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용가치가 떨어졌다며 방출시킨다고 하더니 다시 붙잡겠다고 합니다. 선수 기분은 왕창 상했는데 그냥 내보내자니 아까우니 남으라고 합니다. 그렇다고 대우를 후하게 해줄 것도 않습니다. 이럴 때 선수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SK 와이번스 구단이 베테랑 우타 외야수 박재홍(38)의 방출을 철회하고 ‘60명 보류선수’에 포함시키겠다고 밝혔습니다. 연이은 FA 선수(임경완, 조인성) 영입에 이어 2차 드래프트에서 노장 최동수(40)를 내준 후 SK 구단의 변심이 생겼습니다. FA 영입에 따라 롯데와 LG 구단에 보상선수를 내줘야하는 상황인데다 우타 대타감인 최동수가 빠져나가게 됐으니 박재홍이 갑자기 필요하게 된 거죠.
일단 박재홍을 묶어 놓으면 SK로서는 2가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최동수 빠진 자리를 훌륭하게 메워줄 ‘대체재’인 것이 첫 번째입니다. 그리고 롯데나 LG가 SK에서 2명의 선수를 빼낼 갈 수 없게 만드는 것이 두 번째 효과입니다.

박재홍이 비록 20명 보호선수 명단에는 들어가지 못할 것이 확실하므로 공격력이 약화된 롯데나 LG가 박재홍을 보상선수로 데려갈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 SK는 당초 방출대상이었던 박재홍은 보상 카드로 활용하는 셈이 됩니다. 현재로서는 SK 베테랑 타자들 중에서 박재홍과 이호준이 20인 보호명단 밖에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다른 베테랑인 포수 박경완은 20인 보호명단에 포함시킨다고 공언했으니 박재홍과 이호준이 젊은 유망주들에게 밀려나 보호선수 명단 밖에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롯데나 LG가 박재홍이나 이호준 중에 한 명을 택하면 SK로서는 성공작입니다. 물론 롯데와 LG 구단이 ‘40인 보호명단’ 밖에 있었던 박재홍을 2차 드래프트에서 선택하지는 않았지만 박재홍이 보류선수로 묶이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두 구단이 2차 드래프트에서 박재홍을 거들떠보지 않은 것은 박재홍은 ‘방출시킨다’고 공언했기 때문입니다. 조금만 기다리면 공짜로 박재홍을 얻을 수도 있는데 굳이 보상금까지 줘가면서 2차 드래프트에서 박재홍을 선택할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SK 구단은 갑자기 마음을 바꿔서 박재홍을 ‘60인 보류선수 명단’에 포함시키기로 한 것입니다. 방출한다고 했다가 다시 계약하자고 나서는 바람에 박재홍은 고민일 것입니다. 타구단으로 이적할 마음을 갖고 준비를 하던 박재홍으로선 고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럴 경우 선수는 그냥 구단과 재계약을 하든가, 아니면 처음 얘기했던 대로 ‘방출 시켜달라’며 읍소를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후자일 경우 SK 구단으로선 곤혹스러운 상황이 됩니다. 선수와 싸우는 모양새가 되면서 대외적으로 변덕심한 구단이라는 눈총과 함께 선수 진로를 구단 마음대로 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박재홍은 사실 방출된다는 구단의 방침에 따라 타구단들과 물밑에서 협상을 타진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한 구단은 아직 박재홍에게 기회만 주면 충분히 호성적을 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영입할 준비도 했다고 합니다. 물론 올해 받은 연봉(4억원)만큼은 아니지만 나름 후한 대우도 언질을 줬다고 합니다. 눌러 앉히기로 변심한 SK 구단이 재계약을 한다면 이점을 감안해야 순조롭게 일처리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 번 마음을 상하게 한 선수에게 연봉도 대폭 삭감하고 재계약서 도장을 찍으라고 강요만 한다면 ‘구단 이기주의’로 외부에 비쳐질 것입니다. 구단 이미지에 도움이 안되는 일이죠.
야구인생의 전성기를 보내며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인천을 제2의 고향으로 여기고 있는 박재홍이 ‘인천 SK맨’으로 현역 생활을 마칠 것인지, 아니면 롯데나 LG가 보상선수로 데려갈지, 그도 아니면 박재홍이 구단에 계속 방출을 요구하며 타구단으로 떠날지 주목되는 시점입니다. 변심한 SK 구단의 향후 대처도 관심이 모아집니다.
/청능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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