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을 몸 담은 팀을 떠나 새로운 팀에서 다시 출발한다. 그런데 그 새로운 팀이 자신의 동기생은 물론 선후배가 자존심을 회복하고 재평가를 받게 된 그 팀이다. LG 트윈스를 떠나 SK 와이번스에서 새 출발을 하는 포수 조인성(36)이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인가.
SK는 지난 21일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재취득한 조인성과 만나 3년간 계약금 4억원, 연봉 4억원, 옵션 각 1억원 등 최대 19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신일고-연세대를 거쳐 지난 1998년 LG에 1차지명으로 입단한 조인성은 14시즌 동안 1483경기에 출장, 통산 타율 2할5푼8리 149홈런 647타점을 기록하면서 팀의 주전 포수로 활약했다. 지난 시즌에는 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차지했다.
특히 14년 간 LG 안방을 지키다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에 FA로 팀을 옮긴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조인성은 계약 직후 "14년간 LG 유니폼만 입다가 팀을 떠나게 되어 아쉽다.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FA 선수로서 대우를 받고 싶었다. SK가 마음으로 다가와서 어려운 결정을 하게 되었다. 그 동안 성원해주신 LG팬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SK팬들께도 성원 부탁드린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조인성의 SK 이적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는 원 소속팀 LG에서 떠난 선수들 중 SK에서 명예회복 및 진정한 가치를 재평가받은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신일고 동기이기도 한 '캐넌 히터' 김재현(36, 은퇴)은 고관절 수술 전력으로 인해 LG와 선수 각서 파동까지 벌이는 등 우여곡절 끝 FA로 SK에 둥지를 틀었다. 그리고 김재현은 2007년 SK의 창단 첫 우승을 이끈 동시에 6년 간 62홈런 306타점을 더한 뒤 명예롭게 은퇴했다.
지난해 3-4 트레이드를 통해 LG에서 SK로 이적한 선수들 중 최동수(40) 안치용(32)의 경우도 눈에 띈다. LG 시절 매 시즌 두 자릿수 홈런을 보장했으나 많은 나이로 인해 매년 주전 1루수 경쟁 뒷켠으로 향해야 했던 최동수는 올 시즌 80경기 3할4리 2홈런 30타점을 기록했다. 빼어나지는 않았으나 오른손 대타 요원으로서 무시할 수 없는 저력을 과시했다.
'난세 영웅' 안치용은 더욱 드라마틱했다. 외부 영입으로 온 이진영, 이택근에 밀리며 LG 외야 경쟁에서 밀려났던 안치용은 SK로 이적한 뒤 올 시즌 3할1푼1리 12홈런 42타점으로 맹활약했다. 박재상-김강민-조동화가 잇단 부상으로 전열 이탈한 올 시즌 외야 공백을 메운 동시에 포스트시즌 결정적인 한 방을 잇달아 보여준 선수는 바로 안치용이었다.
선수 본인에게도 자존심 회복을 위해 호성적이 더욱 필요하다. 9년 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LG는 많은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그 가운데 안방마님 조인성은 지난해 골든글러브와 올 시즌 팀 평균자책점 4위(4.15)에 공헌하고도 비난의 표적이 되었다. 올 시즌까지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한 SK의 팀 성적을 적어도 유지시켜야 조인성이 누명을 벗을 수 있다.
우리 나이 마흔이 가까운 나이에 FA로 팀을 옮겼다는 것은 분명 선수에게 커다란 기대감이자 한편으로는 엄청난 부담으로 이어진다. 팬들의 모진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LG 안방을 지켰던 조인성이 SK에서 제대로 명예회복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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