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클 체인지업의 대가에게 전수를 받았죠."
내년 시즌 복귀를 앞둔 SK 윤길현(28)이 새 무기 장착을 고려하고 있다. 올해 두 번째 홀드왕을 차지한 정우람(26)의 서클체인지업에 흥미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윤길현은 지난 1일부터 미국 플로리다 베로비치에 있는 마무리 캠프에 머물고 있다. 오랜만의 단체 훈련. 처음에는 어려움 없이 적응하는가 했다. 그러나 이내 찾아 온 근육통. 상무시절이던 작년 5월 인대접합 수술, 3개월 뒤 8월 뼛조각까지 제거했다. 줄곧 병상과 재활로 시간을 보냈으니 프로선수 몸으로 돌아가는 자연스런 관문을 거치는 셈이다.

복귀를 앞둔 윤길현은 새로운 구종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다. 2007년부터 불펜 투수로 굳어졌던 만큼 직구와 슬라이더로도 충분히 상대 타선을 상대할 수 있었다. 커브는 가끔 덧붙이는 레퍼토리. 그러나 선발에 대한 가능성도 함께 보고 있다.

이에 윤길현은 정우람의 서클 체인지업을 선택했다. 야간훈련 중 정우람을 발견한 윤길현은 그립과 팔 스윙 궤적을 꼼꼼하게 물어서 훈련에 응용하고 있다. 정우람의 서클체인지업은 우타자 바깥쪽에 절묘하게 걸칠 정도로 위력적이다. 이를 바탕으로 정우람은 최고 불펜 중 한 명으로 여러 시즌 동안 군림할 수 있었다.
특히 슬라이더를 주로 던지던 정우람에게 있어 서클 체인지업은 살아남기 위해 장착한 생존 전략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정우람은 통산 117홀드를 기록, 이 부문 프로야구 신기록을 연일 갈아치우고 있다.
윤길현은 25일(한국시간) OSEN과의 전화통화에서 "캐치볼을 하면서 응용하고 있다. 그런데 확실히 최강자가 가르쳐 줘서 그런지 느낌이 온다"면서 "아무에게나 함부로 안알려준다던데 내게 알려줘 고맙다"고 감격스러워했다.
또 윤길현은 "스윙보다는 그립에 집중했다. 던질 때 릴리스 포인트가 직구와는 다른 느낌이라더라. 볼 방향도 신경쓰면서 던지라고 했다"며 후배 정우람의 가르침을 되새긴 뒤 "아주 효과가 좋다. 스프링캠프 때 써먹어보고 실전에도 쓸 생각"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어 "고교 때부터 수술을 권유받았던 팔꿈치였다. 그런데 수술 후 통증이 없다"고 밝게 웃은 윤길현은 "볼을 잡아보니 회전도 잘먹힌다. 커브는 시카고 컵스의 톰 프랫 인스트럭트에게 배워 좀더 업그레이드 된 느낌"이라고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한편 정우람은 "어떻게 설명할 길이 없어서 나름대로 스윙 궤도나 느낌을 알려줬는데 모르겠다"면서도 "길현이형이 마음에 든다니까 다행"이라고 밝혔다. 정우람은 스프링캠프를 목표로 서서히 몸상태를 끌어올리고 있다. 캐치볼과 러닝으로 가볍게 몸을 푼 후 웨이트 트레이닝과 보강 훈련으로 내년 시즌을 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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