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타준족 이택근(31)이 넥센 히어로즈와 FA 계약을 맺으면서 넥센 타선은 전보다 훨씬 강해졌다.
이택근-박병호-강정호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은 이제 믿음직한 무게감이 생겼다. 이택근 영입 후 김시진(53) 넥센 감독은 "아직 (이택근의) 몸상태를 확인하지 못해 타순이나 포지션은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지만 야구계는 이택근의 가세로 넥센 타선이 훨씬 탄탄해질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한 가지 우려가 있다면 바로 넥센의 '우타자 편향'이다. 올 시즌에도 김민우, 강정호, 박병호, 김민성, 유한준, 허도환 등 넥센의 주전 타자들은 대부분 우타였다. 그래도 테이블세터 좌타 장기영과 외국인 좌타자 코리 알드리지가 중심타선에 위치해 있어 균형을 잡고 있었다.

그러나 알드리지는 사실상 내년 시즌 재계약이 어려운 상태다. 내년 외국인 선수는 투수 2명으로 굳어져 새 좌타자 용병을 찾기도 쉽지 않다. 가끔씩 거포 본능을 뽐내던 발빠른 좌타자 고종욱은 12월 상무 입대를 앞두고 있다. 베테랑 좌타자 이숭용은 지난 8월 은퇴를 택했다. 주전급 중 좌타자는 장기영 밖에 남지 않았다.
좌투수는 좌타자에게 약하고 우투수는 우타자에게 약하다는 야구계의 통념상 넥센 타선은 우투수에게 유리한 쪽으로만 편성돼 있다. 상대팀에서 넥센을 잡기 위해 우완 선발을 아껴놓을 수도 있다. 넥센으로서 충분히 우려할 만한 상황이다.
그나마 넥센의 중요한 위안거리는 우타자라고 해서 모두 우투수에게 약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실제로 4번타자 박병호는 우타자지만 올 시즌 좌투수에게 1할6푼7리로 약한 반면 우투수에게 2할6푼6리로 비교적 강했다.
포수 허도환도 올 시즌 좌투수에게는 1할5리, 우투수에게는 2할6푼7리의 타율을 보였다. 그외에도 김민성, 김민우, 송지만 등 많은 팀내 우타자들이 우투수에게서 더 많은 안타를 때려냈다. 결국 넥센은 좋은 타자는 좌우를 가리지 않는다는 말을 믿고 따라야 하는 셈이다.
한편 장기영은 좌타자지만 올 시즌 좌투수를 상대로 2할5푼의 타율을 기록해 우투수(.235)에 비해 근소한 우위를 보였다. 결국 넥센의 타자들이 올해와 같이 좌우를 가리지 않는 '잡식성 타격'을 내년에도 보여야 상대 벤치가 복잡한 수싸움에 끼어들 수 있다.
내년 한층 더 강화된 전력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되는 넥센. 그러나 이른바 '좌우놀이'를 하기에는 좌타자가 너무 부족하다. 우타자들을 활용해 '어떻게 타선의 단조로움을 피해갈 것인가'가 내년 넥센의 타격 싸움을 가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넥센이 우타자 편향 타선을 막기 위해 어떤 전략을 세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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