다.
곁에 있던 김태균도 거들었다. 김태균은 가슴 속에 한이 맺힌 듯 "스리볼에서 포크볼 3개에 삼진먹는 기분을 아느냐"며 웃어 보였다. 그 만큼 일본 투수들의 제구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생생하게 들려 준 것이다.
이어 이승엽과 이대호는 일본 투수들의 투구폼을 보여주며 이대호에게 '예방 접종'을 실시했다. 김태균이 "일본 투수들이 포크볼을 던질 때는 미세하게 그립이 보인다"고 말하자 이승엽이 "정말 대단하다. 넌 천재"라고 치켜세웠다. 그러자 김태균이 쑥스러운 듯 "그래봐야 못 쳤는걸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승엽은 실제로 한국과 일본 투수의 투구폼을 시연해 가며 이대호에게 산 교육을 실시했다. 이승엽은 "한국 투수들은 투구 동작에서 팔을 숨기는 경우가 적다. 그렇지만 일본 투수들은 공을 던지는 팔이 몸 뒤로 숨었다가 공을 놓는 순간 튀어나와 구질을 보기가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 말은 일본 야구에 정통했던 김성근(69) 전 감독이 SK 투수들에게 강조했던 것과 일맥상통한다. 김 전 감독은 "같은 스피드의 공을 던져도 투구폼이 바뀌면 구질을 알아보기도 힘들고 훨씬 빠르게 느껴진다"고 말하곤 했다.
일본 야구를 경험했던 두 선수의 이야기를 들은 이대호의 반응은 어땠을까. 그는 "너무 약한 소리들 한다"며 웃었지만 동작 하나하나를 따라하며 주의 깊게 새겼다. 그로부터 다섯 시간 뒤 부산으로 이동한 이대호는 롯데에서 제시한 100억원 대신 일본 야구에 도전하는 길을 택했다. 이날 가졌던 '과외' 시간이 협상을 앞둔 이대호에게 어떤 영향을 줬을까.
cleanupp@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