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이다. 말 그대로 집에서 키우던 토끼 두 마리를 동시에 잃어버린 꼴이 됐다.
LG 트윈스가 내부 FA였던 이택근(31)과 송신영(35)의 계약 실패 후 외부 협상 첫날 모두 잃었다. 그것도 올 시즌 LG와 공동 6위를 차지한 한화, 그리고 8위를 차지한 넥센에게 빼앗겨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했다.
▲이택근, 넥센과 4년 50억 계약

먼저 이택근은 20일 오후 넥센과 FA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조건은 4년간 50억원이다. 계약금 16억원, 연봉 7억원 등 44억원을 보장하고 마이너스 옵션도 없이 플러스 옵션으로 매년 1억5000만원씩 4년간 6억원을 책정했다. 역대 FA 두 번째 규모다. 이로써 이택근은 3년만에 다시 친정팀 넥센으로 복귀했다.
지난 2009시즌이 끝난 후 12월 31일 이택근은 LG로 트레이드 됐다. 당시 포수 박영복과 외야수 강병우, 그리고 현금 25억 원에 LG 유니폼을 입어야 했다. 원치 않은 트레이드였다. 당시 메인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히어로즈라는 이름만 있었던 구단이었다. 구단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한 재원 마련 차원에서 이뤄진 어쩔 수 없는 현금 트레이드였다.
특히 이택근은 계약 전날 LG와의 협상에 실패한 후 "FA 시장에 나가 다른 팀과 협상을 하겠다"면서도 첫 번째 조건을 "마음이 통하는 구단으로 가고 싶다"고 밝혔다. 사실상 넥센에 대한 마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송신영, 한화와 3년 13억 계약
이택근의 계약 발표 2분 후 송신영은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었다. 한화는 20일 FA 투수 송신영(34)과 3년간 총액 13억원+알파에 FA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계약금 4억원과 연봉 3억원을 받는 조건으로 플러스 알파에 대한 내용은 비공개로 했다. 한화 구단으로는 지난 2005년말 김민재 이후 6년 만이자 사상 두 번째 외부 FA 영입이다.
중앙고-고려대를 졸업하고 지난 2001년 현대에 입단한 우완 투수 송신영은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중간 불펜 투수로 활약했다. 프로 11시즌 통산 549경기에서 46승39패46세이브58홀드 평균자책점 4.10을 기록했다. 데뷔 후 매 시즌 25경기 이상 등판하는 꾸준함을 보였다.
특히 올 시즌 넥센과 LG에서 마무리로 활약하며 62경기 3승3패19세이브7홀드 평균자책점 2.24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지난해 넥센에서 FA 신청을 하지 않았던 그는 올 시즌 중 마무리투수를 필요로 한 LG로 트레이드됐다. LG에서 마무리로 좋은 활약을 했으나 FA 협상에서 LG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시장에 나와 첫날 계약했다.
▲LG, 그럼 이제 누굴 잡나?
이미 집에 있어야 할 토끼 두 마리는 다른 집으로 가버린 만큼 LG는 지금부터라도 외부 영입에 힘을 쏟아야 할 듯 싶다.
당장 LG는 마무리 송신영과 계약에 실패한 만큼 뒷문 단속이 선결 과제다. 후보군은 2명이나 있다. SK 불펜을 책임지던 언더핸드 정대현(33)과 좌완 '작은' 이승호(30)가 FA 시장에 나왔다. 둘 다 해외 진출까지 고려하고 있긴 하지만 국내 잔류 가능성이 더 높다. 그럴 경우 LG는 이들과 협상을 할 수도 있다. 둘 중에 한 명만 잡아도 뒷문은 막을 수 있다.
문제는 금액이다. 두산과 4년 28억원에 계약한 정재훈을 비교 기준으로 놓을 경우 이승호는 최소 20억 원 정도로 볼 수 있다. 정재훈보다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정대현은 30억 원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 물론 여기에 보상금 200%를 지불해야 하지만 이승호와 정대현의 2011시즌 연봉이 각각 2억 원과 2억 7천만 원에 그쳐 4억과 5억 4천만 원이 추가된다.
이택근의 빈 자리는 더 크다. 이택근을 대신할 FA 시장에 남은 선수는 이대호 밖에 없다. 그러나 이대호는 롯데의 100억 원을 뿌리치고 일찌감치 일본행을 선언한 상태다.
그렇다면 LG는 내년 시즌 1루 자리에는 내부 선수 수혈이 답이 될 수 있다. 김기태 감독은 이미 지난 15일 진주 마무리 캠프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만약 이택근이 LG를 떠날 경우 '작뱅' 이병규를 1루수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과연 LG는 외부 FA 시장에서 누구에게 손을 뻗을까. 내년 시즌 10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청사진을 밝힌 LG. 신임 김기태 감독은 속이 타 들어갈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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