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고 또 미안한 '청백적'의 주장 염기훈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1.11.24 07: 20

"정말 미안합니다".
수원은 지난 23일 울산과 준 플레이오프서 승부차기 패배로 탈락했다. 0-1로 뒤지던 후반 38분 마토의 동점골이 나오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하지만 후속골이 나오지 않으면서 승부차기로 이어졌고, 수원은 2, 3, 4번 키커였던 염기훈, 양상민, 최성환이 실축하며 승리를 내주고 말았다.
경찰청 입대를 앞둔 염기훈은 주장으로서 제 역할을 모두 해내지 못한 아쉬움에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추운 날씨에도 경기장을 찾은 팬들이 그에게 '괜찮아'라며 성원을 보냈지만 안타까운 심정을 이겨내기에는 힘들었다.

지난 시즌 수원으로 이적한 염기훈은 부상으로 인해 19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그러나 와신상담한 그는 올 시즌 29경기에 나서 9골 14어시스트로 개인 역대 최다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그의 왼발에서 나오는 명품킥은 말 그대로 수원 공격의 전부였다.
염기훈은 경기를 마친 후 "너무 아쉽다"라는 말을 되풀이 했다. 올 시즌을 마치고 경찰청에 입대하기 때문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기 때문. 부산과 6강 플레이오프서도 그의 발에서 시작된 공격이 결승골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염기훈은 수 차례 전방으로 날카로운 패스를 연결했지만 동료들이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또 그는 승부차기에서도 실축했기 때문에 안타까움은 두 배였다. 염기훈은 "동료들에게 미안하다. 마지막 선물을 해주고 싶었는데..."라며 말 끝을 흐렸다.
그동안 각종 부상으로 제 역할을 보여주지 못했던 염기훈은 "꾸준히 시즌을 보낸 것이 처음이다"라면서 "어쨌든 최선을 다했다. 열렬한 응원을 보내준 수원 팬들에게 우승컵을 안기지 못한 것이 너무 미안하다. 2년 간 떠나게 된다. 긴 시간일 수 있겠지만 더 좋은 모습으로 돌아오겠다"고 강한 다짐을 내놓았다.
한편 염기훈은 "내 공백은 크게 없을 것이다. 올 시즌 내가 공격 포인트를 많이 기록한 것은 나 혼자 잘해서가 아니었다. 기존 선수들도 뛰어나고 새로 영입될 선수들도 수준급일 것이다. 선수들이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 만큼 내가 없어도 충분히 잘 할 것이다. 내 공백은 분명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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