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하고 감사" 김강의 아름다운 작별 인사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11.24 11: 05

만남 만큼 헤어짐도 중요하다.
'거포 유망주' 내야수 김강(23)은 지난 22일 2차 드래프트를 통해 2라운드 전체 12순위로 두산에 지명됐다. 2007년 입단 후 5년간 함께 한 정든 한화를 떠나게 된 것이다. 이날 그는 광주의 본가에 머물고 있었다. 지명 소식을 접한 뒤 아버지와 아주 긴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마음이 심란했던 건 사실이다. 어떻게 해야될지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털어놓았다.
자정이 넘어서야 잠 자리에 든 김강은 그러나 쉽사리 잠을 청하지 못했다. 겨우 눈을 붙였지만 이튿날 아침 여섯시가 되어 일어났다. 그리곤 터미널로 향했다. 그의 행선지는 새 소속팀이 된 두산의 숙소 이천이 아니라 전 소속팀 한화가 있는 대전이었다.

김강은 "사실 고민했다. 이천에 갔다 대전을 들려서 광주로 돌아오는 게 거리로 보면 편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대전을 먼저 들려서 한화 구단 분들과 코치님들께 인사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아침에 대전에 비가 온다길래 더욱 서둘렀다"고 말했다.
구단 사무실을 찾은 그는 노재덕 단장이하 구단 직원들에게 인사했다. 이어 대전구장으로 달려가 정든 코치·선후배들에게도 인사했다. 곁에서 많은 지도를한 장종훈 타격코치는 "미안하다. 가서 잘 하라"며 격려했다. 마무리훈련차 일본 나가사키에 머물고있는 강석천 타격코치에게도 전화로 인사했다. 선후배들은 "어제 술한잔했냐"는 짓궂은 농담으로 그의 어깨를 두드려줬다.
여기저기 인사하다보니 시간이 많이 지났다. 이날 오후 2시까지는 이천을 가야 했다. 서울로 가면 동갑내기 친구 임태훈이 마중나올 계획이었지만 한화 식구들과 석별의 정을 나누다 보니 시간이 많이 흘렀다. 서울을 들려가는 것보다 이천으로 직행하는 것이 빨랐다. 그는 친구 임태훈에게 양해를 구하고 혼자 이천으로 향했다.
김강은 "한화에서 5년간 뛰며 정이 많이 들었다. 많은 분들이 기대하셨는데 그만큼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하다. 그래도 많은 것을 배운 곳이기 때문에 감사함을 전하고 싶었다"며 "팀에서 은퇴식하는 선배님들을 보며 나도 꼭 저렇게 되어야지하고 다짐했었다. 비록 꿈을 이루지 못하고 떠났지만, 두산에서 열심히 해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이천에서 두산 프런트 및 코칭스태프에 첫 인사를 하고 다시 광주로 내려간 김강은 "오늘 하루가 길었지만 그래도 이게 맞는 것 같다"며 "일본에 계셔서 인사를 드리지 못한 감독·코치님들이 돌아오시면 다시 인사를 드리러가겠다"고 했다. 인생이 그렇듯 야구도 만남 만큼 헤어짐이 중요하다. 김강의 작별 인사는 그래서 더 아름다웠다.
waw@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