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판 승부에서 천적 관계는 의미가 없는 것일까.
울산 현대가 수원 삼성을 상대로 올해 첫 승을 올리면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획득과 함께 플레이오프행에 성공했다.
울산은 23일 저녁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 준 플레이오프 수원과 경기에서 1-1로 비겨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3-1로 승리했다.

이로써 울산은 오는 26일 오후 3시 포항 스틸야드에서 포항 스틸러스와 챔피언결정전 티켓을 놓고 격돌하게 됐다.
축구 전문가들은 이날 경기를 놓고 수원의 우세를 점쳤다.
원정팀 울산이 전날 밤에야 숙소를 잡을 정도로 불리한 여건을 갖췄고, 올 시즌 상대 전적에서도 수원에 1무2패(정규리그 1무1패, FA컵 1패)로 부진했기 때문이다. 영하에 가까운 추위도 남쪽 팀 울산에 불리하다는 평가였다.
그러나 경기 시작과 함께 울산은 이런 모든 부정적인 시선을 바꿔놨다. 평소 울산에서 보기 힘들었던 발 빠른 축구였다. 미드필드에서 시작되는 거센 공격에 수원의 수비는 맥을 못 췄다.
전반 10분 박승일의 중거리 슈팅을 필두로 전반 15분과 17분 박승일과 최재수가 수원의 수비를 유린하면서 골키퍼와 1대1 찬스를 만들었다. 정성룡의 잇달은 선방이 아니었지만 득점이나 마찬가지였다.
울산의 공세는 전반 21분 김신욱의 선제 결승골로 꽃을 피웠다. 페널티지역 중앙에서 이재성이 왼쪽으로 밀어준 공을 김신욱이 감각적인 발리슛으로 차낸 결과물이었다.
당황한 수원은 부상이 재발한 수비수 곽희주를 전반 30분 최성환으로 교체하며 반격에 나섰지만 좀처럼 분위기를 바꾸지 못했다. 추위에 몸이 굳은 탓인지 수원의 해결사인 염기훈이 부진한 탓이었다. 덕분에 수원의 공세는 울산의 수비벽만 두들겼을 뿐, 효율적인 면모는 보여주지 못했다.

후반 들어서도 이런 양상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수원은 후반 17분 이상호 대신 박종진을 투입하며 측면 공격의 활성화를 꾀했지만 오히려 울산의 역습에 잦은 위기를 맞았다. 후반 22분 이재성이 수원의 골문을 재차 연 것이 대표적. 부심이 오프사이드 깃발을 흔든 것이 다행이었다. 울산은 후반 26분 강민수를 출전시켜 수비 비중을 높였다.
그러나 수원에는 행운이 따랐다. 후반 39분 오장은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마토가 침착하게 왼쪽 구석으로 찔러 넣었다.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내준 울산의 골키퍼 김영광이 몸을 던져봤지만, 이미 공은 골문을 흔든 뒤였다.
결국 양 팀의 경기는 연장에 접어들었다. 울산은 연장 전반 루시오를 투입했고, 수원은 연장 후반 디에고와 게인리히를 잇달아 출전시켰다. 그러나 승부를 가르기에는 연장 포함 120분은 부족했다. 승부차기였다.
김호곤 울산 감독은 승부수를 던졌다. 골키퍼 김승규의 투입이었다. 그리고 그 승부수는 절묘히 들어맞았다.
김승규는 첫 번째 키커 마토에게만 실점을 내줬을 뿐 염기훈과 양상민 그리고 최성환의 실축을 유발시켰다. 반면 울산은 1번 키커 설기현이 크로스바를 때린 뒤 루시오와 김신욱 그리고 고슬기가 잇달아 성공시키며 승리를 결정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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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