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생 잠수함' 김병현과 정대현의 대비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11.22 11: 09

두 언더핸드 동기생의 투구 스타일은 판이했다. 한 명은 역동적인 투구폼에 광속구를 던지며 거구의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눌렀고 또 한 명은 상대적으로 느린 공으로 타자들의 방망이를 헛돌게 했다.
그리고 그들의 선수생활 또한 대조적으로 흘러가고 있어 더욱 이채롭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일본 라쿠텐에서 방출된 김병현(32)과 한국리그 최초의 메이저리그 직행 투수가 될 가능성이 농후한 정대현(33. 전 SK 와이번스)이 그 두 주인공이다.
정대현은 지난 21일(한국시간) "메이저리그 아메리칸 리그 동부지구의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총 320만 달러(약 36억원)에 계약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계약기간은 2년이며 계약금 20만 달러, 총연봉은 옵션을 포함해 300만 달러다. 매년 보장액만 최소 140만 달러다.

정대현은 "메디컬 테스트만 남겨둔 상태"라면서 "메이저리그 개런티 계약이다. 사흘 안에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큰 이상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메디컬 테스트가 통과의례라는 점에서 정대현의 메이저리그 입성은 기정사실. 이로써 한국프로야구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최초의 선수의 이름은 정대현으로 굳어졌다.
반면 김병현은 지난 21일 일본야구기구(NPB)에 자유계약선수로 공식 등재되고 말았다. 1999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서 데뷔한 이래 보스턴-콜로라도 등을 거치며 '프리즈비 핵 잠수함 마무리'로 엄청난 명성을 떨쳤던 김병현은 지난해 말 라쿠텐과 계약을 맺었으나 이스턴리그(2군) 18경기 1패 평균자책점 2.66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1군 무대 출장은 전무했다.
둘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국제대회를 통해 메이저리그의 눈을 사로잡았던 투수다. 김병현은 언더핸드임에도 150km을 훌쩍 넘기며 꿈틀대는 직구를 바탕으로 당돌한 투구를 선보였다. 성균관대 2학년 시절이던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이끈 김병현은 애리조나와 계약금 220만 달러짜리 계약을 맺었다. 공교롭게도 정대현이 둥지를 틀 볼티모어의 현재 감독은 벅 쇼월터 감독으로 김병현의 메이저리그 데뷔 당시 애리조나 지휘봉을 잡기도 했다.
경희대 시절이던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미국전서 로이 오스왈트(필라델피아)와 선발 맞대결을 펼쳐 호투를 보여줬던 정대현은 빠르지 않지만 움직임이 좋은 커브와 싱커로 타자들을 제압했다. 프로 데뷔 초기 더 빠른 공을 던지려다 주춤했던 정대현은 2003시즌부터 SK의 필승계투로 자리잡으며 통산 477경기 32승 22패 99세이브 76홀드 평균자책점 1.93을 기록했다.
동기생-쇼월터 감독과의 인연을 제외하면 둘의 투구 스타일은 판이하다. 김병현은 빠르게 꿈틀대는 직구와 역회전되는 '업슛'을 자랑하며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맛보는 메이저리그 올스타 마무리가 되었다. 반면 정대현은 빠르지 않지만 타자가 공략하기 어려운 움직임의 공을 던지며 국내리그의 명품 잠수함으로 활약했다.
확연히 다른 스타일처럼 그들의 현재도 극명하게 바뀌어 있다. 2007년 3월 해외파 특별지명을 통해 현대 지명을 받은 김병현의 보유권은 현재 넥센이 갖고 있다. 그러나 김병현은 고향팀 KIA에서 활약하고 싶어한다. 지명권을 두고 KIA와 넥센 간의 트레이드 협상 등이 이뤄지지 않는 한 김병현의 국내 무대 데뷔 시점은 짐작할 수 없다.
반면 꾸준히 국내 무대서 활약한 정대현은 2년 총 320만 달러가 보장된 메이저리그 계약을 맺으며 '우보만리'의 행보를 보여줬다. 2년 전부터 '금액에 크게 구애받지는 않는다. 메이저리그 무대에 도전해보고 싶다'라는 바람을 이야기하던 정대현의 꿈은 현실이 되었다.
둘 모두 한국을 대표하는 걸출한 언더핸드 투수다. 그러나 월드시리즈 마운드까지 올랐던 '업슛'의 달인이 무적(無籍) 상태로 쓸쓸히 남겨진 반면 '싱커'의 달인은 한국프로야구의 선구자가 되었다. 팬들은 두 잠수함 투수의 미래가 모두 멋진 장밋빛으로 이어지길 바라고 있다.
farinelli@osen.co.kr
김병현-정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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