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스토브리그에서 큰 손이었던 LG 트윈스가 올 겨울에는 잠잠하다. 너무 조용해서 무슨 큰 일이 있지 않냐는 괜한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LG는 지난 20일 내부 FA였던 내야수 이택근(31)과 마무리투수 송신영(35)이 외부 협상 첫날 각각 넥센 히어로즈와 한화 이글스의 계약을 통해 팀을 떠났다.
떠나버린 버스와 사람의 마음은 다시 잡을 수 없다는 말처럼 이미 마음이 떠난 이택근과 송신영이 다른 팀과 계약을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일단 LG는 내부 FA 영입을 위해 준비한 최소 50억원 가운데 이상열과 계약한 6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44억원을 가지고 있다. 이 돈으로 외부 FA를 잡아올 수도 있다. 금고에 넉넉한 자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겨울은 LG의 행보가 너무나 소극적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LG가 이번 겨울 FA 시장에서 외부 선수를 쉽게 영입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영입 후 보상 선수 때문이다.
지난주 진주 마무리캠프에서 만난 김기태 감독은 "감독이라면 선수 욕심은 당연히 있다. 그러나 확실한 FA가 아닌 중간급 선수를 데려올 경우 보상 선수 때문에 큰 출혈이 있을 수 있어 쉽게 영입을 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20일 이택근과 송신영의 계약 소식을 듣고 나서도 "할 말이 없다"며 말을 아끼면서 "외부 영입을 신중하게 생각해 보겠다"며 외부 영입에 대해서는 애써 신중한 태도를 잃지 않았다.
한국야구위원회는 FA 보상과 관련해 '야구규약 164조'에 직전 시즌에 다른 구단에 소속했던 FA 선수와 다음 연도 선수 계약을 체결한 구단은 해당 선수의 전 소속 구단의 직전 시즌 참가활동 보수의 200%와 구단이 정한 20명의 선수 이외의 1명으로 보상해야 한다. 단, 전 소속구단이 선수에 의한 보상을 원하지 않을 경우에는 FA 선수의 전 소속구단의 직전 시즌 참가활동보수의 300%로 선수에 의한 보상을 대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LG는 지난 2002년 이후 9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비록 가을야구와는 인연이 없었지만 덕분에 매년 유망주들을 상위 라운드에서 뽑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덕분에 LG 2군에는 잘 만 다듬으면 주전급으로 성장할 수 있는 원석들이 많다.
보호선수 20명에 들어갈 이들을 살짝 봐도 당장에 타팀으로 갈 경우 주전급으로 활약이 가능하다. 일단 보호선수 후보군을 폭넓게 30명으로 잡아보자.
포수의 경우 FA에 나온 조인성을 제외하고 김태군, 심광호, 윤상균까지 3명이다. 투수는 에이스 봉중근을 비롯해 박현준, 임찬규, 김광삼, 신정락, 김선규, 이동현, 장진용, 최성민, 김기표, 한희, 김성현, 정재복이 있다. 투수만해도 12명이다.
LG는 박경수가 군입대하며 당장 내야가 헐거워져 유망주까지도 후보군에 넣어야 할 판이다. 오지환을 비롯해 김남석, 김태완, 서동욱, 윤진호, 정병곤, 정성훈, 정주현까지 8명이나 된다.
외야는 어떨까. 주장 박용택을 시작으로 이대형, '큰' 이병규, '작뱅' 이병규, 이진영, 정의윤까지 최소 6명이다.
이들 가운데 20명으로 압축을 해보자.
포수에서는 김태군, 심광호, 윤상균이 무조건 들어간다. 투수들을 압축해 보면 봉중근, 박현준, 임찬규, 김광삼, 신정락, 김선규, 이동현, 최성민, 한희, 김성현이 유력하다. 투수와 포수만 해도 13명이다.
야수를 보자. 오지환을 비롯해 김태완, 서동욱, 김남석, 윤진호, 정성훈, 정주현이 들어간다. 외야는 앞에서 언급한 6명 모두가 들어간다. 20명으로 압축을 하려고 해도 26명이다.
LG가 외부 FA를 영입할 경우 가장 유력한 이로 SK에서 뛰던 '작은' 이승호를 꼽을 수 있다. 그를 데려오면 분명히 뒷문을 든든하게 잠글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뒷문은 잠그는 대신 그 외의 포지션에서 유망주 또는 즉시 전력감을 내줘야 한다. 30명 후보군 외에도 박동욱, 양승진, 이대환, 손인호, 황선일, 양영동이 있다.
그렇다고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 수도 없는 법이다. LG가 외부 FA 시장에 눈을 쉽게 돌지 못한 이유는 명확하지만 마냥 고심만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과연 LG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
agass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