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비룡' 임경완, "조웅천 코치가 있음에"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1.11.23 08: 28

부산 갈매기들의 야구를 그린 2009년 영화 '나는 갈매기다'에서 임경완(36)의 아들인 정형(8)군은 아버지에게 이런 말을 했다. "아빠, 이기는 팀 SK 가. SK 야구 잘 하잖아".
그로부터 2년, 영원한 롯데맨으로 남을 것만 같았던 임경완은 팀을 떠나야 했다. 롯데는 임경완에 2년 7억원을 제시했지만 옵션 등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FA 우선협상기한을 넘겼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인 20일, 임경완은 전격적으로 SK와 계약을 맺으며 정든 롯데 유니폼을 갈아입게 됐다. SK에 약속받은 3년 11억 원은 롯데와 금액 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지만 마음으로 다가온 SK를 선택했다.
그로부터 이틀이 지난 22일, 임경완은 예비군 훈련과 신변 정리를 위해 여전히 부산에 머물고 있었다. 근황을 물어 보니 "오랜만에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쉬고 있었다"며 "얼마 만에 갖는 여유인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임경완은 아직 SK에 합류하지 않았다. 이만수 감독을 비롯한 SK 선수단은 현재 미국 플로리다 베로비치에서 마무리훈련에 한창이다. 다만 김용희 2군 감독이 임경완에게 어서 2군에 합류하라고 성화라 한다. 임경완은 "내가 신인으로 데뷔했던 1998년에 김용희 감독님이 롯데를 맡고 있었다"며 "김용희 감독님께서 나를 직접 지목했기에 롯데에 들어올 수 있었는데 그땐 참 야구를 못했다. 감독님이 그렇게 물러나게 돼서 참 죄송스러웠다"고 회상에 잠겼다.
SK는 임경완에게 전혀 낯선 곳이 아니다. 신인 시절 사제관계를 맺었던 김 감독이 SK 2군 감독으로 있다. 또한 롯데 시절 팀 선배였던 가득염이 선수생활 막판 SK로 자리를 옮긴 뒤 코치로 있어 조언을 구할 수 있었다고 한다. 거기다가 임경완은 인하대 출신이라 인천에서 생활했던 경험이 있다. 그렇지만 임경완은 "나야 인천에 익숙하지만 아내를 비롯해 가족들은 처음이라 쉽게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SK가 임경완을 영입한 배경은 핵심 불펜 정대현의 메이저리그 진출로 인한 전력 공백 최소화다. 여기에 임경완이 베테랑 투수로서 팀원들에게 멘토가 되어주길 기대하고 있다. 그렇지만 임경완은 오히려 SK에서 야구를 배우겠다는 각오였다.
임경완은 "SK로 가면 내가 그 곳에서는 처음이지 않는가. 그렇기에 누굴 가르친다는 생각 보다는 배운다는 마음으로 갈 것"이라며 "특히 조웅천 투수코치께 배우고 싶은 것이 많다"고 강조했다. 조웅천은 프로 통산 19시즌 동안 64승 54패 98세이브 89홀드를 기록한 중간 계투의 신화 같은 존재다. 조웅천이 출전했던 813경기는 프로 통산 1위 기록이다.
조 코치는 현역시절 경기의 조연으로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비록 화려하게 빛나진 않았지만 은은한 불빛을 20년 동안 밝혔다. 임경완은 "조웅천 코치님과 난 공통점이 많다. 같은 사이드암 투수이자 중간계투 요원이다. 거기에 조웅천 코치님은 내 주무기이기도 한 싱커의 달인으로 유명했다. 경기 운영, 싱커 구사 등 아직도 난 배울 게 많다"며 스스로를 낮췄다.
임경완이 특히 조 코치에게 배우고 싶은 건 오랜 기간 선수생활을 이어간 비법이다. 조 코치는 36살이던 2007년 64경기 2승 3패 9세이브 16홀드 평균자책점 1.57로 리그 최고급 계투진으로 활약했고 이듬해에는 52경기 1승 2패 4세이브 13홀드로 녹슬지 않은 기량을 뽐냈다. 내년 시즌이면 임경완의 나이도 37세, 조 코치처럼 롱런하기 위한 비법이 필요할 때다. 임경완은 "특히 조웅천 코치님의 철저했던 몸 관리를 배우고 싶다"며 "SK에서 뛸 3년 동안 기량 저하 없이 꾸준한 활약을 보여주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수 생활의 막바지, 안정적인 길을 택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임경완은 도전의 길을 택했다. 그런 그에게 어디서든 배우고자 하는 자세는 계속된 활약을 보장해 주는 유일한 길이다. "내년에는 문학에서 봐요"라는 임경완의 마지막 인사말에서 그의 각오를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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