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직행 눈앞' 정대현, 선구자가 되다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11.22 06: 00

직행 문을 두드린 투수는 있었다. 그러나 포스팅시스템이 아닌 순수한 프리에이전트(FA) 계약으로, 그것도 한국 무대에서 곧바로 메이저리그 구단과 연 100만달러 이상이 보장된 계약을 이뤄냈다는 점은 한국 야구계의 큰 족적이 아닐 수 없다. '한국형 잠수함' 정대현(33. 전 SK 와이번스)이 미국 아메리칸리그팀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2년 총 320만 달러 계약을 눈앞에 두었다.
정대현은 지난 21일(한국 시간) 볼티모어 측과 계약금 20만 달러, 옵션 포함 총 연봉 300만 달러 등 총 320만 달러에 2년 계약을 사실상 합의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서 미국 타선을 봉쇄하며 주목받은 뒤 이듬해 SK에 입단해 통산 477경기 32승 22패 99세이브 76홀드 평균자책점 1.93을 기록했다.
10시즌 넘게 활약하며 통산 평균자책점이 1점 대에 불과한 투수는 선동렬 KIA 감독과 함께 정대현이 유이하다. 여기에 정대현은 한국리그 출신 선수로서는 처음으로 일본리그를 거치지 않고 메이저리그 직행 계약을 맺은 선수로서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직행 문을 두드린 선수는 정대현이 처음은 아니었다. 1997시즌 후 LG 이상훈은 미국 진출을 꿈꿨으나 일본 주니치를 선택해 2년 간 활약한 뒤 보스턴으로 진출했다. 1999년 한화를 우승시킨 우완 에이스 정민철(현 투수코치)은 메이저리그 진출도 고려했으나 결국 일본 요미우리로 향했다.
2000시즌 한화서의 시즌을 마치고 일본 오릭스로 진출한 구대성은 2005년 뉴욕 메츠와 계약을 맺었으나 일본을 경유한 케이스. 2001년 LG에서 FA가 된 양준혁도 메츠가 염두에 두었으나 삼성과 계약을 맺었음은 이미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 무렵 두산 마무리 진필중은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렸으나 입찰금액이 2만5000달러에 그쳤다. 임창용(야쿠르트)이 FA 자격 취득 전 포스팅시스템으로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려 애틀랜타, 보스턴 등과 이야기가 오가기도 했다. 2008시즌 후에는 도전정신으로 똘똘 뭉친 롯데 최향남이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101달러 입찰금액을 받았으나 메이저리그 무대는 밟지 못했다.
그러나 정대현은 다르다. 마이너리그로 떨어지면 연봉 계약이 축소되는 스플릿 계약이 아니라 엄연히 2년 간 300만 달러가 보장되는 메이저리그 계약이 성사 단계에 이른 것. 볼티모어가 정대현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이제 남은 것은 정대현이 자신의 기교파 투구를 메이저리그에서도 펼치는 것이다. 좋은 계약을 이끌어냈으나 활약이 기대치에 못 미친다면 한국 무대에서의 메이저리그 직행 문은 조금 더 좁아질 수 있기 때문. 이제는 한국을 대표하는 또 한 명의 언더핸드 투수가 된 정대현의 오른 어깨가 더욱 무거워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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