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스토브리그에서 프랜차이즈 스타들의 행보가 유난히 주목받고 있다.
많은 스타급 선수들이 FA로 풀려나 시장의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역대 최다 수준인 17명의 FA 선수 가운데는 두산의 김동주, LG의 조인성, 롯데의 조성환 등 한 팀에만 오래 몸담아온 선수들이 많다.
그러나 이들의 결실이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다. 최고의 대우를 받고 친정에 '금의환향'한 선수가 있는가 하면 14년을 보낸 팀을 떠나 새 둥지를 튼 선수도 있다. 올 시즌 바람 잘날 없는 스토브리그 속에서 이들도 광폭의 행보를 걷고 있다.

▲ 喜(희): 이택근, 진갑용, 최동수
누구보다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극진한 대접을 받은 선수는 단연코 넥센으로 돌아가는 이택근이다. 이택근은 2009년 시즌 후 현금 트레이드로 LG 유니폼을 입었지만 FA 자격을 획득하자마자 친정팀 넥센과 4년 총액 50억원이라는 초대형 계약을 맺었다. 한국 프로야구 사상 두번째 최고 총액.
이번 계약에 대해 넥센 측은 "이택근이 2년 전에 흘린 눈물을 닦아주고 싶었다"는 말로 계약 배경을 압축했다. 팀 재정이 어려울 때 현금 트레이드의 대상이 됐던 이택근이었기에 최고의 대우를 해주고 싶었다는 의미. 이택근은 "자신의 요구를 100% 수용해준 팀에 감사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다음으로 FA에 웃은 프랜차이즈 선수는 삼성의 포수 진갑용이다. 진갑용은 36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2년 12억원이라는 다년 계약을 맺었다. 진갑용은 올 시즌을 비롯해 2005, 2006년 주전 포수로서 팀을 우승으로 이끈 점을 인정받아 최상의 계약을 맺게 됐다.
이외에도 한화의 주전 포수 신경현이 2년 7억원에 팀에 남았다. SK의 최동수는 FA는 아니지만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LG의 부름을 받아, 트레이드로 떠난지 1년 여 만에 14년을 몸담았던 친정팀에 돌아간다. 최동수는 지명 후 "언젠가는 LG에서 은퇴할 거라 생각했다"며 LG에 대한 애정을 밝혔다.
▲ 悲(비): 조인성, 김동주, 조성환
반면 협상 진통 끝에 팀을 떠난 프랜차이즈 스타도 있다. 조인성은 14년을 몸담았던 LG를 떠나 SK로 옮기는 모험을 했다. 우선협상 기간 때만 해도 "LG에서 4강도 가고 우승도 하고 싶다"고 말했던 조인성은 협상에서 팀과 큰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다가 결국 22일 SK와 3년 19억원에 계약을 맺었다.
LG는 오랫동안 팀을 이끌어온 주전 포수를 한순간에 잃고 충격에 빠졌다. 조인성은 SK에서 포수보다는 지명타자 쪽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팀을 떠나고 동시에 오랫동안 지켜오던 안방을 내주게 된 조인성도 LG 팬들만큼이나 복잡한 심경일 것으로 보인다.
조인성과 마찬가지로 두산에만 14년 동안 있었던 김동주는 해외 진출을 선언한 이대호, 정대현을 제외하면 유일하게 FA 계약을 맺지 못하고 남아 있다. 김동주도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팀과 마찰을 빚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동주가 떠난다면 '이웃집' LG와 두산은 나란히 팀의 기둥을 잃는 꼴이 된다.
롯데의 조성환은 팀을 떠나지는 않았지만 2년 7억 5천만원이라는 높지 않은 금액에 도장을 찍었다. 올해 연봉이 1억 8천만원인데 비해 새 연봉은 2억원으로 2천만원밖에 오르지 않아 팬들의 원성이 컸다. 조성환은 계약 후 "부산이 나를 떠나지 못하게 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를 우대해야 하는가는 야구계의 오래된 논의 거리 중 하나다. 프랜차이즈에 묶여 리빌딩을 하지 못하는 팀이 있는가 하면 효용가치가 없어졌다는 이유로 프랜차이즈를 홀대하는 야박한 팀도 있다. 어떤 것이 옳은 일인지는 쉽게 판단할 수 없지만 중요한 것은 프로야구의 존재의 이유인 팬들이 어떤 것을 더 원하는지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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