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뼈아픈 패배 후 대어를 낚으며 분위기 반등에 성공했다.
서울 SK는 지난 23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벌어진 2011~2012 KB국민카드 프로농구 2라운드 KCC와 경기서 10득점 11리바운드 10어시스트를 기록한 고참 주희정(34)의 활약에 힘입어 87-70으로 낙승했다. 주희정은 전성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스피드와 정확성으로 KCC를 농락했고 알렉산더 존슨은 30득점 18리바운드로 개막 후 17경기 연속 더블더블 기록을 이어갔다.
개막전에서 KCC에 66-92로 패해 역대 개막전 최다인 26점 차 패배라는 불명예를 떠안았던 SK는 이날 맞대결에서 복수에 성공했다. 상대 가드 전태풍을 변기훈의 밀착 마크로 꽁꽁 묶은 게 주효했다. 이날 승리로 SK는 단독 6위에 오름과 동시에 KCC전 5연패 사슬을 끊었다.

SK는 20일 LG와 홈경기에서 2차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102-103, 한 점차 패배를 당했다. SK가 이길 수 있는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던 만큼 문경은(40) 감독대행은 "팀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을지 걱정했다"고 털어놨다. 그런 경기를 내주면 체력과 정신력 모두 충격을 받기 때문이다. 다음 상대 KCC에 약점을 노출해 온 탓에 자칫 연패에 빠질 수 있는 위기였다.
이때 문 대행이 선택한 방법은 선수들에게 '감독-선수'가 아닌 '선배-선수'로 다가가는 '형님 리더십'이었다. 20일 경기가 끝난 뒤 문 대행은 고참 선수와 맥주를 마시며 선수단 분위기 수습에 나섰다. 주희정은 "감독님과 맥주를 마신 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자리였다는 게 중요했다. 감독님이 비록 나이가 많지 않지만 고참들을 믿어 주고, 또 고참들은 후배들을 잘 이끌고, 후배 역시 선배를 잘 따르는 선순환이 이뤄진다. 분명 팀 분위기는 좋아졌다"고 강조했다.
또한 문 대행은 LG와 경기서 연장 패배를 당한 다음날 슈팅 게임으로 훈련을 대신하며 팀 분위기를 풀어줬다. '레크리에이션 훈련'이라고 표현한 문 대행은 "중요한 경기를 져 팀 분위기가 다운됐다. 그래서 가볍게 슈팅 게임으로 훈련을 대신했다. 이긴 조는 스트레칭만 하고 진 조는 러닝을 했다"며 "4명씩 3조로 나누니 한 명이 모자라더라. 그래서 내가 들어갔는데 당연히 우리 조가 이겼다"며 웃었다.
SK는 문 대행의 노력 덕에 팀 분위기는 회복됐고 23일 경기서 '대어' KCC를 낚으며 화려한 반등에 성공했다. 경기가 끝난 뒤 문 대행은 "(20일 경기 후)며칠간 마음고생이 심했는데 이제야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며 "지고 난 다음날 선수단에게 '후회는 어제로 끝내라. 다시 돌아오지 않는 순간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결국 오늘 이겼으니 선수들의 마음도 편하지 않겠나"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보다 선수들을 먼저 생각하며 '형님'과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문 대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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