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예능이 조명한 가수의 '세 얼굴'..예능vs보컬vs아이돌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1.11.22 09: 47

지상파 방송사가 자존심을 내건 황금시간대 일요 예능이 가수의 각기 다른 얼굴을 조명하며 시청자들의 시선을 겨냥하게 됐다.
KBS가 '해피선데이-1박2일'로 예능형 가수를 내세워 전연령층 시청자를 확보하고 MBC가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로 보컬형 가수들의 진면목을 재발견케 한 데 이어, SBS는 'K팝 스타'로 현재 가요계를 주름잡고 있는 아이돌형 가수의 탄생 과정을 생생히 보여줄 예정이다.
'1박2일'은 가수들의 예능 나들이에 큰 빚을 진 프로그램. 강호동, 이수근 등 걸출한 개그맨이 중심을 잡긴 했지만, 아이돌 이미지를 벗어던진 은지원부터 뮤지션 김C, 모범생 이승기, 사고뭉치 MC몽, 어리바리한 김종민 등 캐릭터가 확실한 가수들의 활약이 프로그램 인기에 큰 몫을 해냈다. 강호동과 MC몽, 김C가 빠져나갔음에도 여전한 인기를 누리는 데에는 은지원, 이승기, 김종민 등이 웬만한 예능인 못지 않은 제 역할을 해냈기 때문. 이들은 기존 가수들이 중시하던 신비주의는 멀리 던져버리고, 먹을 것 하나에 아이들처럼 싸우고 노는 모습 등으로 시청자들과 가깝게 호흡하고 있다.

'나는 가수다'는 아이돌 가수와 예능형 가수로 인해 다소 가벼워진 가요계에 지나칠만큼 무겁고 심각한 분위기를 조성해 틈새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했다. 한쪽에선 가수들이 야외 취침을 놓고 게임을 하는 동안, '나는 가수다'는 무대를 앞두고 히스테리컬 하기까지 한 가수들의 진짜 얼굴을 담아냈다. 존경 받는 가수들을 1등부터 꼴등까지 순위를 매겨 세운다는 충격적인 발상부터, 이같은 부담감을 떨쳐내고도 제 실력을 발휘해 인기를 모은 박정현, 김범수 등 새로운 아이콘 탄생까지 '나는 가수다'는 지난 한해 가요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데 성공했다. '나는 가수다'가 퀄리티 높은 무대를 구현해내고, 가수가 아티스트로서 존중 받기 시작하자 가수들 사이에 팽배했던 회의론도 누그러진 양상이다.
'K팝스타'는 '나는 가수다'와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가져온 보컬형 가수들의 득세에 또 다른 물꼬를 터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기존 오디션과 궤를 같이 하고 있긴 하지만, 심사 기준은 상당히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심사위원이 국내 아이돌 시장을 이끄는 SM-YG-JYP의 대표주자들이기 때문. 노래 잘하는 숨은 실력자를 찾는다는 기존 프로그램과 달리, 이들 아이돌 수장들은 스타가 될만한 '끼'를 찾아내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그래서 일반 시청자들과도 판단이 꽤 다를 수 있다. 제작자가 어떤 기준으로 숨겨진 '끼'를 발견해내고 발전시키는지, 지금의 K-POP 붐을 만들어낸 제작자들의 진정한 비결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시청자들은 리모컨 하나로, 가수들의 여러 면모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시청률면에서 예능형 가수가 보컬형 가수를 다소 웃도는 가운데, 아이돌 시장을 이끌 가수들은 어떤 성적표를 받게 될지도 관심을 모으게 됐다. 'K팝스타' 첫방송은 오는 12월4일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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