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치 않았던 이별이었다. 그러나 FA가 돼서 다시 스스로 찾아 돌아왔다.
LG와 우선협상이 결렬된 이택근(31)이 다른 구단과의 협상이 시작된 첫날인 20일 넥센과 FA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조건은 4년간 50억원이다. 계약금 16억원, 연봉 7억원 등 44억원을 보장하고 마이너스 옵션도 없이 플러스 옵션으로 매년 1억5000만원씩 4년간 6억원을 책정했다. 역대 FA 두 번째 규모다.
이로써 이택근은 3년만에 다시 넥센으로 복귀했다. 지난 2009시즌이 끝난 후 12월 31일 이택근은 LG로 트레이드 됐던 이택근이다. 당시 포수 박영복과 외야수 강병우, 그리고 현금 25억 원에 LG 유니폼을 입어야 했다.

원하지 않은 트레이드였다. 당시 메인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히어로즈라는 이름만 있었던 구단이었다. 구단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한 재원 마련 차원에서 이뤄진 어쩔 수 없는 현금 트레이드였다.
이택근은 LG행이 결정된 후 "두려움 반, 설렘 반. 슬픔 반 기쁨 반. 딱 중간"이라고 공식적으로 말했다. 그러나 비공식적으로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지금까지 쭉 있었던 팀이고 함께 한 동료들, 코치님들이 계신 팀을 떠나는 것이 아쉽다"고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특히 이택근은 계약 전날 LG와의 협상에 실패한 후 "FA 시장에 나가 다른 팀과 협상을 하겠다"면서도 첫 번째 조건을 "마음이 통하는 구단으로 가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구단, 선수, 코칭 스태프 등 서로 마음이 통하는 끈끈한 팀을 택하고 싶다"면서 "금액을 배제시킬 수 없겠지만 소통이 잘 되는 구단과 계약하고 싶다. 구단도 선수를 생각하고, 선수도 구단을 생각하는 팀이었으면 좋겠다"고 대답했다. 다분히 친정팀 넥센을 의식한 발언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것이었다.
넥센에서 많은 것을 이룬 이택근이었다. 구단 창단 첫 해였던 2008년 베이징올림픽 국가대표로 뽑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병역혜택과 함께 야구선수 이택근의 진가를 알린 계기가 됐다. 2009년에는 첫 골든글러브까지 손에 넣으며 최고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이택근의 영입은 구단 이장석 대표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여러 차례 사석에서 "이택근의 트레이드는 아쉽다"고 말해왔다. 직접 "차세대 리더", "팀에 대한 애정도 있다"고 손꼽을 정도로 애정을 보였다. 때문에 이택근의 트레이드는 더욱 큰 비난과 질타가 돼 구단으로 되돌아 오기도 했다. 특히 이 대표는 이날 새벽 직접 이택근을 만나 계약을 체결했다.
넥센이 배출한 국가대표 1호, 골든글러브 1호였던 이택근은 이제 넥센이 영입한 FA 1호라는 수식어까지 붙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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