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네 구멍' 롯데, 공백 채울 묘책은 무엇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1.11.21 13: 30

'동렬이도 가고 종범이도 가고'.
김응룡(70) 전 감독은 해태 타이거즈 사령탑을 맡았던 당시 주전 선수의 연이은 이탈에 탄식하며 이른바 '명언'을 만들어냈다. 요즘 롯데 양승호(51) 감독은 김 전 감독의 당시 심정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롯데는 4번 타자이자 1루를 지켰던 이대호(29)를 FA 협상에서 붙잡지 못한데 이어 셋업맨 임경완(36)마저 SK에 빼앗겼다. 또한 올 시즌 15승을 올리며 에이스로 우뚝 선 장원준(25)이 포수 장성우(23)와 함께 다음달 28일 경찰청 입대를 앞두고 있다.

▲'빅보이' 빠진 롯데, '빅홀' 생겼다
롯데는 이대호를 잡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2차 협상 때부터 역대 최고 금액을 훌쩍 뛰어넘는 4년 100억 원을 제시해 이대호의 마음을 붙잡고자 했다. 하지만 결국 이대호는 큰 무대에 도전하는 길을 택했고, 오릭스 진출이 유력시되는 상황이다.
이대호라는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거포가 롯데 타선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수치화하긴 힘들지만, 분명한 것은 한 명의 타자가 빠진 것 이상의 타선 약화를 초래할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떠난 선수를 아쉬워하는 것보다 이제 롯데는 이대호가 떠난 뒤의 공백을 생각해야 한다.
우선 1루는 박종윤의 출전이 늘어날 전망이다. 양 감독은 20일 OSEN과의 통화에서 "박종윤은 풀타임 출전하면 2할 8푼에 10홈런 이상은 충분히 해 줄 선수다. 그동안 이대호가 있어서 출전 기회가 적었지만 잘 해줄 것"이라고 기대를 보였다. 또한 "(박종윤이 좌완 투수에 약하니)선발 투수에 따라 조성환이 1루도 볼 수 있다. 알다시피 조성환 타격 능력도 훌륭하지 않은가. 1루에 나간다면 체력적으로도 도움이 돼 타격 성적이 올라가지 않을까 예상 한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까지 1루수로 출전하기도 했던 김주찬에 대해서는 "이미 좌익수에 자리 잡았으니 1루로 돌아올 일은 없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차기 4번 타자는 누가 될 것인가. 일단 유력한 후보군은 홍성흔으로 꼽힌다. 올 시즌 홍성흔은 6홈런에 그치며 장타력이 약화된 모습을 노출했지만 지난해 26개를 기록했던 전례가 있는 만큼 기대 할만하다. 양 감독은 "4번에 누가 들어가고, 또 클린업트리오를 구성하는 건 시즌 중 경기 때마다 고민할 문제다. 아직 거기까지 생각할 때는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외부선수 수혈 가능성도 충분하다. 1루를 볼 수 있던 FA 이택근이 넥센으로 둥지를 옮겼지만 아직 김동주가 시장에 남아있다. 지난해 김동주의 연봉인 7억원 때문에 보상금 문제가 걸리지만 이대호 영입에 100억원을 준비했던 롯데인 만큼 실탄이 부족하진 않다.
▲셋업맨 임경완의 이탈
롯데와의 최종 협상이 결렬된 바로 다음 날인 20일, 임경완(36)은 SK 와이번스와 3년 총액 11억원에 계약을 마쳤다. FA 선언 당시 임경완은 "가능하면 롯데에 꼭 남고 싶다"는 뜻을 밝혔고, 롯데 역시 임경완을 잡는 데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세부 협상 중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결국 임경완을 놓치고 말았다.
임경완이 롯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컸다. 불펜이 약점으로 지적되어 오던 롯데지만 임경완은 올 시즌 4승 3패 18홀드 평균자책점 3.15로 뒷문을 단단하게 지켰다. 여기에 투수조의 맏형으로서 온화한 성격과 책임감으로 후배들의 귀감이 되던 선수였다. 양 감독은 임경완이 SK와 계약을 맺은 직후 "구단이 붙잡아줘야 할 선수를 놓쳐서야 어떡하냐"라며 진한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일단 내부에서 임경완의 공백을 채우는 방법이 있다. 이재곤은 올해 선발과 불펜을 오갔지만 내년 불펜으로 고정될 가능성이 있다. 임경완과 같은 사이드암에 싱커를 주무기로 삼기에 그를 대신할 적임자로 꼽힌다. 또한 올 시즌 가능성을 보여줬던 진명호와 군 제대를 앞둔 최대성, 이상화 등도 성장 여부에 따라 필승조 합류가 가능하다.
외부 수혈도 고려 대상이다. FA 가운데 송신영은 한화를 택했지만 아직 작은 이승호와 정대현이 있다. 정대현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하고 나갔기에 이승호를 노려볼 만하다. 롯데는 여기에 트레이드, 2차 드래프트, SK에서 받아 올 보상선수 등을 통해 임경완의 공백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15승 좌완 에이스, 장원준 공백 어찌할까
롯데가 올해 창단 첫 정규시즌 2위에 오른 데에는 장원준의 힘이 컸다. 장원준은 올 시즌 15승 6패 평균자책점 3.14를 기록하며 팀 내 다승왕에 올랐다. 롯데에서 좌완 투수가 15승 이상 거둔 것은 1996년 주형광(현 롯데 코치)의 18승 이후 15년 만에 처음이다. 그와 동시에 장원준은 올해 한국 프로야구에서 가장 많은 승리를 올린 좌완투수가 됐다.
리그에서 손꼽히는 좌완 투수지만 장원준은 국제대회에 출전할 기회가 없어 병역 혜택을 받지 못했고, 결국 경찰청 입대를 결정해 다음달 28일 입대를 앞두고 있다.
롯데는 장원준의 이탈로 '15승' 투수와 '좌완 선발' 투수를 동시에 보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일단 외국인투수 영입으로 공백을 최소화한다. 양 감독은 "부첵 대신 좋은 용병 투수가 와서 활약하면 지난해에 비해 생각보다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투수가 와서 1선발을 맡아 준다면 장원준의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양 감독은 외국인투수를 좌완으로 한정짓지 않았지만 좌완이면 금상첨화다.
또한 내부 자원에 기대를 건다. 올해 '2년차 징크스'에 시달렸지만 지난해 가능성을 보여줬던 이재곤이 있고 최고 구속 150km를 상회하는 진명호도 있다. 또한 이번에 국방의 의무를 마치고 복귀를 앞둔 이상화도 묵직한 구위를 앞세워 선발 진입을 노린다.
▲백업포수 장성우의 군입대
롯데는 이제까지 포수난에서 한 발 비껴나 있었다. 주전포수 강민호의 건재에 강력한 어깨와 수비 능력을 뽐냈던 백업포수 장성우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렇지만 롯데는 장성우가 12월 28일 군 입대를 하면서 당장 백업포수 걱정을 해야 할 처지가 됐다.
백업 포수는 일단 내부에서 충원할 계획이다. 올해 변용선이 많은 기량 성장을 보였고 상무에서 제대하는 이동훈 역시 기대주다. 2차 드래프트와 트레이드를 통해서도 전력 보강이 가능하다. 양 감독은 "모든 구단이 포수난인건 마찬가지"라며 "여러 방법을 통해 보강할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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