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택근 복귀시킨 넥센, 과제는 '전력 극대화'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11.21 13: 48

단순히 보여주기를 위한 일회성 계약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함께 팀을 꾸릴 주력 선수들을 수년 간 지켜내며 대권에 도전할 만한 전력을 제대로 구축해야 한다. 호타준족 이택근(31)을 2년 만에 복귀시킨 넥센 히어로즈의 당면 과제다.
넥센은 지난 20일 LG에서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취득한 이택근과 계약금 16억원, 연봉 각 7억원, 플러스 옵션 6억원으로 최대 4년 50억원에 달하는 대형 계약을 맺었다. 국내 FA 시장에서 4년 50억원은 2004년 말 삼성과 4년 60억에 계약을 맺은 심정수(은퇴)에 이은 두 번째 야수 대형 계약이다. 단일년도 연봉 7억원은 올 시즌 최고 연봉자인 김동주(두산)의 금액과 똑같다.
더욱 놀랄 만한 것은 그동안 주력 선수를 타 팀으로 보내고 현금과 다른 선수를 받아오는 데 익숙했던 히어로즈가 대형 FA 계약을 성공시켰다는 점이다. 이미 올해 초 김시진 감독과 일찌감치 재계약에 성공한 이장석 대표는 "2013년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전력을 만들겠다"라며 공언했고 이택근 계약은 그 첫 포문과도 같다.

꼭 1년 전 만 해도 주전 유격수 강정호와 마무리 손승락이 '타 팀으로 갈 수도 있다'라는 이야기가 빈번하게 물밑에서 흐르던 바 있다. 필승 계투 송신영(한화)이 3선발 김성현과 함께 LG로 이적할 때도 LG에서 제 자리를 찾지 못하던 거포 유망주 박병호와 우완 선발 심수창을 받으면서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던 넥센이다.
그러나 현재 과정으로 봤을 때 오히려 넥센은 현재이자 미래의 4번 타자를 획득했고 기교파 우완 선발까지 얻었다. 박병호가 LG에서 크지 못한 데는 이곳 저곳에서 다른 지시를 받다가 자기 매커니즘을 잃었던 심리적인 이유가 컸고 심수창 또한 같은 구종을 여러가지로 안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투수다. 여기에 이택근이 가세하며 재계약 불가를 천명한 코리 알드리지보다 더 뛰어난 중장거리 타자를 얻었다.
중심타선이 우타 편향적으로 갈 수 있다는 점만 제외하면 기동력까지 숨겨진 넥센의 화력은 분명 무시할 수 없다. 여기에 재계약이 사실상 확정된 브랜든 나이트가 기본적인 이닝을 소화해주고 선발진을 구축할 심수창-김성태-문성현-강윤구-김영민 등이 기대대로 성장하는 동시에 마무리 손승락이 뒷문을 제대로 책임진다면 넥센은 충분히 다음 시즌 다크호스가 될 수 있다. '만약'이라는 꼬리표가 붙어있으나 승산있는 게임이다.
문제는 이들을 모두 지켜내야 한다는 점이다. "2년 전에 비해 자금 사정이 확실히 나아졌다"라는 이야기가 지배적이지만 스타 플레이어를 다른 팀으로 이적시키며 팀을 꾸렸던 전례가 있던 만큼 의심의 눈초리가 완전히 가시지는 않은 것이 사실. 30개 구단의 메이저리그 시장이라면 '화수분식 운용'이라고도 볼 수 있으나 아직 한국 야구는 2013년에야 9구단 시장이 된다. 야구 인프라부터 일단 협소한데다 리그 시장이 크지 않다.
대형 스타 플레이어이자 프랜차이즈 스타로 맹활약을 펼칠 선수를 데려왔더라도 다른 쪽 곳간에 커다란 구멍이 난다면 리그 내 경쟁력은 금방 떨어지게 마련이다. 또한 과거 연속된 현금 트레이드로 인해 팀 내 선수들의 의욕이 반감되었던 일도 기억해야 한다. 이택근을 대형 계약으로 다시 데려온 만큼 팀 내 다른 선수들에게도 동기 부여를 위해 섭섭하지 않은 대우를 해줘야 한다.
넥센은 충분한 가능성을 지닌 팀이다. 전신 격인 현대 시절부터 선배가 후배를 챙겨주고 후배가 선배의 장점을 본받는 좋은 팀 케미스트리가 구축되었으며 아직 김시진 감독을 비롯해 선수들을 잘 알고 있는 코칭스태프가 남아 있다. 이택근 FA 영입이 단순한 보여주기가 아닌, 팀의 올바른 지향점을 찾아가는 시발점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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