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제게 좋은 기회를 얻었다며 야구에만 신경 쓰라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신혼인데 떨어져 지내야 하는 속 마음은 어디 그렇겠나요".
올해 최초로 실시된 2차 드래프트에서 모두 27명의 선수가 유니폼을 갈아 입으며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됐다. 두산은 1라운드에서 내야수 오장훈(27,롯데)을 선택해 혹시 있을지 모를 최준석의 공백에 대비했다.
성남고-홍익대를 거쳐 2007년 롯데에 신고선수 신분으로 롯데에 입단한 오장훈은 2군에서 박정태 타격코치를 만나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했다. 2009년 정식선수 계약을 맺은 오장훈은 2군 남부리그서 수위타자(.313), 홈런왕(14개), 타점왕(71타점)을 기로하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그 해 1군 무대에서 6타수 3안타 1타점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여줬고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출전선수 명단에 깜짝 이름을 올려 안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1군 활약은 거기까지였다. 2년 동안 1군에는 단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힘은 있었지만 정교하지 못한 타격이 꾸준히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올해도 2군 남부리그서 홈런 10개로 이 부문 공동 2위에 올랐지만 타율은 2할7푼으로 눈도장을 찍지 못했다. 결국 오장훈은 지난 11일 구단이 확정한 40인 보호선수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고,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두산으로 옮기게 됐다.
현재 오장훈은 아직 부산에 머물며 신변 정리를 하고 있다. 그는 "부산에 집 구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갑작스럽게 서울로 가야 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 감이 안 선다"며 당황한 모습이었다.
오장훈은 결혼한 지 채 2주도 안 된 새신랑이다. 박정태 코치의 권유로 다니기 시작한 부산의 모 교회에서 아내인 최서연씨를 만났고 3년의 열애 끝에 지난 12일 결혼에 골인했다. 부산 덕천동에 신접살림을 차리고 신혼 단꿈에 젖었지만 행복을 느낄 시간도 없이 갑작스런 이적 소식을 접하게 됐다. "두산으로부터 다음 주 이천 2군 훈련장에 합류하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밝힌 오장훈은 "아내의 직장이 부산에 있어서 당분간은 떨어져서 지낼 수밖에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오장훈은 "결혼 하자마자 떨어져 지내야 하는 아내의 속 마음은 어디 그렇겠냐. 아내만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면서도 "아내가 제게 '오빠에겐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으니 내 걱정은 말고 야구에만 전념하라'고 말해줬다"고 이해해 준 아내에게 거듭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사실 오장훈은 이번에 '팀을 떠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는 "상동에 함께 있던 선수들이 사직구장에서 한 마무리훈련 명단에 포함될 때 나는 빠져 있었다. 그때 팀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었다"면서 "결국 40인에 들지 못해 팀을
떠나게 됐다"고 아쉬워했다.
내년 시즌을 준비하면서 자신도 있었다. 같은 1루수였던 이대호가 일본 진출을 눈앞에 뒀기에 드디어 기회가 왔다는 느낌도 받았다고 한다. 오장훈은 "대호형이 일본 가면서 1루가 비었다. 1루로 들어갈 종윤이 형이 좌타라서 잘만 하면 우타인 나도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생각했고 자신도 있었다"면서 "결국 내 인생의 목표였던 '사직구장 전광판 4번 타자 자리에 내 이름 석 자'를 지키지 못한 채 팀을 옮기게 돼 안타깝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오장훈은 두산에서 기회를 준 만큼 꼭 보답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두산에서 3억 원이나 투자해서 날 선택해줘서 정말 고맙다"면서 "롯데에서 못다 이룬 꿈을 두산에서 펼치겠다. 내년에는 꼭 1군에 자리잡고 싶다. 그래야 떨어져 있는 아내에게도 미안하지 않을 것 같다"고 각오를 밝혔다.
책임 질 사람이 생긴 남자는 누구보다 강하다. 오장훈이 내년 시즌에는 자신의 새로운 목표인 '잠실 전광판 4번 타자 자리에 이름 석자 새기기'에 성공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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