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2차 드래프트에서 나타난 '키워 쓰기'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1.11.23 13: 46

넥센 히어로즈의 2차 드래프트는 예상 밖이었다.
넥센은 23일 양재동에서 열린 프로야구 사상 첫 2차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지명을 패스하면서 모든 라운드 지명권을 포기했다. 롯데(2명)과 NC(7명)을 제외한 6개 팀이 착실하게 3명씩 뽑아가는 동안 넥센은 아무도 뽑지 않았다.
반면 넥센은 4명의 선수를 떠나보냈다. 전체 1순위로 NC에 지명된 외야수 조평호를 시작으로 1라운드에서 LG에 베테랑 내야수 김일경을 보냈다. 외야수 김도현, 포수 허준도 각각 SK, NC로 갔다. 올 시즌 최하위 팀의 전력임을 감안하면 많은 선수들이 지명됐다.

가장 먼저 전력 보강에 나서야 할 최하위 넥센이 선수들을 내주기만 하고 뽑지 않는 '여유'를 보인 까닭은 무어일까.
넥센 관계자는 2차 드래프트 포기 이유에 대해 "우리 선수들만 해도 너무 많아서 더 나은 선수가 아니라면 뽑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관계자는 "우리는 1군 성적에 비해 2군이 좋은 편이다. 그래서 많이 뽑혀간 것 같다"며 지명자들에 대해 아쉬움과 한편으로 뿌듯함을 드러냈다.
넥센은 지난 21일 이택근을 FA로 영입하기 전까지 외부 FA 영입이 한 번도 없었다. 잇단 트레이드로 외부 자원을 수혈받기는 했으나 예전에는 대부분이 현금성 트레이드라 전력 보강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대신 넥센은 '키워 쓰기'를 택했다. 김성태, 고원준, 장원삼, 강윤구 등 많은 투수들이 명 조련사 김시진 감독과 정민태 투수코치 아래 태어났다.
또한 여의치 않은 구단 재정 상태로 인해 선수층이 비교적 얇았고, 위기를 기회로 삼아 신인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가 돌아간 것이 1.5군을 튼튼하게 한 요인이다. 몇 년 간 팀 성적이 하위권을 맴돌면서 신인 드래프트 때 상위권에서 좋은 선수들을 지명할 수 있었던 것도 한 바탕이 됐다.
현재 일본 미야자키현 휴가시에서 마무리 캠프를 진행 중인 김시진 감독은 "항상 전력은 뭔가 부족해야 한다. 완벽하게 짜여 있으면 신인들이나 2군 선수들이 들어갈 자리가 없다"고 말했다. '위기를 기회로'. 어려운 팀을 잘 끌고 민 감독과 젊은 선수들이 넥센을 '2차 드래프트를 포기할 만큼' 여유 있는 팀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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