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아시아시리즈다.
2011 아시아시리즈가 25일부터 29일까지 대만 타이중에서 열린다. 이번 대회에는 기존의 한국·일본·대만에 호주까지 각 리그 챔피언 4개팀이 참가한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 4년간 열린 아시아시리즈에서 한국이 우승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모두 일본이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일본을 넘어야 우승이 가능하다.
올해 한국시리즈 우승팀 자격으로 참가한 삼성이 상대하게 될 일본 팀은 8년 만에 일본 시리즈를 차지한 소프트뱅크 호크스다. 최근 2년 연속으로 퍼시픽리그 우승을 차지한 강자. 올해도 144경기에서 88승46패10무로 전구단 통틀어 유일하게 6할대(0.657) 승률로 탄탄한 전력을 과시했다.

소프트뱅크의 우승에는 마운드의 힘이 절대적이었지만 타선도 결코 만만하게 볼 수준은 아니다. 극단적인 투고타저 시대에 그나마 선전한 팀이 소프트뱅크이기 때문이다. 팀 타율(0.267)을 비롯해 출루율(0.323)·장타율(0.384)·도루(180개) 모두 양대리그 통틀어 1위에 올랐다. 팀 홈런도 90개로 퍼시픽리그 2위이자 전체 3위. 삼성 투수들이 경계해야 할 소프트뱅크 타자로는 누가 있을까.
▲ 수위타자 비롯해 타격 10걸 4명
올해 FA를 통해 요코하마에서 소프트뱅크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외야수 우키차와 세이치는 이적 첫 해부터 존재감을 보여줬다. 양대리그 통틀어 가장 높은 3할3푼8리의 타율로 수위타자가 된 것이다. 1971년 지바 롯데 에토 신이치 이후 40년 만이자 사상 두 번째 양대리그 수위타자에 오를 정도로 검증된 타자다. 12홈런으로 장타력은 조금 떨어지지만 득점권에서 3할4푼1리의 타율로 74타점을 쓸어담았다.
소프트뱅크는 우치카와 외에도 퍼시픽리그 타격 10걸에 3명의 타자가 이름을 올렸다. 5위 혼다 유이치(0.305), 8위 하세가와 유야(0.293), 10위 마쓰다 노부히로(0.282)가 바로 그들이다. 범위를 조금 더 넓히면 17위에 톱타자 가와사키 무네노리(0.267)도 있다. 규정타석을 못 채웠지만 마쓰나카 노부히코(0.308)와 고쿠보 히로키(0.269)가 베테랑으로서 녹슬지 않은 방망이 솜씨를 발휘했다.
특징은 외국인 타자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기대를 모았던 알렉스 카브레라(0.225·10홈런·35타점)와 호세 오티즈(0.215·7홈런·15타점)가 매우 실망스런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그들의 공백이 크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토종 타자들이 분전했다. 이범호의 3루수 경쟁자였던 마쓰다가 타율 2할8푼2리(5위)·25홈런(2위)·83타점(5위)으로 데뷔 후 최고의 활약을 펼친 게 결정적이었다. 삼성이 가장 조심해야 할 타자이기도 하다.
▲ 도루왕 필두로 20도루만 4명
소프트뱅크는 장타에 의존하기보다 빠르고 조직적인 전형적인 일본식 야구를 추구한다. 특히 올해 무려 180개의 도루를 성공시켰는데 이는 1997년 세이부(200개) 이후 최근 14년을 통틀어 한 시즌 최다 팀 도루 기록이다. 도루 실패는 48개로 도루 성공률도 78.9%에 달한다. 삼성으로서는 이들의 빠른 발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팀 희생번트도 147개로 조직적이다.

소프트뱅크 발야구의 핵심은 테이블세터 가와사키와 혼다다. 가와사키는 올해 타율 2할6푼7리로 예년보다 부진했지만 31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며 발에는 슬럼프가 없다는 속설을 입증해 보였다. 혼다는 타율 3할5리에 리그 전체에서 가장 많은 60도루로 2년 연속 도루왕에 올랐다. 삼성으로서는 우치카와와 마쓰다의 방망이보다 혼다와 가와사키의 빠른 발이 더욱 까다롭게 느껴질 수 있다.
이외 홈런 25개를 친 마쓰다도 27도루로 20-20 클럽에 가입했고, 대주자 후쿠다 슈헤이도 22도루를 했다. 20도루 선수만 4명인데 센트럴리그 전체를 통틀어 20도루 이상 한 선수가 도루 1위 후지무라 다이스케(요미우리·28개)밖에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소프트뱅크가 얼마나 빠른 야구를 하는지 짐작 가능하다.
▲ 마쓰나카·고쿠보 결장
소프트뱅크는 아시아시리즈에 베테랑 고쿠보와 마쓰나카가 불참한다. 일본시리즈에서 3~4차전 2경기 연속 결승타 포함 타율 3할2푼 2타점으로 활약한 고쿠보와 한 방 능력을 갖춘 좌타자 마쓰나카가 피로 누적으로 빠졌다. 고쿠보와 마쓰나카는 각각 만 40세·38세의 베테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쓰나카는 12홈런, 고쿠보는 10홈런으로 각각 팀 홈런 2위·4위를 차지한 중량감 있는 타자들이다.
두 베테랑의 결장으로 삼성 투수들은 상대적으로 장타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마쓰다와 우치카와를 제외하면 두 자릿수 홈런 타자가 없다. 이들을 대체할 만한 타선의 자원이 없다는 점에서 삼성으로서는 한시름을 덜만 하다.
그러나 3~4번타자만 조심하면 되는 게 아니다. 페넌트레이스에서 부진했던 외야수 다무라 히토시가 일본시리즈에서 타율 3할7푼 1홈런 4타점으로 타격감을 회복했기 때문이다. 다무라는 지난해 3할2푼4리의 타율에 27홈런 89타점으로 생애 첫 베스트9에 뽑힌 타자였다. 일본시리즈에서 감을 찾았다는 점에서 경계대상이다.
한편, 소프트뱅크 야수들은 수비력도 탁월하다. 팀 수비율이 9할9푼으로 전체 1위이며 실책도 단 51개로 12개 구단 중 가장 적다. 키스톤콤비 2루수 혼다와 유격수 가와사키가 물샐틈없는 수비로 내야를 지키고 있고, 주전 포수 호소카와 도오루는 90경기 이상 출장한 선수 중에서 유일하게 실책이 없는 탄탄한 수비력을 자랑한다.
waw@osen.co.kr
우치카와-가와사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