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세 투수 얻은 롯데, '아직 만족 못 해'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1.11.23 08: 28

롯데 자이언츠 양승호(51) 감독은 팀의 4번 타자였던 이대호의 공백을 걱정하는 말에 항상 이렇게 대답하곤 했다. "우리 팀은 타자보다는 투수 쪽이 문제다. 더 급한 건 그 쪽이다".
양 감독이 그런 걱정을 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우선 올 시즌 15승을 거두며 팀 에이스로 활약을 펼친 좌완 장원준이 경찰청 입대를 앞두고 있다. 현재 롯데에는 장원준의 공백을 채울 선발감은 물론이고 선발로 들어갈 좌완 투수마저 마땅치 않은 실정이다. 크리스 부첵과 재계약을 포기하는 대신 선발 외국인투수를 물색하고 있지만 공백을 채워 줄 것이라고 장담하기 힘들다.
여기에 포스트시즌 결과도 양 감독에게 영향을 줬다. 흔히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고 하는 말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도 증명됐다. '타력의 팀' 롯데는 졍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에서 SK를 맞이했으나 마운드 높이에서 밀리며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투수력에서 밀린 것이 뼈아팠다. 정규시즌 2위도 충분히 값진 성과지만 우승을 목표로 삼으며 부임했던 양 감독이기에 입맛이 쓸 수밖에 없었다.

그랬던 양 감독이기에 구단이 FA를 선언했던 팀의 셋업맨 임경완을 잡지 못한 뒤 20일 SK 와이번스에 빼앗기자 상실감은 더욱 컸다. 당시 양 감독은 "있는 선수를 다 지켜도 모자랄 판인데 도리어 빼앗겨서 안타깝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FA나 2차 드래프트 등 투수 전력 보강에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2차 드래프트가 열린 22일, 롯데는 하루 사이에 세 명의 투수를 추가했다. 이날 오전 롯데는 FA 좌완 '작은' 이승호(30)을 3년 총액 24억 원에 영입했다고 밝혔다. 롯데는 이승호 영입에 성공하며 임경완을 대신할 필승 불펜조를 한 명 더 얻었다. 동시에 선발, 중간계투, 마무리 등 전천후 기용이 가능한 이승호가 투수진에 합류하며 운용에 숨통이 트이게 됐다. 이승호 영입 결정 직후 양 감독은 "구단에 모든 FA 선수를 잡아달라 했는데 정대현이 메이저리그 갔으니 이승호 밖에 안 남은 게 아니냐"면서 "보직은 선수와 상의 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벌어진 2차 드래프트에서 롯데는 투수만 2명을 선택했다. 1라운드에선 볼 끝의 움직임이 좋아 기대주로 평가받던 두산 김성배(30)을 지목해 임경완의 공백을 최소화 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어 2라운드에선 LG 우완 유망주 박동욱(26)을 선택했다. 이후 롯데는 3라운드 지명권을 행사하지 않으며 2차 드래프트를 마감했다. 양 감독의 요청대로 투수 두 명만 지목했다.
2차 드래프트가 종료된 뒤 다시 가진 통화에서 양 감독은 "김성배는 눈 여겨 보던 선수다. 볼 끝이 좋은데 제구가 조금 약점이라고 알고 있다. 박동욱은 솔직히 많이 보지 못해서 자세히는 모르지만 스카우트들이 좋다고 뽑았다. 어쨌든 두 선수 모두 기회라고 생각하고 잘 해줬으면 좋겠다"고 총평을 했다.
이제 양 감독이 말했던 FA 시장과 2차 드래프트가 사실상 종료됐다. 롯데는 셋업맨 임경완을 놓쳤지만 전천후 요원 좌완 이승호와 임경완의 공백을 최소화 해 줄것이라 기대되는 김성배, 그리고 빠른 구속이 돋보이는 유망주 박동욱을 얻었다.
그렇지만 양 감독은 아직 부족하다는 눈치다. 그는 "투수 세 명을 얻었지만 전력은 보강을 계속 하더라도 미흡한 부분이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 감독은 트레이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2차 드래프트, FA 등을 통해 선수를 얻을 기회는 끝났다. 전력 보강을 위해서라면 트레이드도 고려 대상"이라고 밝힌 양 감독은 "모든 구단이 투수가 부족해 힘들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트레이드 카드를 잘 맞춰 보는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롯데는 시즌이 끝난 뒤인 11월과 12월 스토브리그가 한창일 때 트레이드로 재미를 봤다. 2006년 11월 21일엔 2루수 신명철을 내 주면서 좌완 파이어볼러 강영식을 얻었다. 또한 작년 12월 22일에는 투수 이정훈과 내야수 박정준을 넘겨주는 대신 고원준을 받아 미래의 에이스를 손에 넣었다. 양 감독이 트레이드 필요성을 역설했기에 또다시 롯데는 선수 영입전선에 뛰어들 가능성이 크다. 아직 롯데의 스토브리그는 끝나지 않았다. 이제 2라운드가 막이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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