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쓴다' 넥센-한화, 하위팀의 'FA 반란'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1.11.21 13: 55

충격에 빠진 FA 시장이다.
넥센 히어로즈와 한화 이글스는 지난 20일 4시 30분, 45분쯤 각각 FA 계약을 발표했다. 넥센은 외야수 이택근(31)과 4년 총액 50억 원에, 한화는 우완 베테랑 송신영(34)과 3년 13억 원+∝에 계약을 맺었다.
넥센과 한화는 올 시즌 나란히 최하위와 그 두 번째를 차지한 하위팀이다. 양팀 모두 성적 뿐 아니라 그동안 FA 시장의 주체로서도 조명받아본 적이 없다. 한화는 지난 5년 동안 외부 FA 영입이 없었을 뿐 아니라 넥센은 FA 계약이 이제까지 한 번도 없는 팀이다. 게다가 두팀이 영입한 이택근과 송신영의 원 소속팀은 대기업 LG가 모기업인 LG 트윈스다.

사실 한화는 올해 스토브리그에 관심이 있음을 전부터 표명해왔다. 한대화(51) 한화 감독은 이번 FA를 두고 "내가 불펜 투수 한 명 잡아달라고 구단에 이야기했다"며 불펜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구단도 전력 보강에 돈을 아끼지 않겠다고 자신했다.
한화는 16일 팀내 FA인 포수 신경현(36)과 신청 선수 중 가장 먼저 2년 7억 원에 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원 소속팀과의 우선 협상 기간이 끝난 20일 바로 송신영과의 계약을 발표했다. 한화는 내친 김에 해외파 선수인 박찬호(38), 김태균(29)과도 신속히 계약을 추진할 방침이다.
놀라운 것은 넥센이다. 넥센은 모기업인 대기업으로부터 구단 지원금을 받는 형태인 다른 구단과 달린 스폰서십으로만 운영되는 독특한 구조를 갖추고 있어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 구단 사정이 어려울 때 추진했던 현금 트레이드로 인해 구단 이미지도 추락한 상태였다.
그러나 넥센 또한 한화와 마찬가지로 원 소속팀과의 우선 협상이 결렬된 이택근을 자유 협상 첫날 새벽에 만나 계약을 매듭지었다. 4년에 총액 50억원은 우리나라 프로야구 역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 넥센은 '짠 구단'이라는 이미지를 한 방에 털어버릴 수 있는 계기를 갖췄다.
넥센 관계자는 자유협상 기간을 앞두고 "우리도 야구팀이다. 야구팀이라면 누구나 전력을 보강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전력 보강을 위해 자원 영입에 더 나설 수도 있다는 의미. 넥센이 FA 시장에 손을 내밀면서 그동안 몇몇 팀의 '돈풀기'로 여겨졌던 FA가 한 층 더 복잡해졌다.
넥센과 한화의 FA 계약이 내년 우리나라 프로야구계에 크게 미칠 영향은 바로 전력 평준화다. 최근 몇년 동안 하위권을 맴돌며 상위팀들과의 전력차를 느꼈던 두 팀이 부족했던 자원들을 영입하면서 내년 프로야구는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그동안 축제와는 멀었던 넥센과 한화가 상위권에 도전하면서 프로야구에 더 큰 재미를 불어넣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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