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티모어는 그에게 어떤 역할을 맡길까.
한국프로야구 출신 최초의 메이저리그 직행 케이스가 될 정대현(33)에게 초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볼티모어는 2년간 총액 320만 달러(약 36억원)의 메이저리그 계약을 정대현에게 제시했다. 계약금 20만 달러와 옵션 포함 총 연봉도 300만 달러. 최소 보장액만 140만 달러나 된다. 미지의 세계라는 한국프로야구 출신 정대현에게 아주 세게 배팅한 것이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 속해있는 볼티모어는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에 끼여 1997년 이후 1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하고 있다. 올해도 69승93패로 지구 최하위. 승률 4할2푼6리는 메이저리그 전체를 통틀어 27위에 불과하다.

특히 마운드 부진이 결정타였다. 팀 평균자책점이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최하위(4.89)였다. 선발(5.39·30위)에 비해 불펜(4.18·27위)이 그나마 나았지만 주요 전력들이 이탈하며 구멍이 생겼다. 볼티모어는 그에 따른 빈자리를 정대현으로 메울 심산이다.
볼티모어는 이미 시즌 중 불펜에서 활약한 우완 우에하라 고지와 좌완 마이클 곤잘레스를 7월과 9월에 걸쳐 텍사스로 트레이드시켰다. 우에하라와 곤잘레스는 각각 팀 내 홀드 2~3위를 차지한 핵심 불펜들이었다. 우에하라와 곤잘레스 그리고 마무리 짐 존슨을 제외하면 30경기 이상 불펜으로 나온 투수들의 평균자책점은 모두 5점대였다.
69경기 6승5패9세이브18홀드 평균자책점 2.67로 분전한 존슨 외에는 마땅히 믿을만한 투수가 없는 형편. 마무리로 기대한 케빈 그렉은 하향세를 보이고 있고, 제레미 아카르도와 제이슨 버크도 실망스러웠다. 그나마 곤잘레스를 내준 대가로 데려왔던 페드로 스트롭이 이적 후 12경기에서 0점대(0.73) 평균자책점으로 호투한 게 소득이었다.
흥미로운 건 볼티모어가 지난 3일(한국시간) 텍사스에서 웨이버 공시된 대런 오데이를 영입한 사실. 오데이도 정대현과 같은 잠수함 계열 투수로 2009~2010년 2년 연속 20홀드 이상을 거둔 검증된 불펜. 그러나 올해는 어깨 부상 여파로16경기 1패3홀드 평균자책점 5.40으로 부진했다. 오데이의 연봉이 125만 달러인데 아직 검증된 게 없는 정대현의 보장 연봉이 140만 달러라는 점에서 볼티모어의 남다른 기대치를 가늠할 수 있다.
정대현은 한국에서도 전문 불펜 투수로 활약했다. 중간과 마무리 모두 가능하다. 볼티모어에서도 비슷한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있다. 후반기 볼티모어 마무리로 활약한 존슨도 원래는 중간 요원이었다. 무엇보다 볼티모어 지휘봉을 잡고 있는 사령탑은 과거 애리조나에서 김병현을 빅리그에 데뷔시킨 벅 쇼월터 감독이다. 김병현은 쇼월터 감독아래 1999년 데뷔해 2000년부터 마무리로 자리매김했다. 잠수함 마무리 성공 가능성을 쇼월터 감독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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